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식인들의 질문 "한국은 '적'인가?"

와다 하루기 교수 등 지식인 77인, '수출 규제 철회' 촉구 서명 운동

일본의 지식인들이 일본 정부의 대 한국 수출 규제 조치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우치다 마사토시 변호사, 오카다 다카시 교도통신 객원논설위원, 다나카 히로시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 등 일본 지식인 77명(26일 현재까지 참여자 수)은 '한국은 적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지난 25일부터 서명 운동을 시작, 8월 15일까지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 철회 서명자를 모집하고 있다. (https://peace3appeal.jimdo.com)

시인, 교수, 전직 고위급 외교관, 언론인, 변호사, 활동가 등 다양한 일본의 지식인들이 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인터넷 우익 등이 아무리 외쳐도 일본과 한국은 중요한 이웃국가로, 서로 떨어질 수 없다"며 "아베 총리는 한국 국민과 일본 국민의 사이를 갈라놓고 양국 국민을 대립시키려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일본 지식인들의 '한국은 적인가' 성명이 실린 홈페이지 갈무리

성명은 "반도체 제조가 한국경제에 갖는 중요한 의의를 생각하면 이번 조치는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적대적인 행위임이 분명하다"고 규정했다. 성명은 일본의 '모순적 행동'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성명은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조치는 그동안 (일본이) 큰 은혜를 받아왔던 자유무역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일본의 경제에도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며 "보통 올림픽의 주최국은 주변국과의 갈등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일본은 주최국 자신이 주변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마치 한국이 '적'인 것처럼 다루는 조치를 하고 있지만, 이는 터무니없는 잘못이다. 한국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기조로 해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구축해 가는 중요한 이웃"이라고 일본 정부에 조언했다.

성명은 "일본은 이 나라(한국)를 침략해 식민지 지배를 한 역사가 있기 때문에 한국과 대립하더라도 특별하고 신중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일본의 압력에 굴복했다고 보인다면 (한국의) 어떤 정권도 국민에게서 내팽개쳐질 것(을 알아야 한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1965년 한일협정으로 과거사 문제가 종결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성명은 "식민지 지배가 한국인에게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사과하고 반성 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일본 국민의 공통 인식"이라며 1995년의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 담화, 1998년 '한일 파트너십 선언', 2002년 '조일 평양 선언', 2010년 간 나오토 총리 담화 등을 언급했다. 이 담화들은 일본 정부가 과거사에 대해 반성하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성명은 "한일 청구권협정은 양국 관계의 기초로 존재하고 있는 만큼 존중받아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아베 정권이 반복하고 있는 것처럼 '해결이 끝났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성명은 "문제가 되고 있는 전 징용공(한국인 강제 징용 희생자)들의 소송은 민사 소송이며, 피고는 일본 기업"이라며 "(과거에) 중국인 강제 연행 · 강제 노동 문제는 1972년 중일 공동성명에 따른 중국 정부의 전쟁 배상 포기 이후에도 2000년 카시마 건설 화해, 2009년 니시마쓰 건설 화해 2016년 미스 비시 화해가 이뤄졌고, 당시 일본 정부는 민간의 일이어서 일체 입을 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인 강제 징용 민사 재판에는 일본 정부가 나서지 않았지만, 유독 한국인 강제 징용 민사 재판 문제에 정부가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성명은 이어 "일본 정부는 그동안 일관되게 개인에 의한 보상청구권을 부정하지 않아 왔다"고 지적하며 "일본 정부는 (한일청구권 협정 체결 후) 반세기 간 사할린의 잔류 한국인 귀국 지원, 피폭 한국인 지원 등 식민지 지배로 인한 개인의 피해에 대한 보상을 갈음할 조치를 해왔다"고 과거 사례를 설명했다.

한국이 일본의 중재위원회 설치 요구를 외면한 데 대해서도 이들은 "한국과 일본이 중재위원회 설치를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지만, 한일청구권 협정에 따른 중재위원회 설치 논의는 2011년 8월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한국 헌법재판소의 판정 때 처음 나왔다"며 "당시에는 일본 측이 중재위원회 설치에 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300만 명이 일본에서 한국에 여행을 가고, 700만 명이 한국에서 일본으로 여행을 온다"며 "아베 총리는 일본 국민과 한국 국민의 사이를 대립시키는 것을 그만두라. 의견이 다르면 손을 잡고 토론을 계속하는 것이 좋지 않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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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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