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가 말한다: 성공하려면 평판 이용하라

[최재천의 책갈피] <성공의 공식 포뮬러>

'세이모(SAMO)는 바보와 멍청이들을 구제한다.'

뉴욕 맨해튼 뒷골목 어느 집 문에 누군가 대문자로 휘갈겨 썼다. 해괴한 낙서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이는 1977년 맨해튼 전역에 갑자기 나타나기 시작한 시적인 말장난이었다. '세이모는 면책 조항이다'라는 선언도 있었다. 세이모를 탄생시킨 두 예술가는 알 디아즈(Al Diaz)와 장-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세이모는 두 사람이 피워댔던 대마초를 지칭했던 일종의 속어. 그러더니 1979년에 최종적인 선언이 나왔다. '세이모는 죽었다.'

그리고 세이모는 정말로 죽었다. 진짜로 죽은 게 아니라 예술적인 협업을 하던 두 사람이 각자 제 갈 길을 가면서 끝이 났다.

두 사람은 똑같은 시기·장소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고, 그들의 작품 세계는 비슷했다. 하지만 디아즈는 잊혔고, 바스키아는 생전은 물론 사후에도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서 성공의 공식을 찾아내야 한다. 바로 연결망이다. 예술 세계는 '성공의 제1공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성과는 성공의 원동력이지만, 성과를 측정할 수 없을 때는 연결망이 성공의 원동력이다." 그랬다. 디아즈는 외톨이였던 반면, 바스키아는 뻔뻔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과 인맥을 쌓았다. 그렇게 해서 바스키아는 2년 만에 집도 절도 없는 10대에서 A급 예술가로 변신했다. 디아즈는 여전히 언더그라운드 거리 예술 활동을 이어 갔고.

간단하다. 예술계에서 성공하려면 공생 관계를 잘 이용해야 한다. 성공은 본질적으로 선순환 구조다. 갤러리들은 거물급 예술가를 내세워 유명해지고, 거물급 예술가는 평판이 좋은 갤러리에서 자기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명성을 얻는다.

저자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Albert-László Barabási)는 헝가리 출신으로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의 창시자. 우리에게는 <링크(Linked)>라는 책으로 이미 익숙하다. 이번엔 빅데이터로 성공의 방정식을 풀어냈다. 나머지 공식 넷은 이렇다. "성과를 내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성공은 무한하다.(제2공식)" "과거의 성공×적합성=미래의 성공.(제3공식)" "팀이 성공하려면 다양성과 균형이 필요하지만, 팀이 성과를 올리면 오직 한 사람만이 공을 독차지한다.(제4공식)" "부단히 노력하면 성공은 언제든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제5공식)"

설득력 있는 사례, 재치 있는 문장들, 핵심을 포착해내는 탁월한 감식안, 즐거운 책이다. 휴가용 책으로 딱 제격.

▲ <성공의 공식 포뮬러>(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지음, 홍지수 옮김) ⓒ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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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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