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 갈 것" 경고

3번째 대일 메시지 "日 조치는 반세기 경제협력 틀을 깨는 것"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제한 조치에 대해 "현명하지 못한 처사", "우리 정부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하고 "외교의 장(場)으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지난 8일과 10일에 이어 나온 3번째 대일 메시지다. 특히 문 대통령은 "결국에는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이라며 일본에 역공을 펼치기도 해 눈길을 모았다.

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본이 이번에 전례 없이, 과거사 문제를 경제 문제와 연계시킨 것은 양국관계 발전의 역사에 역행하는 대단히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는 자국 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한 통상적 보호무역 조치와는 방법·목적도 다르다"고 지적하고 "우리는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가 한국 경제의 핵심 경쟁력인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제한으로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높은 성장을 도모하는 시기에 우리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은 것"이라고 규정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경제와 일본 경제는 깊이 맞물려 있다"며 "이번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는 상호 의존과 공생으로 반세기 간 축적해 온 한일 경제협력의 틀을 깨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는)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의 수출제한 조치를 엄중히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했다. 그는 "우리 기업들이 일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우리는 과거 여러 차례 전 국민의 단합된 힘으로 경제 위기를 극복했듯 이번에도 어려움을 이겨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의도가 거기 있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오히려 일본과의 제조업 분업 체계에 대한 신뢰를 깨뜨려, 우리 기업들은 일본의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수입처를 다변화하거나 국산화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결국에는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임을 경고해 둔다"고까지 했다.

"과거사-경제 연계시켰다 말 바꿔…대북제재 의혹 있다며 같이 조사받자"


문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는 한일관계에서 주머니 속의 송곳과 같다. 때떄로 우리를 아프게 찌른다"면서 "그러나 지금까지 양국은 과거사 문제를 별도로 관리하면서 그로 인해 경제, 문화, 외교안보분야의 협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 왔다"고 이번 일본의 조치를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은 당초 강제징용에 대한 우리 대법원 판결을 (수출 제한) 조치의 이유로 내세웠다가, 개인과 기업 간의 민사 판결을 통상 문제로 연결짓는 데 대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지 못하자 우리에게 전략물자 밀반출과 대북제재 위반 의혹이 있기 때문인 양 말을 바꿨다"면서 "이는 4대 국제 수출통제체제를 모범적으로 이행할뿐 아니라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고 제제의 틀 안에서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총력을 다하는 우리 정부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이는) 우리 정부의 노력을 지지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동참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공동 노력에 대해 불신을 야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일본이 그런 의혹을 실제로 가지고 있었다면 우방국으로서 한국이나 국제 감시기구에 문제를 제기하면 되는데 사전에 아무 말이 없다가 느닷없는 의혹을 제기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논란 과정에서 오히려 일본의 수출통제에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고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 등이 폭로한 일본의 전략물자 반출 의혹 사례를 직접 언급하고 "이 점에 대해 양국이 더이상 소모적 논쟁을 할 필요가 없다. 일본이 의혹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면 이미 우리 정부가 제안한 대로, 양국이 함께 국제기구의 검증을 받아 의혹을 해소하고 그 결과에 따르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日, 외교의 장으로 돌아오라…경제 체질 노력 박차 가할 것"

문 대통령은 사태의 해법에 대해, 일본과의 외교적 해결 노력을 강조하면서도 대일 의존도를 줄이는 등의 자강론적 조치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외교적 해결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기업이 이 상황을 자신감 있게 대응해 나가도록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 대법원 판결 이행 문제의 원만한 외교적 해결 방안을 일본 정부에 제시했다"면서 "일본 정부는 일방적 압박을 거두고 이제라도 외교적 해결의 장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우리가 제시한 방안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한 바 없다. 양국 국민들과 피해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함께 논의해 보자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일본 정부는 아무런 외교적 협의나 노력 없이 일방적 조치를 전격적으로 취했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 일을 우리 경제의 전화위복 기회로 삼겠다"며 "기왕 추진해 오던 경제 체질 개선 노력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도 당부드린다"면서 "국민 여러분도 자신감을 가지고 기업이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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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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