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 혁명' 때문에 한반도에 전쟁이"?

[최재천의 책갈피]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

"경제적으로 일본과 한국은 서로 자연스럽게 협력하기에 적합한 상대로는 거리가 멀다. 두 나라 모두 인구 감소가 아주 많이 진행되어 회복 불가능한 상태이고, 따라서 두 나라 모두 국내 시장이 급격히 축소되면서 보호주의에 의지해야 경제적 힘을 추스를 수 있다."

미국이 세계로부터, 아시아로부터 손을 떼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걸까.

"미국이 세계로부터 손을 떼는 과정은 이미 상당히 진전된 상태다. 2016년 현재 해외 주둔 미군 수는 1941년 이후 본 적이 없는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미국은 거의 전적으로 자국 국경 내에서 일어나는 경제 활동을 토대로 경제 성장을 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다. 그것도 부족해서 포퓰리즘, 고립주의, 반무역적인 정서가 미국 정치 좌우 양 진영에 침투해왔다."

이렇게 되면 대부분의 나라는 경제와 안보를 지킬 방법을 잃어버리게 되고, 일극 체제의 와해에 따른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셰일 혁명'에서 혼란의 뿌리를 찾아내는 피터 자이한은 세계의 전쟁을 예상한다.

첫째, 러시아와 유럽 간에 새로 발생하는 전쟁. 지구전(持久戰)은 가까이 닥쳤다. 둘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사이에 조성되고 있는 전쟁. 이미 사우디아라비아가 공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셋째, 동아시아를 삼켜버릴 유조선 전쟁. 이 세 번째 전쟁 속에 한중일 관계가 존재한다. 논리는 셰일 혁명에서 출발해, 세계 초강대국의 부재 상황에 대한 지정학적 분석으로 정리된다.

"경제적으로, 인구 구조적으로, 군사적으로 가장 큰 걱정거리를 안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다. (...) 한국이 패를 잘못 내놓으면 동아시아 유조선 전쟁은 일본이 중국에 이어 한국의 꿈을 -다시 한 번- 짓밟는 짤막한 후속편으로 마무리된다. 한국이 움찔할 만한 이러한 예상조차도 북한에서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하는 추측이다."

그렇다, 결국은 지정학이다. 지정학은 "결국 선택지들과 제약들 사이의 균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한 나라가 지닌 가능성과 한계를 결정하는 것은 제약요인과 부여된 능력 간의 균형"인데, 이러한 균형점이 대부분의 나라들이 어떤 움직임을 취할지 예측해준다.

한반도의 지정학이야말로 극도로 예민한 주제이다. 어느 멕시코 대통령이 그랬다던가. "신은 너무 멀리 있고, 미국은 너무 가까이 있다"고. 그리고 내가 수백 번도 더 강조해온 스리랑카 속담. "코끼리가 사랑을 해도 잔디밭은 망가지고, 코끼리가 싸움을 해도 잔디밭은 망가진다." 깊은 시름의 시대다.

▲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피터 자이한 지음, 홍지수 옮김) ⓒ김앤김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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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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