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의 목포와 우리들의 일그러진 부동산

[조정흔의 부동산 이야기] 도시재생사업이 도시를 망치는 이유

<프레시안>이 '조정흔의 부동산 이야기'를 새로 연재합니다. 현직 감정평가사로 부동산 공시지가 등을 전문으로 하는 조정흔 감정평가사는 그간 여러 언론 기고와 다수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국 부동산 문제를 현장에서 가장 가까이 지켜본 사람으로서 생각을 전해왔습니다. '조정흔의 부동산 이야기'에 큰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최근 개인 간 재산권 분쟁으로 서울의 한 도시재생사업지역의 현장을 둘러보고 거래 추이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지형의 특성상 성곽아래 마을이 대체로 그렇듯이 끝없는 계단과 비좁은 골목길을 통해 오밀조밀한 집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차량의 통행이 불편했다. 터 잡고 있는 주민은 미처 이곳을 떠나지 못한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들, 한국어가 어눌한 외국인 노동자들이었다. 1996년의 공시지가가 ㎡당 100만 원 정도였는데, 2016년도 공시지가는 200만 원 정도로 20년간 100%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었다. 96년도에 2~3억 원 정도 하던 강남 은마아파트가 2016년에 13억 원 정도에 거래되면서 500%의 상승률을 보인 것과 비교해보면 이 동네는 투자가치와는 거리가 먼,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살던 소외된 동네였던 것이다. (이 지역은 최근 공시지가가 300만 원까지 상승했으며, 은마 아파트는 19억 원을 돌파했다.)

그러던 낡은 동네가 재생사업지로 지정되어 성곽주변 둘레길이 조성되고, 야간 조명이 설치되고, 비좁은 도로가 넓어지고, 부족하던 주차장이 생기는 등 기반시설이 정비됐다. 집수리비용까지 지원되니 마을에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었다. 도로 여건이 양호하거나 전망이 좋은 주택을 중심으로 투자자가 유입돼 리모델링을 하거나 신축하는 집이 한눈에도 많이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거래 시세를 포착하기 위해 부동산등기부등본을 살펴보니 개인이 아닌 주식회사가 몇 채씩 매입한 사례, 담보 대출비율이 80%를 넘는 고가의 매매 사례, 최근 1~2년간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신고가를 경신하는 사례들이 눈에 띄었다.

부동산 투자와 거리가 멀었던, 거래가 거의 없던 조용한 동네에 자금력 있는 몇 명이 들어가서 부동산을 매집하기 시작하면 쉽게 가격이 급등한다. 투자자가 유입되어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면 동네 사람들은 부자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러나 더 열악한 지위에 있는 주민일수록 더 빨리 동네를 떠나게 되거나 몰락한다. 지난 20년간 팔리지도 않고, 가격이 제자리인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가 제일 빨리 파는 사람은 대체로 가장 가난한 사람이다. 그 가난한 동네까지 들어가서 거주하거나 장사를 하던 세입자는 부동산의 손바뀜이 일어나면 터전을 잃게 된다.

상대적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은 지역이 활성화되기 전에 발 빠르게 저가로 매수한 투자자, 경제력이 있어서 매도하지 않고 버틸 수 있거나 많은 부동산을 갖고 있는 주민이다. 그러나 원주민은 대체로 200만 원에도 안 팔리던 부동산을 300만 원만 준다고 해도 팔고 나간다. 이들이 팔고 나간 후 투자자들은 계속 몰려와 그 싸던 땅값이 500만 원이 되고 1000만 원이 된다. 만인의 우상, 부동산 투자를 잘하는 유능한 사람이란 지역이 활성화되기 전에 저가로 매수할 수 있는 배짱과 자금력을 지닌 사람인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유망한 투자지역을 쫒아 다니다가 최고점에 매수하고 돌이킬 수 없는 손해만 보는 이도 생긴다.

도시재생사업이 지역민의 삶을 배제한 채 주민들의 공동체를 산산이 흩어버린다. 또 다른 이름의 토건사업이 돼 버린 도시재생사업이 투기꾼의 자본을 몰고 와서 조용하던 동네를 관광지로 만들고 있다. 최대한 비싼 값에 부동산을 매도하거나 높은 임대료를 받게 해주는 것, 그것이 바로 지역 경제 발전이자 성공이라고 여기도록 만드는 것. 동네의 주인이 되어야 할 주민이 빠진 이런 모습의 재생사업이 우리가 가야할 길인가하는 의문이 든다.

손혜원, 그는 현재 대한민국의 무소속 국회의원이다. 디자이너, 광고기획자 출신으로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력,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보여준 다소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화법 등이 인상적이었다.

손혜원 의원이 올해 1월 낙후된 목포의 구도심 만호동 문화재거리 일대 지역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지인 등을 동원하여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SBS보도 이후, 검찰 조사가 시작되었다. 지난 18일 검찰은 손 의원이 목포시청 관계자에게서 '도시재생 사업 계획'에 관련한 비공개 자료를 사전에 취득한 뒤 이를 토대로 재생사업 구역에 포함된 토지 26필지 등 총 14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매입하였으며, 이들 중 일부는 손 의원이 조카 명의를 빌려 차명 보유한 것으로 보고 부패방지법, 부동산실명법 위반 등 혐의로 손 의원을 불구속기소했다. 손 의원이 국회의원이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한 방법으로 사전에 비공개 정보를 취득하였는지, 조카의 명의를 빌려 차명으로 부동산을 매입한 것인지 여부 등은 추후 재판 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다.

나는 손혜원 의원의 지나온 삶과 그간의 해명, 말과 글을 보았을 때 그가 돈을 쫓아다니며 부동산 투기를 하면서 살아왔던 사람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는 목포 만호동 거리의 부동산을 매입하러 다니면서도 부동산 투기라는 생각은커녕, 자신이 목포의 지역 경제와 목포의 문화재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목포의 지역 주민들 또한 유명 국회의원이 목포의 부동산을 구입하면 지역이 발전하고, 좋아지리라 믿었을 것이다.

이것이 부동산에 대한 대한민국의 국민의 보편적 정서이자 환상이다. 유명인, 권력자의 유명세나 권세에 힘입어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면 지역 경제가 좋아지고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지역 주민 삶이 좋아질 것이라는 신기루 같은 희망이다. 그러나 잔인한 현실은 원주민과 가난한 사람이 곧 자신들의 자리를 내주게 되고, 자본을 가진 투자자에게 대부분의 잉여가 귀속되는 비극으로 끝나게 된다. 대한민국의 부동산은 늘 그런 원리로 움직여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본과 권력이 가까이 있으면 그들과 같은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는 환상을 버리지 못한다. 허상에 기대어 지옥을 만들고 있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었던 것이다.

지역 주민이 스스로 만들어 내는 문화와 부가가치, 경제적 자립에 기반하지 않는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 상승은 지역 주민에게 귀속되기는커녕 이들을 내몬다는 사실, 세상에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힘 있는 누군가가 대신 만들어주는 것은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잠시 잊는다.

도시 재생에서 지역 주민이 해야 할 일은 터 잡고 사는 사람들과 함께 자신들만의 문화와 가치를 스스로 만드는 것이고, 정치가 해야 할 일은 개발이나 재생을 이유로 부동산가격이 올라 투기판이 되지 못하도록, 부동산으로 모든 잉여가 귀속되지 못하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서로 맞물릴 때 지역주민이 안정적으로 도시 재생 효용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손혜원 의원의 부동산 매수가 부동산투기인지 아닌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도시재생과 부동산 정책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어디로 가고있는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손 의원의 부패방지법,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의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관계없이 손 의원과 그의 가족들이 오래도록 아름다운 도시 목포에서 창성장을 지키고, 자개박물관을 만들면서 목포 주민들과 함께 목포의 문화재거리를 가꾸고, 목포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며 살았으면 좋겠다. 또한 그가 이 땅에 터 잡고 있는 가장 힘없고 약한 사람들이 내몰리지 않고 자신들의 문화를 만들며 삶을 지킬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만드는 일을 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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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흔

2004년부터 감정평가사로 활동하면서 많은 부동산 현장과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부동산시장에서 나타나는 가격은 현상이지만, 가격에는 적절한 자원의 배분과 사회의 가치의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현상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나누고, 소통하고 싶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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