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정신' 고창중·고 100주년..."평화·통일 위한 향후 100년"

고창중학교 재학 시절 학생운동을 했고, 양심과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대한민국에서 비전향 장기수로 32년을 감옥에서 산 임방규 선생이 입장했다.

연합뉴스 기자 출신으로 한국언론재단 이사장을 지냈던 정남기 고창중·고등학교 총동창회 회장은 "(고창중학교) 28회 임방규 선배, 비전향장기수로 30여년간 옥중에서 보내다가 오늘 이자리에 참석했다. 눈물이 나도록 고맙다"고 소개했다.

임 선생은 중학생 시절인 1948년 고창중학 재학 도중 민주학생동맹 활동을 했다. 이후 전주공고에 진학했다가 상경해 빨치산 활동을 했고, 체포된 후 1952년 만 20세의 나이로 사형선고를 받아 20년을 복역했다. 복역을 마친 후에 영장도, 재판도 없이 감옥에 다시 보내져 총 32년 6개월간 사투를 벌였다. 끝내 양심을 지킨 그는 출소한 후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다. 대한민국의 '흑역사' 비전향장기수의 상징적 인물이다.

'민족교육의 산실'로 불린 전북 고창중·고등학교가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가 12~14일 본교 교정에서 개최됐다. 2000여 동문 가족들이 참여했고,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유성엽 의원, 유기상 고창군수 등이 참석했다.

고창중·고등학교는 1919년 조선인이 학교를 설립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본인에 의해 설립됐다. 그러나 곧바로 1차세계대전 후 경제 공황의 여파 때문에 폐교의 위기에 빠진다. 1922년 고창군민들이 뜻을 모아 '민족 문화 향상'과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학교를 인수, 경영했다. 농업, 공업 학교만 인가하던 일제 강점기에 관 주도나 종교단체 주도가 아닌 '군민 헌금'으로 세운 '민립 학교'는 사실상 최초로 기록된다. 고창고등보통학교는 일제 강점기 시절 항일 민족 정신의 요람으로 통했다. 전주 신흥학교가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를 거부하고 폐교를 당하자 1937년 전교생과 교사가 고창고보에 통합됐다.

정남기 회장은 "고창중·고등학교는 사립학교로 출범해 많은 인재 양성했고, 항일 민족 정신 기반으로 많은 지도자를 배출했다. 그 전통을 이어 100년간 13도 전역에 두루 퍼져 빛과 소금의 역할을 했다. 앞으로 다가올 백년은 어떻게 해 나갈지, 새로운 장을 이 자리에서 마련하도록 하자"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고창중학교 21회다. 어려서부터 제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고창고보는 우리 민족 정신을 지키는 학교다. 그리고 항일 민족 투쟁의 많은 열사들, 독립운동가를 키운 학교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올해가 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다. 국회 대표단으로 상해 임시정부를 방문해서 지난 100년 동안 우리 역사를 생각하면서, 머릿속으로는 우리 고창고보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됐다"며 "지난 100년동안 우리 민족의 고난과 시련, 그 모든 것을 극복한 자랑스러운 조국 대한민국은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의 민족 정신과 헌신 때문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제가 보답할 수 있는 길은 앞으로 더 좋은 정치를 해서 좋은 나라를 만들어 가는 것, 반칙과 특권이 없고,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면 모두 더불어 함께 살고, 무엇보다 한반도에서 평화와 통일을 위한 새시대를 여는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유기상 고창군수는 "고창고등학교 51회다. 갈재맥 성산 기슭에 자리한 고창중·고등학교는 3.1운동 민족 정신을 승계하는 교육의 전당이다. 십시일반 군민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세우고 지켜왔다"고 했다. 유 군수는 "고창을 인물의 고장, 인재의 고창이라고 한다. 동학농민혁명을 이끈 전봉준 장군, 새로운 예술세계를 만든 판소리의 동리 신재효 선생 호남 실학을 열었던 이재 황윤석 선생에 이어 (고창고보 설립후에는) 근현대사에도 훌륭한 인물을 배출했다"며 "사람이 역사를 만든다. 인재를 키우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고창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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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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