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당도 한반도 평화 모드 트럼프 성과로 인정"

[프레시안 人스타]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

"대통령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문재인 대통령이 큰 역할을 했고, 완벽한 평화 모드로 만들었다. (북한과 미국) 정상들이 두 번이나 회담을 했다. 이제 미국 민주당 의원들이 합창을 한다. 트럼프 정부가 잘한 것은 하나, 북한과 평화 모드를 만든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빠른 속도로 진전되던 북한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이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는 초조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5월말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면서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은 더 조마조마하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정치참여 운동을 하고 있는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orean American Grassroots Conference) 대표는 9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에 고정된 시선을 미국 의회로 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치 구조상 대통령을 견제하는 의회의 권한이 중요한데, 의회에서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볼턴 경질 가능성 높지 않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북한 문제에 대한 이견의 무게가 크지 않다고 김 대표는 분석한다.

"북한 문제를 가지고 볼턴이 계속 강성 발언을 하니까 트럼프의 뜻을 거스르는 것 아니냐, 경질되는 것 아니냐고 한국 언론들에서 물어보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볼턴과 트럼프의 의견 차이가 크기 때문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됐거나 이후 일정이 늦춰지는 것처럼 보지만, 그런 영향을 아주 미세하다. 트럼프가 어떤 사람인데, 결국 키는 트럼프가 쥐고 있다. 그래서 볼턴만 도려내면 북미 협상이 잘 진척될 것처럼 보지만 아니다."

김 대표는 또 세 가지 이유를 들어 볼턴이 경질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볼턴이 옆에서 강성 발언을 하는 것이 오히려 트럼프에게 도움이 된다. 볼턴은 네오콘으로 구권력의 주류다. 그런 강성 발언이 그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준다. 트럼프는 '저 사람이 감히 공개적으로 내 발언에 반대를 해' 이렇게 사고할 사람이 아니다. 굉장히 계산적이고 유연한 사람이다.

둘째, 유대계 출신인 존 볼턴의 외교 정책은 첫번째도 중동이고, 두번째도 중동이다. 북한 문제에 대한 자기 아이디어는 없다. 볼턴은 관료로서 자리 욕심이 있지만 갈 데가 없다. 유엔 대사까지 지냈으니 장관을 하고 싶어 하지만, 청문회 통과는 어불성설이다. 공화당도 고개를 가로젓는 강경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볼턴은 자리보전을 위해 결정적인 부분에서는 트럼프를 거스르지 않는다.

셋째, 볼턴은 트럼프의 세번째 안보보좌관이다. 안보보좌관을 또 교체하는 것은 트럼프에게도 정치적 부담이다. 이미 미국은 대선모드로 진입했다. 외교정책이 미국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주지는 못하지만, 여론의 흐름을 만들 때도 있다. 미국 유권자들 입장에서 나프타(NAFTA), 중국, 멕시코 등과 협상 같은 트럼프의 무역정책이 내수에 영향을 미치니까 외교정책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여기에 유태인들의 지지를 붙들어줄 수도 있기 때문에 내년까지는 볼턴을 끼고 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트럼프 탄핵 가능성 없다"

미국 정계는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이미 대선정국에 돌입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탄핵 보다는 퇴임 후 감옥에 있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9일 트위터를 통해 "펠로시는 형편 없고 앙심을 품은, 소름 끼치는 사람"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이런 공방도 다 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속적으로 괴롭혔던 '대통령 탄핵'에 대해 김 대표는 "가능성이 없다"고 전망했다.

"한국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을 하지만 미국은 상원에서 투표로 탄핵을 결정짓는다. 상원 민주당 의원들 중에도 탄핵까지는 아니라고 하는 의원들이 십여명 있다. 탄핵 가능성이 없는데 탄핵을 발의하면 민주당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지금 민주당에서 트럼프 탄핵을 언급하는 의원들은 자기 정치를 하는 것이다. 로버트 뮬러 특검 결과를 놓고 그렇게 주장을 할 수도 있다. 뮬러 보고서 결론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 흑백논리로 봐서는 안 된다. 뮬러는 트럼프가 충분히 탄핵할 만큼의 죄가 있지만, 미국의 국익을 위해 탄핵 얘기까지는 자제했다. 대통령 탄핵 사태 자체가 국가적 위기 상황이니까 미국의 국익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 제1차 북미정상회담 당시의 트럼프(오른쪽)와 김정은. ⓒ연합뉴스


"철저하게 지지층만 바라보는 트럼프...재선 가능성 높아"

김 대표는 오히려 트럼프의 정치적 기반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2016년 대선에서부터 전략적으로 접근해 승리를 거머쥔 트럼프는 집권 이후 영악하게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기반을 확대하는 계산적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이 전략이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은 첫 중간선거를 통해 실험을 했고, 처음부터 계산된 것이라고 본다. 트럼프를 지지한 백인 유권자들은 트럼프가 자기네를 위해서 일한다고 했는데 진짜 그런지 지켜보고 있다. 그 시선을 다음 선거 때까지 붙들어놓아야 한다. 그게 반이민 정책이다. 미국 내에서 이민자들을 내쫓고, 가두고, 또 어떤 때는 중남미에서 올라온 캐러밴을 막는다, 멕시코와 국경에 장벽을 쌓는다, 이런 식으로 계속 반이민 정책 이슈를 만들어냈다. 중간선거 결과를 보니 하원은 졌지만 백인 지지층은 오히려 결집하고 확대됐다.

또 멕시코와 불법 이민자 문제 관련 협상을 최근 타결시켰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협상에서 성공한 셈인데, 이처럼 반이민 이슈를 대도시의 안전 문제, 내수 문제와 연관시키면서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있다.

지난 대선 때도 그랬는데, 트럼프의 선거운동을 보라. 대도시는 절대 안 간다. 자신에 대한 지지가 높은 시골 지역 중심으로 유세를 다닌다. 트럼프는 '훌륭한 정치를 하겠다' 이런 생각은 없다. 철저하게 한명만 이기겠다는 전략을 썼다. 지난 대선 때 여론은 힐러리는 79점 맞으면 떨어지는 것이다. 힐러리의 커트라인은 80점이다. 그런데 트럼프의 커트라인은 30점이다. 31점이면 '트럼프가 생각보다 잘하네'라고 말하게 되는 그런 전략을 썼고, 이 전략이 맞아떨어졌다. 트럼프에 대한 비호감도는 떨어지고 있다"

김 대표는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에 대한 지지가 "신규 백인 유권자들의 증가"로 외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투표를 하려면 자기 지역의 선거관리위원회에 유권자 등록을 해야 하는데, 그동안 투표를 하지 않았던 상당수의 백인 유권자들이 트럼프 이후 유권자 등록을 했다. 지난 중간선거 때도 전체 유권자 숫자가 늘었고, 투표율도 증가했다.

"트럼프는 공화당의 풀뿌리 권력"

김 대표는 트럼프가 '공화당 vs. 민주당'이라는 기존 정치 틀거리에 들어맞지 않는 '정치적 이단아'라는 사실이 오히려 그의 강점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자본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권력이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는 총기협회로부터 돈을 제일 적게 받은 대통령 후보 중 하나다. 그러니까 총기협회 간부들 모아놓고 백악관에서 회의하면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규제가 일리가 있다'는 얘기를 막 할 수 있다. 지금도 재선거를 위한 후원금 내역을 보면 오바마만큼이나 '스몰머니'(소액 후원금)를 걷었다. 트럼프는 오바마처럼 군중노선을 걸었다. 이런 '스몰 머니'는 '스트롱 머니'이고, 못할 게 없다. 트럼프는 공화당의 시민사회 세력이지, 기득권 계층이나 자본가의 대리인이 아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길을 안 비키고 있는 민주당의 주류들은 어떤가. 지난 대선에서 힐러리는 지역 유지들을 불러서 타운홀 미팅을 가졌다. 거기 가려면 부부가 1만불 내야 했다. 옛날 방식이다. 오히려 민주당이 자본이나 기득권 세력으로부터 더 자유롭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민주당, 이슈와 구심점 모두 없어"

현재 20여 명의 대선후보가 난립하면서 "이슈와 구심점 모두 못 만들어내고 있는 민주당"도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2016년 대선도 트럼프가 이긴 것이 아니라 힐러리가 진 선거다. 공식 선거 후보는 힐러리인데, 정책은 버니 샌더스의 정책이 유권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지지를 받았다. 버니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반대'를 주장했다. 트럼프와 똑같다. 버니의 골수 지지층은 백인 노동자들인데, 이들은 순식간에 트럼프와 통한다. 이처럼 지난 대선 때 내부 조직의 힘으로 결정된 후보와 주요 의제가 변리됐다. 그래서 후보가 된 힐러리를 중심으로 민주당 지지자들이 뭉쳐야 하는데, 샌더스 지지자들은 떨어져나갔다. 지금도 그런 문제가 하나도 해결이 안 되고 더 사분오열이 됐다.

힐러리의 측근이었던 10선의 조 크롤리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뉴욕 14선거구)에게 당 경선에서 나가 떨어지는 것을 보면 민주당 지지자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확연히 드러난다. 하지만 민주당 주류 지도부가 이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 사람들이 순순히 물러나겠나. 그런 면에서 트럼프가 이미 장악에 성공한 공화당이 대선에 훨씬 유리하다."

"트럼프 재선이 한국에 끼칠 영향은...."

아직은 좀 이른 전망이지만, 트럼프 재선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김 대표는 "북미관계는 트럼프가 돼야 유리하다"고 내다봤다.

"트럼프는 전임이 하지 못한 것을 내가 한다는 걸 가장 보여주고 싶어한다. 북한이 그런 이슈다. 재집권을 하게 되면 의회의 협력을 이끌어내서 북핵 이슈를 실질적으로 풀 여력이 된다. 북미 관계, 한반도 평화체제를 놓고 보면 트럼프 집권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전략의 그늘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김 대표는 우려했다.

"트럼프의 무조건 미국의 이익에 우선하는 '아메리카 퍼스트' 전략은 미국과의 교역량이 많은 나라들을 고통스럽게 할 수 있다. 특히 최근처럼 중국과 전선이 강화되어 중국이냐, 미국이냐라는 선택의 길로 갈수록 한국은 고통스럽다. 경제 문제를 놓고 볼 때 트럼프의 재선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이다."

미주한인사회의 '앤디 김 지키기'

김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미주한인사회의 당면한 과제로 앤디 김(민주당·뉴저지 3선거구) 의원의 재선을 돕는 일이라고 말했다. 앤디 김은 30년 동안 공화당이 지키고 있던 지역에서 당선된 초선의원이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일한 외교안보전문가로 민주당 내 개혁세력(Progressive)에 속하는 젊은 정치 유망주 중 한명이다.

김 대표는 "소수민족으로 자기 의원을 한명을 내면 90점, 두명을 내면 91점이지만, 한명도 없으면 0점"이라면서 앤디 김 의원이 미주한인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차원 뿐아니라 미 의회에서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1996년 뉴욕한인유권자센터를 만들면서 미주 한인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정치참여운동을 해왔다. 2007년 미 하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된 것도 그 성과 중 하나다.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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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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