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미국이 자꾸 우기더라…상식적으로는 말 안 되는 얘기"

대미 협상 후일담…보수정당 "美에 항의했어야", "30개월 쇠고기 수입 왜 안되나"

미국과의 관세·통상협상 경과에 대해 국회에 보고하던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른바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수익배분' 문제에 대한 미국 측 주장을 놓고 "우긴다", "상식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 얘기" 등 비판적 의견을 시사했다.

구 부총리는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진행된 현안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이 "3500억 불 관련해서 미국은 (수익 90%를) '미국 정부가 갖는다'고 하고 우리는 '재투자 개념'이라고 하는데, 상식적으로 놓고 봤을 때 미국이 이걸 어떻게 가지느냐. 자본주의 국가인데"라고 지적하자 "저희도 그렇게 생각을 하지만 미국이 자꾸 그런 식으로 우기니까…"라고 했다.

구 부총리는 같은 사안에 대해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이 "우리 정부와 (미국 측) 설명이 너무 차이가 난다"고 질의한 데 대해서도 "일본하고 1대 9로 한 것이고 저희들하고는 아주 세부적으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하지 않았다", "합의가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권 의원이 "백악관에서는 분명하게 펀드 수익의 90%를 미 정부에 귀속시켜서 국가부채 탕감에 쓴다고 얘기하고 있고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미 국민들에게 귀속한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이) 투자를 해서 이익도 창출하고 세금도 내고 고용도 창출하는데 거기서 나오는 이익까지 다 가져간다는 건 문제 있는 것 아니냐"고 하자, 구 부총리는 이에 공감을 표하며 "상식적으로는 진짜 말이 안 되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구 부총리는 야당 의원들이 자동차 품목관세 15% 적용과 관련해 '한국은 미국과 FTA 체결국이었던 만큼 일본·EU 등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불리한 협상을 한 것'이라는 취지로 지적하자 "제가 12.5%를 받아왔어야 되는데 능력이 없어서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통일부 장관을 지낸 권영세 의원의 질의 내용처럼, 기재위 의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미국의 일방적 관세 부과로 한국이 강요된 협상을 치러야 했던 데 대해 비판적 인식을 내보였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이번에 미국으로 인해 자유무역 질서가 거의 깨진 것 아니냐. 심각하게 질서가 후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에 대한 국가적 전략도 한번 고민해 달라. 수출 시장이나 품목, 공급망 다변화 전략도 가져야 하고, 특히 중국 시장과 '글로벌 사우스' 확대 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검토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구 부총리는 "글로벌 사우스뿐 아니라 최대한 EU 등 시장을 넓히는 쪽으로 하겠다"고 답변했다.

민주당 오기형 의원은 "미국에서 연방 국제통상 (관련) 재판을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미국 관세정책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에 대해 물었는데, 구 부총리는 이에 대해 "이렇게 (기존 FTA 등을) 막 무력화시키는 건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미국인들도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보인다"며 "우리나라에게 좋은 방향으로 결론이 났으면 하는 희망이 있다"고 했다.

구 부총리는 이어 "미국의 건전한 생각을 가진 분들은 지금 트럼프 행정부의 무차별한 관세 (부과) 행위로 인한 부분에 대해 또 어떤 바람직한 생각이 나올 수 있다고 보인다"며 "그렇게 됐을 때는 우리가 이 FTA를 유지하는 게 좋기 때문에 국익 관점에서 '투 트랙'을 쓰는 게 맞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보수정당 의원들은 모호한 상태에 놓여있는 일부 협상 내용을 미 측에 정확히 확인했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이번 협상의 최대 성과로 꼽히는 쇠고기 추가 개방을 막은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국민들이 궁금해하니까 묻는다"며 "(정부는) 쌀과 소고기 시장은 절대로 추가 개방하지 않는다고 합의했다고 하는데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 '자동차, 트럭, 농업 모두 받아들인다'고 얘기했고 캐롤라인 레빗 미 백악관 대변인은 꼭 집어서 '쌀'이라고 얘기했다. 도대체 어느 것이 맞느냐. 미국이 잘못 말한 것 같으면 항의라도 해야 되지 않느냐"고 했다.

구 부총리가 "미국이 그렇게 한 취지를 저는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하여튼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에서 쌀하고 소고기…(추가 개방 논의는 없었다)"라고 하자, 박 의원은 재차 "그러면 외교 당국에 대해서 '이거 잘못됐다'고 정정해 달라고 요청했나? 잘못됐다면 바로잡아야 하지 않나"러고 추궁했다. 구 부총리는 이에 대해 "그렇게 하는 경우 오히려 (문제를) 돌출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은 "처음부터 '30개월 이상 소고기는 절대 수입 개방 못 한다'고 우리가 레드라인으로 설정하고 협상에 들어간 것이냐"며 "우리가 예전의 광우병 파동의 기억이 있어서 그렇지만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하고 있는 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몇 개 있는지 아시나. 일본, 중국, 대만, EU 다 수입하고 있지 않느냐. 그러면 우리나라가 30개월 초과하는 소고기를 절대 수입 못하겠다고 하는 것의 근거가 뭐냐"고 따졌다.

구 부총리가 "국민적 공감대를 이뤄야 하고, 과거의 경험으로 봤을 때 국민들의 그런 (불안) 측면을 고려했다"고 하자 천 의원은 "지금 상황에서 광우병 위험이 실존한다고 보시느냐"며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 중에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금지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천 의원은 나아가 "30개월 이상 소고기를 레드라인으로 설정하면 그만큼 우리 협상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며 "아까 자동차 관세도 얘기했는데, 30개월 이상 소고기를 일정 부분 내주더라도 우리의 주요 수출 품목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깎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죠. 그냥 과학적이지도 않은 국민 정서만을 고려하면서…"라고 말했다.

구 부총리는 이에 "정부로서는 더 국민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짧게 답변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미 관세 협상 관련 현안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