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재수사 '공소시효' 벽 넘을 두가지 돌파구

뇌물·수사방해 집중될 듯...수사 주체 정리돼야 탄력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폭력 의혹 사건과 관련해 재수사를 권고하면서 향후 재수사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사위는 김 전 차관이 건설업자 윤중천 씨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의혹이 불거진 2013년 3월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 이중희 전 민정비서관 등 박근혜 정부 당시 인사들이 김 전 차관 사건 수사를 방해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25일 발표했다. (☞관련기사 : "한국당 곽상도, 김학의 사건 수사 방해 확인")

이에 따라 김 전 차관 사건 재수사는 '뇌물', '수사 방해' 두 갈래로 나눠 진행될 전망이다.

김 전 차관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윤 씨로부터 수천만 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과거사위는 "윤 씨와 피해 여성의 진술이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성접대는 뇌물액수 산정이 어려워 공소시효를 일반 뇌물죄로 적용, 5년으로 잡는다. 김 전 차관이 건설업자 윤중천 씨로부터 집중적으로 성접대 등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는 2007∼2008년이므로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다. 그러나 금품수수·향응을 포함해 김 전 차관이 받은 뇌물액수가 1억 원 이상일 경우 공소시효가 15년 이상으로 늘어난다.

검찰은 2013년과 2014년 김 전 차관의 특수강간 혐의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뇌물 의혹은 첫 수사나 다름없어 이 의혹을 규명하는 데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차관 관련 수사 방해, 수사 외압 의혹도 검찰이 풀어나가야 할 대형 과제로 떠올랐다. 과거사위는 당시 청와대 소속 공무원, 경찰관으로부터 진술을 확보했고 청와대 브리핑 자료 등에서 곽상도 전 수석과 이중희 전 비서관 등 민정라인의 직권남용 혐의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수사 외압에 대해선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과거사위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이른바 '김학의 동영상'에 대한 감정을 진행하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행정관을 보내 김 전 차관의 혐의를 내사하던 경찰을 질책하거나 동영상 또는 감정 결과를 보여 달라고 요구한 대목을 직권남용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2013년 수사 당시 김기용 전 경찰청장이 사의를 표명한 직후 김 전 차관 사건의 수사 책임자인 김학배 경찰청 수사국장을 비롯해 수사기획관, 범죄정보과장, 특수수사과장까지 모두 교체되면서 '좌천성 인사'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수사국장은 수사팀에 "청와대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관천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직접 경찰청을 방문해 "VIP가 관심이 많고, 이거 큰일 난다"며 경찰 수사 착수에 우려를 표명한 사실도 알려졌다.

당시 누군가가 수사를 무마하도록 외압을 행사했으면 직권남용죄가 될 수 있고, 검·경이 고의적으로 부실수사를 했다면 직무유기죄를 적용할 수 있다. 직권남용죄는 공소시효(7년)가 남아있고, 2014년에 있었던 2차 수사에 대해선 직무유기죄 적용이 가능하다.

당시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향신문에 "2013년 3월 '(동영상 존재가) 사실이라면 엄청난 부담이 된다'는 취지로 검증 보고서를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본인(김 전 차관)은 아니라는데 왜 자꾸 없는 사실을 들고 그러느냐'고 (박근혜) 대통령이 얘기했다고 들었다"고 외압 의혹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했다.

수사 방향에 가닥이 잡혔다 하더라도 누가 수사를 하느냐를 두고도 신속한 정리가 필요하다. 당시 검찰 수뇌부 등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검찰의 자체 수사로는 공정성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검찰 내부에선 검사장급이 팀장을 맡는 특별수사팀을 꾸리거나 특임검사를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치권에선 특별검사제도 도입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특검의 경우 정해진 기간 내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할 수 있고, 독립성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특검 도입을 위해선 국회의 특검법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여야 공방 등 난관이 예상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특검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은 만큼 특임검사 임명 쪽이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임검사는 최종 수사결과만 총장하게 보고하게 돼 있어 수사 독립을 보장하는 방안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특임검사 제도가 현직검사를 수사할 경우 공정성을 담보하고자 마련된 제도이기 때문에 전직인 김 전 차관 사건에는 적용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단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검찰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26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출근길에 김 전 차관 사건 재수사와 관련, "자료를 받아보고 빈틈없는 결정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여론의 관심이 지대한 만큼 수사 방안을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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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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