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밀착형 SOC, 지속 가능하려면

[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생활 SOC 사업, 성공을 위한 조건

생활밀착형 인프라와 시설 복합화 요구

최근 정부는 부처합동으로 '생활 SOC 3개년계획(2020~2022)'을 발표한 바 있다. 생활 SOC 확충에 3년 동안 30조 원, 지방비까지 포함할 경우 48조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생활 SOC란 사람들이 먹고, 자고, 자녀를 키우고, 노인을 부양하고, 일하고 쉬는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필수 인프라를 의미하며, 실제 사업은 부족한 지역에는 시설을 확충하고 노후화된 기존시설은 리모델링을 추진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국무총리 훈령(제2조)' 에서는 생활밀착형 사회기반시설(생활 SOC)을 "보육·의료·복지·교통·문화·체육시설, 공원 등 일상생활에서 국민의 편익을 증진시키는 모든 시설" 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이는 넓은 의미로 일상생활의 기본전제가 되는 안전과 기초인프라 시설까지 포괄하는 보다 큰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은 그동안 도로‧철도 등 대규모 기간시설 위주의 투자를 통하여 많은 인프라 구축이 이루어져 왔지만 보육·복지·문화·체육시설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인프라는 양적‧질적으로 부족해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은 낮은 수준이었다는 반성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그동안 공급된 시설도 대도시, 중심지역 위주여서 지역간‧지역내 격차를 유발하고 있어 일견 시의적절하다는 의견들이 많다. 실제 2017년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응급의료기관이 없는 지자체의 64.7%가 비수도권이며, 지역 내에서도 실내체육시설 1개소당 인구가 신도시‧중심지는 1만 3000∼2만 6000명인 반면, 구도심은 4만 5000∼10만 명으로 많은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

현행 관련된 인프라 조성 방식 또한 행정중심의 칸막이식이거나 단일 건물 중심 방식으로 지역간 시설 불균형을 해소하기 어렵고, 최근 증가하고 있는 도시재생이나 지역의 복합화 수요에 부응하기 어렵다는 점도 이러한 상황의 배경이 되고 있다. 이는 농촌 과소화문제와 컴팩트시티를 통한 관련 부지문제의 해소, 이용의 시너지효과 제고를 위한 관련 지역 시설의 복합화를 선호하는 최근의 경향과도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장소만들기 토대 삶의 질 우선 고려해야

지리학적으로 비추어 보자면, 글로벌 산업 환경과 지역 경제의 구조적 전환에 대응해 지역산업정책과 삶의 공간에 대한 관점이 변화하고 있음이 이러한 상황과 관련된다. 지역마다 개별 특화산업을 선택적으로 육성하는 기존의 포터(Porter)식 클러스터 전략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장소기반(place-based)의 산업혁신정책을 통해 산업의 융·복합과 다각화를 촉진하고 있으며 문화와 인프라, 산업 등이 복합적으로 연결되는 장소기반의 혁신정책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때 장소를 만드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장소의 디자인적 측면 고려, 커뮤니티의 연결, 시민 담론이 형성되는 사회적 만남, 공간의 관리 등 장소 안에서 이루어지는 활동들을 모두 포함하여 '공간의 창출'을 유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최근에는 관계적 장소만들기(relational place-making)의 개념이 대두되고 있는데, 생활 SOC는 이와 같은 움직임의 좋은 기반이 될 수 있다. 관계적 장소만들기가 장소를 사회적으로 구성하고 사회문화적 의미를 부여하며 공동체가 형성되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지역의 다양한 이해관계 세력 간의 역동성, 다양한 스케일과 네트워킹, 지역의 문화와 같은 비시장적 가치특성에 기반하여 많은 상호작용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문화적인 측면에 집중하자면 최근 주 52시간 근로시간 도입, 워라밸(work-life balance) 문화 확산 등 여가확대의 환경은 변화하고 있지만, 경제와 실제 국민 삶의 질 제고에는 아직도 많은 격차가 존재하고 있다. 근로시간의 감소폭도 크지 않고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여건이 여전히 불비하기 때문이다.

실제 OECD 조사 등을 통해 보면 한국의 삶의 질 지수는 중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경제공간의 변화가 실제적인 주민생활공간으로 연결되지 않고, 관련된 콘텐츠와 인프라가 함께 시너지를 내지 못하는 상황과 관련되어 있다. 생활문화동호회 증가 등 자발적 생활문화 참여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관련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지속적인 생활문화센터 등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난다.(전국 142개 생활문화센터, 운영 120개소, 공간조성 중 22개소, 지역문화진흥원 자료, 2019. 2월 기준)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현상에 대한 삶의 질 기반 가치의 확립, 관련 법제도의 개선 등 다양한 지원이 국민의 수요를 기반으로 함께 이루어져야만 한다.

생활 SOC 사업 지속가능성,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양적성장 중심 투자에서 탈피, 일상생활과 밀접한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확대,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간 격차를 완화할 필요는 지방분권시대를 맞아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정책적으로 보자면 생활 SOC사업은 국민 전 생애에 걸쳐 기본생활을 보장한다는 포용국가 목표에도 부합한다.

다만 단기적이고 사업위주의 정책을 시행할 경우 야기될 많은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어, 이에 대해서는 사회혁신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하고 공간을 바탕으로 인문학적인 고려가 전제되는 경제지리적 시각이 계속 견지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모호한 개념의 합의와 정의, 특성별 유형화 및 명확한 가이드라인, 기초지자체와 국민을 위한 적극적인 홍보 등이 전제되어야 하며 중앙정부의 투자 뿐 아니라 지자체의 공공시설 재배치의 동시추진, 관리운영에 대한 지원도 고려되어야 한다.

경제지리학에서는 기본적으로 고려하는 개념이지만 효과적인 시설의 공급을 위해 지역 수요, 생활환경, 인구밀도, 인구구성, 생활 SOC 현황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한 계획 수립이 필요한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또한, 3개년 한시적인 계획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의 역할분담과 추가예산의 편성 및 민간 매칭 등 다양한 협력의 틀이 지속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토대로 궁극적으로 생활 SOC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 검토해보아야 할 체크리스트를 몇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우선 중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지역단위에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하며, 타 지역 내지 타 사례와 비교해 보았을 때 차별적인 요소가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또한 타 지역과 달리 기존 거주민 내지 참여주체가 계속되어 온 것이 아니라 새롭게 재편하거나 분양‧임대 등을 통해 운영주체들을 모집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거버넌스 형성에 우선 노력을 기울이되 다양한 재단, 민간운영 주체들을 참여시켜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초기부터 기획에 공동 참여시키는 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 주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의미를 두기 위해서는 어떤 목적으로 방향 및 운영을 활성화 할 것인지에 대한 수요조사 등이 명확히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운영을 위해 기본적으로 운영비를 지자체가 부담하도록 하는 원칙이 맞으나 공공성 등 목적이 클 경우 매칭 등 비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정비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이와 함께 유휴시설을 활용한 리모델링 외에 신축시설도 사업대상에 포함되도록 하는 등 지역문화진흥법 등 관련법 제도의 제·개정도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폐산업시설의 활용, 수변공간의 이용 등 도시재생을 통한 생활문화시설의 국내외 사례가 많으므로 이를 준용하되 지역 여건에 맞추어 예산지원이 가능하도록 유형별 특성을 잘 반영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그리고 성과 창출을 위해서는 앞에서 거론된 목적성이 분명해져야 지역의 다양한 의회와 주민 등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며, 적극적인 홍보를 위해 성과지표 등이 보다 명확히 만들어져야만 한다.

생활 SOC 사업이 단순한 하드에어 조성에 그치지 않고, 본래 장소가 가지고 있는 장소성의 복원과 문화의 재현이 현실 공간 속에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지역의 공동체에게 어떻게 그 과실을 돌려주면서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가가 중요하다. 수요자들의 요구에 따라 생활 SOC사업의 성과를 환원시키며, 어떻게 선순환구조를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이 궁극적인 고민이 될 것이다.

<필자 소개>

이병민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산업입지와 경제지리, 클러스터 관련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정책개발팀장, 청강문화산업대학 교수를 거쳐, 현재는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와 글로컬문화전략연구소장으로 재직중이며, 산업클러스터학회 회장, 한국경제지리학회 편집위원장으로 활동중이다. 글로컬문화와 공감사회, 도시재생 등 경제지리학과 문화지리학 분야를 아우르는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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