지소미아 종료, 이제 한미상호방위조약도 돌아볼 때

[기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미동맹 재검토 요청이 올라왔다

한국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자 미국과 일본 정부가 강한 우려를 자아내는 가운데, 한미군사동맹을 폐기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진행 중이어서 주목된다. 지소미아는 한미군사동맹을 측면지원하고,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의 핵심 요인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청와대는 지난 22일 일본이 최근 한일관계 신뢰 상실과 안보상 문제를 거론하며 취한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와 관련해 지소미아 효용성을 검토한 끝에 종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실망스럽다면서 한일 양국이 대화를 통해 '옳은 곳'으로 관계를 되돌리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미 국방부도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시했다. 일본 정부도 지소미아 종료에 '극히 유감이며 믿을 수 없다. 한국 정부가 비합리적 행동을 계속한다'는 격한 반응을 보였다.

지소미아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으로, 미국의 군사력이 극동에 증파될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 주목적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한반도 유사시 미 지상군, 해군, 공군 병력 69만 명, 선박 160척, 비행기 2000대 등을 한반도에 증강 배치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의 비행장과 항구가 큰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는 지소미아에 의해 보장될 수 있을 것으로 미국은 판단하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 2019년 8월 6일)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하자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은 23일 "한반도 유사시에 한국 방어에 필요한 미국 병력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비행장과 항구 사용이 필요한 데, 지소미아 종료로 일본이 일부 혹은 모든 공항의 접근을 거부하거나 일본 공항의 효과적인 사용을 거부할 경우 유사시 미군의 신속한 한반도 배치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면서 "미국의 동북아시아 정책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지소미아 파기에 대해 미국이 한일 양국 간 이견을 좁힐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근 북한이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을 개발하자, 미국 정부는 한국 항구나 군비행장을 이용해 미군을 증파할 경우 북한의 미사일 공격 대상이 된다는 점을 우려해 일본의 항구 등을 이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체결된 지소미아는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대북 선제공격을 포함한 군사적 압박을 행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되었다. 따라서 미국은 향후 한국 정부에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것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 시민사회 등은 청와대의 지소미아 종료를 적극 지지하고 있고, 일반 여론조사에서도 종료 지지가 대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소미아 종료 여부에 대한 국민 반응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47.7%가 폐기에 찬성, 반대는 39.3%로 찬성 응답률이 반대 응답률보다 8.4%포인트 높았다. (<쿠키뉴스> 2019년 8월 7일)

한편 지소미아와 함께 미국의 한반도 군사전략의 핵심 발판이 되고 있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이 한국의 군사적 주권을 협소하게 하는 것은 물론,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에 중대한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지적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 조약에 대한 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에서 진행되는 것은 그 의미가 간단치 않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대통령이 정상화하는데 앞장서도록 요구한 청원문이 청와대에 제기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이 청원은 누구나 인터넷 상으로 확인할 수 있고 취지에 찬성할 경우 누구나 로그인을 한 뒤 동의 표시를 할 수 있다. 그 동의인 수가 20만 명이 넘으면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답변을 하게 되어 있다. 이 청원에 20만 명 이상 동의할 경우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한미상호방위조약의 개폐를 통한 정상화에 대한 견해를 밝히게 된다.

이 청원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은 21세기 국제사회에서 그 타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게 미국 쪽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헌법에 위반 된다고 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 조약 6조에 의거해 폐지를 미국에 통보하라고 주장한다. 청원자는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에서 파생된 SOFA, SMA는 그 모법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이 현재처럼 존속하는 한 미국이 한국에서 누리는 슈퍼 갑의 특권을 계속 보장해주는 것이고 한국 국민은 미국과 군사동맹 관계를 맺고 있는 필리핀이나 일본 등이 겪지 않는 차별적인 불편과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이상과 같은 점을 고려해서 한미상호방위조약 6조(이 조약은 무기한으로 유효하다. 어느 당사국이든지 타당사국에 통고한 후 1년 후에 본 조약을 종료할 수 있다)에 따라 이 조약의 폐기를 미국에 통고할 것을 청원한다"고 밝혔다. 더 많은 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미상호방위조약 폐기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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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

전 한겨레 부국장, 전 한성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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