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영이 항일 영웅 '김원봉 죽이기'에 집착하는 이유는?

한국당 "MBC, 김원봉 드라마 제작 철회해야" 주장

MBC가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였던 약산 김원봉을 조명하는 드라마 <이몽>을 방영키로 한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방송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17일 이만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 "KBS가 김원봉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대하드라마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번에는 MBC가 200억 원이나 투자해 김원봉을 영웅으로 표현하는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한다"며 "김원봉을 영웅으로 그리는 건 북한 침략으로 피 흘린 대한민국 정체성에의 도전이자 6.25 참전 용사와 전사자, 그리고 수많은 사상자 및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심각한 모욕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6.25 전범이라도 (김원봉이) 그 이전에 항일독립투사여서 영웅이라는 주장은 결국 김일성도 영웅으로 만들 수 있다는 좌파 역사 공정의 시작"이라며 "아무리 북한 눈치 보기 바쁜 정권이라도 우리 국토를 피로 물들인 민족 최악의 비극인 6.25를 지울 수 없으며, 이에 대한 북한의 책임 역시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수십 년 이어진 일제 현실에서 숱한 애국지사들의 공은 무시하고 일부 과오만으로도 심각한 친일로 규정하고 청산해야 된다"고 친일반민족주의자의 변절 행위를 명확히 밝히자고 많은 이가 지적하는 가운데 "정작 대한민국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면서까지 변절한 인물은 과거의 공만을 봐주자는 것이 정권의 정의냐"고 따졌다.

이 원내대변인의 말을 종합하자면, 김원봉은 한국전쟁의 주요 전범이고, 문재인 정부가 MBC 드라마 제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경남 밀양시 출생인 약산 김원봉은 일제강점기 의열단장과 임시정부 군무부장 등으로 활동하며 일제에 맞섰다. 외교보다 항일무장투쟁에 더 집중한 인물로, 광복 이후 남한에서 정치 활동을 이어가다 월북했다.

김원봉은 아나키스트였으며, 여운형과 함께 좌우합작 운동에 적극 나선 인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러나 좌파를 향한 공격이 거셌던 광복 후 일제강점기 악질 친일 경찰로 악명을 떨쳤고, 그 후 미군정청의 정책에 의해 육군이 된 노덕술 등에 의해 거센 공격을 받기도 했다.

월북 후 김원봉은 한국전쟁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1952년 3월에는 김일성으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김원봉이 한국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가장 주된 이유다. 김원봉은 한때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까지 지냈으나, 1956년 장제스의 사주를 받은 간첩이라는 명목으로 김일성 정권에 의해 숙청됐다.

김원봉이 일제강점기 대표적 독립운동가였다는 점으로 인해 그간 영화, 드라마, 소설 등 다양한 매체로 그의 생을 조명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졌다. 님 웨일스의 <아리랑>과 <김산 평전> 등에 김원봉이 소개됐고, 드라마 <야인시대> 등에도 그가 등장한 바 있다.

대중에게 그의 모습이 크게 알려진 건 영화 <암살>이다. 이 영화에서 조승우 배우가 김원봉으로 분해 그의 항일운동사가 대중에게 각인됐다. 영화 <밀정>에서 이병헌이 맡은 인물이 김원봉을 모티프로 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지난 달 26일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김원봉의 독립유공자 서훈 수여가 가능하다고 밝히자 자유한국당과 보수 단체, 보수 언론이 이를 대대적으로 공격했다.

항일 독립 투사에 '좌파 색깔론'을 씌우는 등, 보수 결집을 위해 김원봉 재조명을 이슈화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 측 인사' 재평가를 시도하는 것으로 규정하는 방식을 통해 '문재인 정부는 친북 정부' 라는 프레임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등 보수 진영의 '색깔론 공격'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역사학계는 김원봉을 재조명해야 할 인물로 줄곧 꼽아왔다. 일제강점기 그의 기여에 비해 알려진 바가 너무 부족하다는 이유다. 지난 2월 24일 <서울신문>이 역사학계 관계자 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김원봉은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재평가가 시급한 인물' 1위로 꼽혔다. 그 뒤로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가 전체'와 '박헌영, 이동휘' 등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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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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