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균형발전, 공공기관 분산이 능사 아냐

[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국가혁신클러스터, 혁신·포용 담긴 제3의 공간 창출

5일 국회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역산업성장 뉴딜 : 국가혁신클러스터의 혁신성과 포용성 강화 방안'을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다. 필자는 이 심포지엄의 주관 기관 중 하나인 한국경제지리학회를 대표하여 주제 발표 분과에서 좌장을 맡았고, 종합토론에 참석했다. 심포지엄의 주요 내용들과 논의들을 이 칼럼에 모두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몇 가지 핵심적인 내용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우선 국가혁신클러스터는 다양한 연관 산업과 기관들이 긴밀한 연계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클러스터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지역산업의 거점을 지역에 두고 성장을 유도한다는 측면을 가지고 있다. 이는 기존 정부의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성장거점이 혁신도시 등 기존 혁신거점들을 중심으로 인근 지역을 포괄하면서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이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혁신도시 시즌 2의 정책기조를 반영하면서 지역발전에 새로운 활력을 부여하겠다는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정책목적에는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만, 경제지리학적 시선의 관점에서 이 사업에 대해 다음과 같은 비판적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비판의 핵심은 혁신도시에 대한 정책적 의존도의 문제이다. 국가균형발전의 관점에서 현 정부가 혁신도시에 대한 지나친 정책의존도를 탈피할 필요가 있음을 제안하고 싶다. 노무현 정부당시 혁신도시의 정책적 취지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공공기관을 비수도권으로 분산시키면서 다양한 도시 경쟁력을 확보하고, 균형발전의 마중물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문제는 공공기관을 분산시켜서 일어날 수 있는 정책적 효과다. 공공기관이 10개의 혁신도시에 분산된다고 해서 균형발전이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서 국민들이 균형발전의 가능성을 학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 또한 이 정책의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재난으로 다가온 지역 간 격차 문제를 해소하려는 어떠한 정책적‧실천적 노력의 취지에는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현 정부의 혁신도시 시즌2라는 정책 역시 정책적 계승이라는 측면에서 적극 동의한다.

그러나 이 혁신도시에 대하여 부처별로 이루어지는 정책적 집중 문제가 있다. 이는 지역 간 균형발전을 이루려는 정책적 노력이라기보다는 현재 권력에 과도한 접근 의지를 드러내는 집착에 가까워 보인다.

▲ 지난해 6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국가혁신클러스터 개념도 ⓒ산업통상자원부

그러므로 국가혁신클러스터는 혁신도시에 대한 의존도를 대폭 줄이고, 진정 혁신도시만이 아니라 해당 광역시도의 성장 지원 허브로 거듭나야 한다. 즉, 정책적 유행을 쫓지 말고, 진정한 국가균형발전의 동력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 지정된 혁신도시에 대한 정책적 집착을 과감히 거둬내고 특정 광역시도에 보다 많은 지역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균형적 혁신성장의 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다음으로, 혁신성과 포용성의 정책적 결합의 문제다. 이는 심포지엄의 주제어인 지역산업성장 뉴딜과 관련이 있다. 여기서 ‘뉴딜’이라는 용어는 정부가 과거에 추진해 왔던 혁신 또는 성과지향형 산업정책의 한계를 보완하면서 새로운 지역산업정책을 추진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3가지 사항을 정부에 조언하고 싶다.

첫째, 국가혁신클러스터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다양한 산업기술들을 경험해 보는 성공과 실패 누적형 실증 공간으로 거듭나야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경험은 광역시도와 국가적 차원에서 전파되고 공유되어야 한다.

기존 정부의 관행으로 보면, 성공은 전파될 것이다. 그러나 실패는 숨겨질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실패가 훨씬 더 많이 전파되어야 한다. 우리가 아는 '첨단산업'은 전형적으로 실패의 경험이 누적되면서 꽃을 피우는 '실패 누적형 산업'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려워 할 경우, 이 정책은 실질적인 정책 효과가 미흡한 지역 퍼주기 정책으로 변질될 것이다.

둘째, 국가혁신클러스터 정책은 새로운 산업 육성만을 지원하는 정책이 아니라 기존 산업들의 기술 및 혁신 환경을 동시에 지원하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국가혁신클러스터 정책은 산업 가치사슬에서 2차, 3차 등 하위 밴더에 속하는 영세 중소기업들의 구조고도화를 지원하면서 히든 챔피언들을 육성해야 한다. 국가적‧지역적 산업발전에 있어서 영세 중소기업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정부 정책에 대한 접근은 기업의 규모, 정책 성과 창출의 한계 등으로 인하여 상대적으로 제한되어 왔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국가혁신클러스터 정책의 세부 추진사업에는 정책 추진 전문 인력 양성에 대한 내용이 누락되어 있다. 이는 지역산업의 발전을 위한 정책 틀에서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는 '시스템'과 '사람' 중 '사람'이 빠져 있음을 의미한다. 이 부분에 대한 보완이 절실하며, 이의 추진과제로 현재 지역산업 전문 인력들의 관료화를 방지하고, 새로운 지역산업 인재 발굴에 초점을 둔 전문 인력양성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이는 지역산업에 대한 기존 인력과 신규 인력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함을 의미하며, 아울러 핵심 정책의 성과지표들이 '사람'에게도 달려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와 같은 요소를 담아 국가혁신클러스터가 제3의 공간을 창출하면서 운영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이는 제1의 공간이 혁신성을 담보한 공간이라면, 제2의 공간은 포용성을 지닌 공간이고, 제3의 공간은 이 양자의 물리적‧화학적 결합을 통해 새로운 장을 여는 공간을 의미한다. 그래서 향후 지역산업에서 히든 챔피언들은 이 공간에서 탄생되어야 한다. 향후 정부와 민간의 협력을 통하여 제3의 공간을 창출하기를 희망하면서, 국가혁신클러스터 정책이 앞으로 국가균형발전의 어떠한 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에 시선을 집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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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1월 한국 지리학내 전문학회로 발족한 한국경제지리학회는 국내외 각종 경제현상을 공간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동시에, 연구 역량을 조직화하여 지리학의 발전과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지리학회는 연 2회 정기 학술 발표대회와 국내외 석학을 초빙해 선진 연구 동향을 토론하는 연구 포럼, 학술지 발간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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