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은 돈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말이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무척 새삼스러운 말일 수도 있다. 지식을 밑천으로 사업하겠다는 사람을 보면 대개는 한번쯤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게 마련이다. '지식이 부의 원천임에 분명한데, 왜 그토록 지식으로 돈벌기가 힘들까?' 이 패러독스를 깨보자는 생각이 필자로 하여금 본 연재를 시작하도록 만들었다.
***모든 재화와 서비스는 지식의 산물이다**
무릇 모든 재화와 서비스는 지식의 산물이다. 라면 한 봉지에도 개인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온갖 지식이 담겨져 있다. 면발에 관한 지식, 스프에 관한 지식, 편리한 조리법에 관한 지식, 포장 디자인에 관한 지식 등등. 그리고 그 배후에는 재료 조달, 생산 과정, 유통 채널, 판촉활동, 심지어 매장 진열방법과 같은 온갖 지식들이 동원됨으로써 라면 한 봉지가 소비자 손에 전달될 수 있다.
이런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 유통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 담당하는 역할에 맞는 지식으로 인해 월급을 받고 있는 셈이다.
자동차 영업사원은 우선 자동차에 대한 지식을 갖춰야 한다. 자동차를 고를 때 어떤 면을 체크해야 한다느니, 이상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느니, 자동차 수명을 늘리려면 운전할 때 어떤 습관을 길러야 한다느니... 이렇게 언제 나올지 모르는 고객의 질문에 적절히 조언할 수 있는 지식이 없으면 그 사람은 자동차 영업사원으로서 낙제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고객에 대한 지식은 영업사원에게 생명과도 같다. 어떤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자동차를 교체할 가능성이 높은지, 직업이나 기호에 따라 자동차 구매패턴이 어떻게 다른지, 옵션이나 할부방식을 어떻게 추천해야 할지, 이런 지식들이 잘 활용될 때 영업사원은 상담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 회사에서 제공한 정보나 규칙을 토대로 나름의 노하우와 지식을 쌓아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 이것이 자동차 영업사원이 자신의 보수를 두둑히 만드는 방법이다.
경쟁사보다 더 많은 지식, 더 좋은 지식, 더 새로운 지식을 갖고 활용하는 기업은 흥한다. 남보다 더 열심히 지식을 쌓고 활용하는 영업사원은 실적이 좋을 수밖에 없다.
***"저 회사는, 저 사람은..."**
"저 회사는 정체돼 있어."
지금 잘 나가는 기업도 이런 말을 듣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잘 나가던 제품에 안주해서 소비자들의 새로운 기호 변화를 조사하고 분석하는 일을 등한히 하면 이 기업은 어느새 경쟁자들에 뒤처지게 된다. 공법 개량이 쉼 없이 이루어지지 않는 기업은 시장의 냉혹한 가격졍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기 마련이다. 기업의 경쟁력은 끊임없는 지식의 수혈을 자양분으로 자라는 것이다.
"저 사람은 아무 생각 없이 일해."
이런 말을 듣는 사람은 조직에서 식충이 취급을 받다가 조만간 밀려나가기 십상이다. 그저 하던 대로, 시키는 대로 해서는 발전이 있을 수 없다. 꼭 뭔가 획기적인 방법을 생각한다기 보다는, 지금 업무를 어떻게 개선할지, 추가해야 되는 사항과 버려야 하는 사항은 뭔지 생각하고 분석해 업무를 변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획기적인 방법도 이런 과정 없이는 좀체 찾아지지 않는 법이다.
국가나 사회도 마찬가지다. 활력이 넘치는 사회는 지식의 분출을 똑똑히 볼 수가 있다. 국민들이 뭔가 새로운 방법,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 하고, 그래서 공부도 더 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자칫 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그만큼 발전의 속도도 빠르기 마련이다.
80년대에는 일본이 흥하고 미국이 망해가더니, 90년대엔 왜 이 상황이 역전됐을까? 미국인들은 80년대 내내 고금리가 던져준 달콤한 쾌락에 몸을 맡기다가 90년대에 들어 신경제의 혁신 바람에 뛰어 들었다. 반면 일본인들은 80년대 동안 세계 최장의 제조업 경쟁력을 일구어 냈지만, 90년대엔 버블이 가져다 준 가공의 이익에 매달려 지난 10년을 살아 왔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을 아는 사람이 '지식이 돈'이라는 명제를 모를 리 없다. 그런데 어떤 기업엔 지식이 충만하고, 어떤 기업엔 지식이 고갈돼 있다. 개인도, 국가도 이런 차이는 쉽게 목격된다. 왜 그럴까?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은 그 자체로 각각 대형 연구과제이다. 이번에는 우선 지식이라는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부터 정리해 보자.
***지식의 3대 원천, 데이터. 의지. 능력**
지식은 데이터, 의지, 능력, 이 세가지 요소에 의해 생산된다.
첫번째, '데이터'는 지식 생산의 자료에 해당한다.
태초에 인간이 불을 발견했을 때, 그 자료는 반복되는 번개 현상과 돌을 부딪혔을 때 나타나는 불꽃 현상과 같은 데이터들이 인간의 기억 속에 입력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공기 단축을 위한 새로운 공법은 공기 지연을 초래하는 요인들에 대한 무수한 데이터들이 축적돼 있을 때 비로소 나오게 마련이다.
데이터에는 인간의 기억이나 사회적 관습과 문화와 같은 무형의 데이터가 있고, 실물이나 기록과 같은 유형의 데이터가 있다. 인간문명의 발전은 유형의 데이터 가운데서도 기록의 발견, 확산, 혁신에 의해 뒷받침된 것이다. 최근 인터넷과 정보화의 진전은 기록의 영역이 가상의 공간으로 확장돼 보다 많은 데이터를 보다 쉬운 방법으로 축적하고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두번째, '의지'는 지식 생산의 동인이다.
새로운 지식이 필요하다는 욕구가 있다. 그러나 욕구가 있다고 모두가 의지를 갖는 것은 아니다. 인간사회에 정착농경이 시작되기 전, 벼나 밀이 특정한 장소에서 매우 잘 자라고 있다는 데이터는 그래도 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늘상 굶주렸기 때문에 보다 손쉽게 양식을 조달해야겠다는 욕구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똑같은 데이터와 똑같은 욕구를 갖고 있었음에도 정착농경을 시도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같은 지방, 같은 마을, 같은 씨족에서도 그 차이는 두드러졌다. 그 결과 그들은 추장이 되었고, 이웃마을을 정복했고, 그들간의 항쟁에 의해 마침내 도시가 성립되었다.
세번째, '능력' 곧 지적 능력은 지식 생산의 도구이다.
그것이 신이 내린 것이든, 어떤 염색체의 돌연변이에 의한 것이든 지적 능력은 인간이라는 종을 특징짓는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는 데 걸맞는 지적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선천적으로 더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갖고 태어난다. 또 성장과정에서 지적 능력을 발전시킬 더 많은 기회를 부여받는 사람들이 있고, 그 전의 관찰이나 학습을 통해 지식 기반이 잘 갖추어져 지적 능력을 발휘하는데 더 능숙한 사람도 있다.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의 경험이나 사고방식, 성향에 비춰 안성맞춤인 공학분야에 종사하는 바람에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도 부지기수다.
그래서 인재양성의 왕도는 늘상 기회균등하의 경쟁원리여야 하고, 인재 운용의 왕도는 적재적소에 있다. 신분제가 사회발전을 가로막는 이유는 훌륭한 인재가 양반에서 날지 상놈에서 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공정한 경쟁을 해봐야 옥석을 가릴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성장한 인재들이 자기 분야에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줄 때 적재적소의 원리가 실현될 수 있다.
세 요소 어느 것이나 그 중요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못할 뿐이고,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하는 문제들이 구조화돼 있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못하는가? 어떤 구조가 그런 문제를 잉태하는가?
다음 회부터 구체적 실례들을 통해 그 해답의 일단을 찾아 보겠다.
<연재 순서>
(2) 지식 생산을 가로막는 사회
(3) 어느 고학력 실업자의 하소연을 읽고
(4) 지식을 파는 사람들
(5) 쉽게 얻은 지식은 값이 싸다
(6) 지식정보강국, 이거 맞나요?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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