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유승민·안철수 '삼각관계', 어디로?

목소리 내는 유승민·안철수…손학규 리더십 고비

바른미래당 내홍 사태와 관련, 손학규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 시한으로 제시했던 '주말'이 지났음에도 임명을 강행하지는 않고 있다. 당 최대 주주인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 측에서 자신에 대한 사퇴론에 힘을 싣고 있는 상황에서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는 22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에 대해 "최고위원회를 정상적으로 운영해야 하지 않느냐"며 임명 의지를 시사하면서도 "못한 것은 아니고, '오늘은 놔두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임명 시기, 인선안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손 대표는 앞서 최고위원회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지금은 분열할 때가 아니라 단결할 때다. 싸울 때가 아니라 서로 격려할 때다. 차이를 말할 때가 아니라 함께하는 이유를 말할 때"라며 당내 화합을 강조했다.

손 대표는 "당의 내홍이 계속되고 있다. 당 대표로서 다시 한 번 당원과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저는 대표직에 연연하지 않는다. 바른미래당이 제대로 살아야 중도개혁과 정치통합의 길이 열리고, 그래서 대한민국의 정치가 발전하리라는 믿음 때문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라고 사퇴론을 일축했다.

손 대표는 "다당제와 중도개혁의 길을 지켜나가는 (것이) 바른미래당의 의무"라며 "중요한 역사적 사명을 가진 바른미래당이 이제 와서 다른 당과 통합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보수통합론 및 제3지대 신당론을 모두 비판했다.

그는 "한 쪽에서는 한국당과 '보수통합'을 해서 민주당과 1대1로 맞서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분들이 분명히 있고, 그걸 손학규가 막고 있으니 손학규를 내몰아야 한다고 하는 것"이라며 "한국당의 수구적이고 퇴행적인 모습을 보면서도 그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나라 걱정은 없고 오로지 자신의 당선만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보수통합론을 비판했다.

그는 이어 "다른 한쪽에서는 자칫 '호남 당'으로 의심받을 만한 '제3지대 통합'을 주장하는 분들도 계신다"며 "그러나 제가 분명히 말씀드린다. 지금은 우리가 중심을 잡고 바른미래당이 제3의 길로 나가서 새로운 정치의 중심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민주평화당과의 통합을 골자로 하는 제3지대 신당론도 비판했다.

유승민 "때가 되면 적극 나서겠다"…안철수 "통합 정신 훼손, 안 돼"


4.3 보궐선거 패배 후 손 대표가 마주한 당내 상황은 녹록치 않다. 현재 손 대표 등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며 바른정당계 최고위원 3인(하태경·이준석·권은희)은 최고위를 보이콧하고 있다.

바른정당계 구심인 유승민 전 대표로부터도 미묘한 발언이 나왔다. 유 전 대표는 지난 19일 JTBC 방송 인터뷰에서 "(당 상황이) 지금 여러가지로 복잡하지만 당 대표 한 분 그만두게 하고 이런 게 당의 해결책이 아니다"라면서도 "정치적 죽음을 각오하고 끝까지 개혁적 중도보수 정당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로 당이 재구성돼서 다시 출발할 수 밖에 없다"면서 "제가 이 당이 그냥 이대로 주저앉는 걸 두고 볼 수 없으니까, 때가 되면 저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단 유 전 대표 역시 한국당·평화당과의 통합 논의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호남 당, 영남 당 만들려고 (바른미래당 창당을) 한 게 아니다"라며 "민평당에 가느냐, 한국당에 합치느냐? 한국당이 정말 변화와 혁신의 길로 가겠다면 저는 지금 당장이라도 합칠 수 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한국당은 정말 변화,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 제가 그런 한국당과 합친다? 그건 생각할 수가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앞서 안철수계 전·현직 지역위원장 및 당직자들도 지난 18일 저녁 90여 명이 참석한 대규모 회동을 열고 손 대표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이에 이어, 안 전 대표 본인이 현재 당 상황에서 미묘하게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이 안철수계 정치인들 사이에 알려지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국민의당 시절 안철수 대표 비서부실장을 지낸 김도식 전 실장에 따르면, 유럽 체류 중인 안 전 대표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18일 한 세미나에서 "너무 늦었다는 것은 없다(there is no such thing as too late)"는 내용의 발표를 했다. 이는 세미나 주제와 관련해 '미래의 사업가들에게 주는 충고'의 내용이었지만, 안 전 대표 본인의 정치적 장도나 바른미래당의 상황과 관련한 해석도 가능하다.

앞서 18일 회동 결과를 손 대표 등 지도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이태규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전 대표가 독일 갈 때 '국내 문제는 현장에 계신 분들이 잘 의논해서 대처해 달라'고 부탁하고 갔지만 간혹 연락을 주고받는다"며 "최근 당내 상황이 어렵고 복잡해 토요일(20일)에 제가 전화를 했다"고 통화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이 의원은 "당내 상황을 제가 말씀드렸고, (안 전 대표는) 두 가지 정도였다. '(첫째,) 한국 정치 상황을 잘 모르니까 현장에 있는 분들이 함께 의논하고 지혜를 모으면 좋겠다. 이 부분은 현장에 계신 분들이 판단해서 대처해 달라'는 말씀이었고, 두 번째는 '바른미래당 통합 정신이 훼손돼선 안 된다. 지금은 어렵지만 한국 정치를 바꾸려는 소중한 정당 아니냐' 이런 의견을 줬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전한 안 전 대표의 말 중 '통합 정신'은 역시 한국당·평화당과의 통합에 대해 에둘러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단 이 의원은 안 전 대표가 정치에 복귀할 가능성에 대해 "당분간 국내 정치와 거리를 두면서 더 공부하실 계획으로 알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다른 안 전 대표 측 관계자 역시 그가 올해 상반기 중 귀국할 예정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당 내에서 손 대표를 지지하고 있는 것은 평화당과의 통합을 주장하고 있는 호남계 그룹이다.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바른미래당이 제3지대에서 '빅 텐트'를 쳐서 3정당의 역할에 동조할 수 있는 분들을 모아 함께하자"고 주장하면서 "손 대표가 사퇴를 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 전 부의장은 "손 대표가 사퇴를 한다 해도 대안을 내놓고 해야 할 텐데, 대안도 대책도 전략도 없이 무조건 사퇴하고 '그 자리에 내가 들어가겠다' 이런 식의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의 사퇴 주장은 용납하기 어렵다"며 "사퇴를 주장하는 분들도 사퇴를 한 다음에 어떤 식으로 이 당의 지지율을 제고해서 전략이나 대응책이 전개될 것인지 그 내용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서 당 내에서 심도 있는 토론을 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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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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