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사태가 한국 바이오산업에 끼칠 충격적 파장

[안종주의 안전사회] 인보사, 오명으로 얼룩진 한국 바이오산업

언론은 '인보사' 사태라고 한다. 그냥 사태에 그칠까? 스캔들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인보사(인보사케이주)를 개발한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그룹에만 그 악영향이 끼칠 것 같지는 않다. 우리나라 전체 바이오산업 시장과 대한민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권위와 신뢰도가 추락할 위기에 놓여 있다. 기업의 실패일 뿐만 아니라 국가의 분명한 실패다. 정부가 엉터리 관절염 세포치료제에 신약 허가를 이미 2년 전 내주어 수천 명이 이 가짜 약을 시술받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인보사 사태가 일파만파로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다. 사건의 전말에 대한 대강의 얼개를 파악했지만 아직 풀지 못한 수수께끼가 한둘이 아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사태의 발단과 과정을 면밀히, 하나도 빠짐없이 들추어내어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고 처벌할 것은 처벌하고, 보상할 부분은 보상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두 번 다시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인보사 사태는 우리의 미래 먹거리인 생명공학 산업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코오롱의 사기 내지는 은폐 의혹 등을 수사해야 한다. 그리고 신약 허가 과정을 낱낱이 파헤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기업과의 유착 또는 직무유기를 밝혀내야 한다. 너무나도 비상식적인,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인보사 허가 과정에서 벌어졌기 때문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1999년부터 1천억 원이 넘는 개발비를 들여 퇴행성관절염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들어갔다. 2004년 실험실에서 개발에 성공해 이때부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2017년 7월 식약처로부터 국산 신약 29호로 허가를 받는데 성공했다.

이 신약은 연골세포와 연골세포 성장인자 유전자를 생명공학 기법으로 도입한 형질전환연골세포를 3대 1 비율로 섞은 주사제이다. 이 주사제를 관절염을 앓고 있는 무릎관절에 주사해 연골세포가 새로 돋아나도록 하는 회기적인 방법이다. 하루 종일 무릎 통증으로 고생하거나 잘 걷지 못하는 수많은 환자, 특히 노인들에게는 그야말로 꿈의 치료제인 셈이다.

그래서 코오롱생명과학이 임상시험 참가자를 모집했을 때 너도나도 앞 다퉈 145명이나 참여했다. 그리고 2017년 정부가 정식으로 신약으로 허가를 내주자 최근까지 한번 주사에 7백만 원씩이나 하는 고가임에도 무려 3770명이나 이 주사제를 맞았다. 하지만 이제 이들 가운데 일부는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암이 의심된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까지 나오고 있다. 인보사 주사를 맞은 환자의 안전마저 의심받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엉터리 인보사, 미국 회사가 한국 신약 허가 전인 2017년 이미 밝혀내

인보사에서는 연골세포 외 다른 조직의 세포가 나와서는 안 된다. 그런데 신약 허가를 내준 뒤 2년 가까이 지나 인보사에 당연히 들어 있어야 할 핵심 치료 성분인 연골 형질전환세포는 없고 대신 신장(콩팥)세포가 들어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는 코오롱생명과학 쪽이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미국에 인보사를 임상시험을 하기 위해 서류를 제출하면서 그 심사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사건이 불거지자 각종 의혹이 고구마 줄기처럼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 위탁생산업체인 론자는 인보사에 들어 있는 치료 성분 세포에 대한 유전자 계통 검사를 한 결과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였다는 사실을 처음 알아냈다. 그리고 이를 지난 2017년 3월 코오롱의 미국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에 통보했다.

이는 한국에서 신약 허가를 받기 전이다. 만약에 이 사실을 공표하거나 식약처에 알렸더라면 신약 허가가 나지 않았을 터이고 적어도 국가의 위신 추락은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번 사태가 스캔들로 번질 조짐은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먼저 신약 허가 심사를 위한 중앙약사심의위원회가 2017년 4월 열렸다. 심사위원 7명이 참여해 한 명을 제외한 6명이 시판 허가 반대 의견을 냈다. 코오롱이 개발한 신약이 신약으로서의 자격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연골재생 효과는 없고 통증 완화 효과가 약간 있다고 보았다. 무늬만 신약이라고 여겼다.

너무나도 이상한 중앙약사심의원회의 신약 허가 과정

더군다나 코오롱 쪽은 기존의 관절염 치료제인 스테로이드 제제나 히알루론산과 효능 비교 실험도 하지 않았다. 골관절염에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생리식염수를 가지고 임상시험을 진행한 뒤 식염수보다 인보사가 낫다는 다소 황당한 실험결과를 가지고 유전자 치료제 허가를 내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데 거의 모든 위원들이 의견 일치를 보았다.

한데 식약처는 그 뒤 이상한 일을 벌인다. 퇴짜를 맞은 인보사 제품을 가지고 두 달 뒤 다시 두 번째 중앙약심을 연 것이다. 1차 때 반대한 위원 3명을 배제했다. 그리고 인보사에 호의적인 생각을 지닌 위원 5명을 무더기로 2차 심사에 참여시켰다. 그 결과 2차 심사위원 9명 가운데 1차 때 찬성한 위원 한 명을 포함해 3분의 2인 6명이 허가를 내주는데 찬성표를 던질 수 있는 구조로 바꾸었다.

이 때문에 식약처와 제약회사 간 유착 또는 심사위원과 제약회사 간 유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유착 관계가 드러나지 않거나 사실과 다르다 하더라도 식약처의 신약 부실 검증에 대한 비판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런 허술한 검증은 정부가 인보사 개발에 국민세금 52억 원을 지원한 것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정부 돈이 투입된 프로젝트여서 어떻게 해서라도 성공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케이주' 개발 초창기인 2005년부터 2009년까지 4년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연구개발(R&D) 기금 약 52억 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가짜 약'에 국민 혈세가 투입됐다는 사실 등 때문에 식약처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초반부터 대기업과 제약회사들이 유전공학(지금은 이 용어보다 생명공학이란 말을 주로 사용)에 본격 투자를 시작했다. 당시 유전공학 열풍은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로 불어갔다. 미국 연일 주가가 치솟는 유전공학 벤처기업들을 보고 한국에서도 일각에서 외국에서 개발한 제품을 한국에서 자체 개발한 것처럼 속여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사례도 속출했다. 연구자 가운데에서도 이런 비윤리적인 행위를 서슴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2004년 줄기세포 치료제 사기극, 그 교훈 무시

2004년에는 '황우석 열풍'에 기대 일부 의료기관과 바이오벤처가 사기극을 벌여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한라의료원과 히스토스템의 '줄기세포를 이용한 간경화증 치료 세계 최초 성공'과 그 시술 사건이었다. 한라의료재단과 히스토스템은 병원 홈페이지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사기극을 벌였다. 언론도 아무런 검증을 하지 않고 이를 굿 뉴스로 다루었다.

언론을 통해 '기적의 줄기세포 치료제' 소식을 들은 간경화증과 척추 손상으로 다리가 마비된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은 2000~3300만원이라는 거액의 치료비를 들여 시술을 받았다. 하지만 환자 가운데 한 명은 시술 받은 뒤 9개월이 지나 숨졌고 다른 환자는 전혀 치료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한 언론의 심층보도로 이런 사실이 드러났다.

이어 시민단체의 고발로 식약처(당시 식약청)는 이들을 약사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줄기세포는 의약품인데 식약청장의 승인 없이 멋대로 줄기세포를 이용한 시술 행위를 한 것은 약사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시술을 받은 환자 7명은 한라의료재단과 바이오벤처기업인 히스토스템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오랜 소송 끝에 1심과 2심에 이어 지난 2010년 대법원은 환자들의 손을 들어주어 1억7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처럼 한탕주의에 빠진 오욕의 역사를 우리 바이오산업은 지니고 있다. 인보사 사태는 그 정점을 찍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대한민국은 이미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으로 전 세계에 오명을 떨친 바 있다. 이 사건은 개인의 일탈과 비윤리 등이 강한 측면이 있었지만 인보사 사태는 국가가 신약 허가를 내주었다는 점에서 황우석 사건과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더군다나 최근 정부가 미래 먹거리 산업 활성화를 위해 바이오산업 규제 완화를 뼈대로 한 첨단바이오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는 시점에서 인보사 사건이 불거졌다. 일부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은 생명과 안전이 우선되어야 함에도 정부가 임상시험 중이라도 어느 정도 안전성이 확보되면 조건부 시판 허가를 내주는 바이오산업 완화 규제는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 앞으로 이 법 제정을 두고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인보사 사태는 시술 받은 환자들의 집단 손배소 소송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일부 환자는 시술 후 부작용을 겪었다고 호소하고 있다. 심지어는 위암종와 갑상샘종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아직까지 인보사의 부작용이나 발암성은 명백하게 입증된 것이 없다. 시술 환자들은 신장(콩팥) 유래 세포는 암세포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심리적 불안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이런 것들이 한꺼번에 인보사 사태에 쏟아져 나와 우리 사회는 앞으로 상당 기간 그 후유증에 시달릴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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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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