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만 하면 돈이 생긴다!...녹색기본소득으로 세상 바꾸기

[프레시안 books] 강상구의 <걷기만 하면 돼>

걷기만 하면 '돈'이 된다? 이미 '현실'인 세상이다. 일부 시중은행의 금융상품 중에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해 특정 기간 동안에 특정 걸음수 이상을 걸으면 이자를 추가로 주는 상품이 있다. 카드 상품이나 보험 상품 중에도 스마트폰앱을 통해 걸음수를 측정해 제시한 목표치를 넘기면 포인트를 적립해주거나 보험료를 깎아주는 상품이 있다. ( 관련 기사 바로 보기) 서울시에서도 '워크온'이라는 앱을 통해 걸음 수에 따라 마일리지를 적립하고, 걸음 목표 수를 채우면 쿠폰을 얻거나 기부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걷기만 하면 돼 : 새로운 사회를 위한 상상, 녹색기본소득에 관하여>, 강상구 지음, 로아크 펴냄 ⓒ로아크
<걷기만 하면 돼 : 새로운 사회를 위한 상상, 녹색기본소득에 관하여>(강상구 지음, 로아크 펴냄)은 현재 '이벤트성 금융 상품'에 불과한 "걷기만 하면 돈이 생긴다"는 아이디어를 국가정책으로 제안한다. 저자 강상구 정의당 교육연수원장은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인 기후 변화와 양극화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녹색기본소득' 도입을 제안한다. '녹색기본소득'은 "걷기.자전거 타기. 대중교통 이용하기를 조건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주장이다.

'기본소득'은 갈수록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인간으로서 존엄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것들(집, 밥, 물, 공기, 교육, 의료, 교통, 통신 등)을 구매할 수 있도록 현금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이란은 2010년 기본소득을 도입해 국민 1인당 월 150만 원 가량의 기본소득을 지급한다. 미국 알래스카주도 석유수익금을 운용해 그 수익금을 기본소득으로 주민들에게 제공한다고 한다. 이밖에 아프리카의 나미비아에서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진행했으며, 핀란드도 지난 2017년부터 2년간 실업자 2000명을 상대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정책실험을 실시해 2020년 최종 결과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강상구 원장은 기본소득의 장점으로 1)소득이 늘어난다 2)(흔히 기본소득의 부작용으로 지적되는 노동 의욕 감소와 달리) 노동 의욕을 증가시킨다 3) 노동자의 교섭력이 커진다 4)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킨다 등을 지적했다. 이런 장점을 가진 기본소득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걷기'와 결합시켜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저자는 주장한다.

앞서 사례로 제시한 것처럼 이미 스마트폰 앱을 통해 걸음 수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도 존재하고, 대중교통 이용 시에는 교통카드를 통해 이용시간을 확인할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이나 제도를 조금 손 본다면 구현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제안한다. 전동휠체어는 걷기로, 전기자전거는 대중교통으로 간주하자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걸음 수 얼마에 어느 정도의 돈을 지급할 것인가의 문제는 심도 깊게 연구해야 할 문제이지만, 현재 걷기에 기반한 상품이나 정책이 '보상'이 너무 적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할 것이다.

"한국의 양극화는 전세계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럽습니다....월급으로만 따지면 일년에 880만 명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합니다. 2017년 기준으로 비정규직 평균 임금은 156만 원입니다. 이마저도 취직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반면 상위 0.1퍼센트는 일년에 평균 13억 원 가까이 벌고 있지요....녹색기본소득은 실업자에게 소득을 보장합니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 걸음을 옮기고, 취업 준비를 위해 도서관과 학원을 드나들고, 식사 시간에 식당이나 편의점을 찾는 시간이 이제는 단순히 소모하는 시간이 아니라 녹색기본소득을 위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저자는 '녹색기본소득'을 지급 대상을 만 7세부터 64세까지 하자고 제안한다. 현재 복지제도로 시행하고 있는 아동수당과 노령수당을 받지 않는 연령대다. 아동.청소년들을 '녹색기본소득' 대상에 포함시킴에 따라 저자는 "아이들이 뛰어노는 시간이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리고 '녹색기본소득'을 통해 아동.청소년이 받을 수 있는 돈을 적립해서 만 19세 때 찾을 수 있도록 한다면 청년이 사회에 처음 진입하게 될 때 일종의 '씨앗자금'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가능하다고 제시한다.

그렇다면 '녹색기본소득'의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까? 저자는 1)녹색기본소득 도입으로 절감되는 비용(자동차 사용이 줄어듬에 따라 도로 건설 비용, 미세먼지 대응 등 환경오염과 관련된 비용, 국민건강 증진 예산 등을 줄일 수 있다), 2) 부자들에 대한 과도한 감세를 원상 복구하고 사회복지세 도입 등 증세, 부동산 등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를 하자 3) 탄소세 등 기후 변화와 관련한 과세를 하자 4) 공유재를 사적으로 누리는 것(부동산 개발 이익, 빅데이터로 인한 기업 이익 등)에 대한 과세를 하자고 제안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제안한 걷기를 기반으로한 녹색기본소득의 구상은 다양한 정책적 변화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어떤 형태가 되던 녹색기본소득 도입의 의미에 대해 그는 "산업구조 자체를 완전히 새롭게 바꾸고, 부의 분배 구조를 의미 있게 개선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긴 노동시간, 자동찰 꽉 찬 도시, 걷기나 자전거 타기에 불편한 도로, 이런 것들로 인간은 걷지 않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건강을 잃고, 심성을 잃고, 맑은 공기를 잃었습니다. 인간 존재의 본령을 되찾으려는 사람은 걸어야 하고, 싸우는 자 역시 걸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녹색기본소득의 조건으로 걷기와 자전거 타기를 내걸었다기보다 걷고 자전거를 타기 위한 투쟁의 일환으로 녹색기본소득을 요구하는 것으로 이해하셔도 됩니다."

진보정당 활동가인 저자는 당장 이같은 제안이 현실화 되기는 쉽지 않겠지만, 기본소득과 기후행동을 연결시킨 이런 '정치적 상상력'이 진보정당이 새로운 의제를 만들어내는 데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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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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