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년 기념하는 신간들

[프레시안 books] <촛불의 눈으로 3.1운동을 보다> 외

한국 헌법 정신의 뿌리가 된 우리 역사 최대 규모의 인민 봉기였던 3.1운동이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3.1운동 100년을 기념하는 정치적, 사회적 논의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여러 문화 행사가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는 까닭이다.

3.1운동을 기념하는 신간도 집중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이 중 주목할 만한 신간을 꼽아봤다.

<촛불의 눈으로 3.1운동을 보다>(강경석 등 지음, 창비)

100년 전 3.1운동 이후 한국 현대사의 변곡점마다 민중의 저항이 도드라졌다. 우리 사회가 3.1운동을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 1987년 6.10항쟁, 2016~2017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촛불 집회) 정신과 연결해 재해석하는 이유며, 촛불 집회를 3.1운동 정신의 연장선에 놓고 '촛불 혁명'으로 달리 부르는 까닭이다.

<촛불의 눈으로 3.1운동을 보다>는 이처럼 우리 현대사 민중 항쟁의 정신에서 3.1운동을 새롭게 바라보는 여러 연구자의 노력이 담긴 집단 저술물이다. 100년 전 3.1운동을 단순히 일제에의 항거 혹은 민족주의적 저항 차원으로만 해석하는 것을 넘어, 지금 우리 시대에 3.1운동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새롭게 바라보겠다는 게 이 책의 목표다. 3.1운동을 촛불 혁명과 연결해 바라보는 이유다.

신뢰감을 주는 저자 7명이 책에 각자의 글을 실었다. 강경석 <창작과 비평> 편집위원, 김진호 제3그리스도연구소 연구실장, 김학재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HK교수, 백영서 연세대학교 사학과 명예교수, 오제연 성균관대학교 사학과 조교수, 이기훈 연세대학교 사학과 교수, 장영은 성균관대학교 한국학연계전공 초빙교수(가나다 순)가 그들이다.

저자들의 대담이 첫 번째 챕터에 실렸고, 뒤이어 저자들의 글이 각자 전공 주제와 3.1운동과 연결되어 수록되었다.

책의 목적이자 결론은 다음과 같다. ''(왕이나 일제가 아닌) 내가 대표'라는 3.1운동의 선언은 공화와 주체의 자각이라는 측면에서 우리 현대사의 시초이며, 촛불은 그 정치원리의 구현이자 정점이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3월 1일의 밤>(권보드래 지음, 돌베개)

우리는 쉽게, 너무나도 익숙하게 3.1운동을 정치적, 역사적, 민족적 맥락에서 해석하는 데 만족한다. 그 서사 역시 익숙하다. 2.28 선언이 있었고, 3월 1일 민족대표자 33인의 선언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서 만세 저항 운동이 일어났다. 일제는 잔혹하게 평화 시위에 나선 사람들을 진압했고, 그 과정에서 유관순 열사와 같은 숱한 위인이 목숨을 잃었다. 3.1운동의 결과 우리는 임시정부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일제에 저항하기 시작했고, 한편으로 일제는 문화통치라는 명목 하에 식민지 조선을 본격적으로 일본과 하나의 체제로 만들기 위한 시도에 나섰다.

권보드래 고려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는 이 굵직한 서사 사이에 빠진 다양한 이야기를 복원해, 이 시기의 여러 역사적 사건이 오늘날 갖는 의미를 되짚고, 결과적으로 3.1운동을 새롭게 조명하는 시도를 신간에 담았다. 그 시도는 문학사적 접근으로 이어지기도, 세계 민중사적 접근으로 이어지기도 하며, 1919년 3월 1일을 전후한 역사적 사건을 3.1운동을 기점으로 새롭게 바라보는 노력으로 맺어지기도 했다. 저자는 2000년 초 한 신문조서를 접한 사건을 계기로 3.1운동을 문학사적으로 조명하는 연구를 10년 넘게 이어왔는데, 이 충실한 책이 그 결과물이다.

만만치 않은 두께를 자랑하는 책은 총 16개의 챕터를 통해 우리에게 100년 전 사건을 깊이 있게 다시 공부하길 요구한다. 결과적으로, 독자는 여태 민족서사적 큰 흐름을 한번 훑는 것 이상으로 3.1운동을 알지 못했음을 깨닫게 된다. 3.1운동이 왜 한국 현대 민중 탄생의 출발점인지, 왜 3.1운동을 단순히 민족주의적 시각으로만 바라보아선 안 되는지를 책을 읽어가는 동안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왜 3.1운동 당시는 민족 대표로 나선 이들 중 일부가 그 후 일제에 부역하는 선택을 했는지도 더 깊이 알아볼 계기를 얻을 수 있다.

저자는 3.1운동이 불확실성과 즉각성, 혁명성 등에서 다른 어떤 혁명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가치를 지녔다고 높이 평가한다. 우리가 여태 몰랐던 3.1운동의 진면목을 알 수 있게 하는 책이다.

<3.1 혁명과 임시정부>(김삼웅 지음, 두레)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 공동대표)는 3.1운동을 3.1 혁명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역사적 맥락, 민중사적 맥락, 정치사적 맥락에서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이야기다. 헌법에 명기된 3.1운동과 한국의 관계를 어떻게든 단절하고픈 누군가에게는 마뜩찮은 이야기다. 한국 민중 사회는 현대사의 굵직한 민중 저항 운동을 헌법 정신과 연결지어 민주주의 체제로서 한국의 정체성을 강화해오고 있는데, 3.1운동까지 혁명으로 규정하는 건 이 같은 민주적 이행을 더 강화하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마치 임시정부를 우리 역사의 출발점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던 그들을 향해 일갈하듯, 책은 3.1운동을 전후해 100여 년 전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반민주적-반민족적 흐름도 짚는다. 이 같은 대내외적 반동의 움직임을 극복하고 민중이 자각해 지배체제에 저항했다는 점에서, 그 저항이 임시정부-한국 정부 수립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저자는 3.1운동을 마땅히 혁명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독립운동사 전문가인 저자는 3.1운동 전후를 기점으로 임시정부가 탄생하기까지, 여러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엮어 우리 현대사의 출발점을 재조명했다. 지난 10여년의 극우 보수 정부 집권기 정부 차원에서 행해진 반동적 시도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결기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100년 촛불: 3.1혁명부터 촛불혁명까지>(손석춘 지음, 다섯수레)

기자 출신 소설가이자 대학 교수, 사회운동가 손석춘이 3.1운동부터 촛불 혁명에 이르는 한국 100년사를 한 줄기로 꿰는 역사 소설로 재조명했다.

주인공은 대통령 탄핵 촛불 집회에 시아버지와 함께 참여한 계약직 노동자다. 주인공 화자의 입을 빌려 손석춘은 남편 집안 4대의 이야기를 3.1운동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 가정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역사적 인물이 평범한 가상의 인물과 함께 호흡하며 지난 100년을 숨 가쁘게 달려온 우리 민중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모습이 이어진다.

책이 3.1운동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유관순, 한용운에만 집중하지 않고 일제에 저항한 평범한 사람들, 예컨대 기생, 농민을 조명한 이유고, 안중군의 어머니 조마리아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다. 전태일 이야기와 동아투위 이야기가 이어지는 이유다.

이 책은 소설의 형식을 빌렸지만, 더 정확히 말해 우리 민중사를 읽기 쉽게 정리한 저술물이라고 불러도 된다. 앞서 소개한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3.1운동을 우리 현대 민중사의 출발점으로 잡고, 이를 통해 100년 후 촛불 집회에 이르기까지 민중의 민주적, 공화적 체제 수호 의지가 굳건히 이어져왔음을 새삼 깨닫는 계기로 삼자는 게 집필의 목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르포 교토 조선학교 습격사건-증오범죄에 저항하며>(나카무라 일성 지음, 정미영 옮김, 품)

지난해 말 나온 책으로 신간이라 칭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3.1운동과 이 책이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지금 우리 시대 맥락에서 짚어볼 책이다.

교토 히가시쿠조에 재일조선인 거주지역이 있다. 이곳에 조선제1초급학교가 있다. 한국의 극우주의자들에게도 배척받고, 일본인에게도 배척받는 이른바 민족계열 학교다. 학교는 60년 넘게 민족교육을 실시해왔다.

당연히 이 학교는 일본 극우주의자들의 표적이다. 행정부는 이 학교를 개발로 밀어내려 하고, 재개발로 이익을 보려는 신 주민들이 학교에 불만을 재기하고, 재특회와 같은 과격 단체는 이 같은 분위기를 타고 학생들을 공격한다.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저항한다. 하지만, 누구도 이들의 저항에 도움의 손길을 주지 않는다. 경찰은 묵인하고, 언론은 침묵하며, 지자체는 외면한다. 결국 학교는 가두시위에 나서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교토의 차가운 시선은 더 냉담해진다. 결국, 아이들의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게 된 조선인들은 더 아래로 숨어 지내게 된다. 일상은 파괴되고, 아이들은 상처입고, 교사들은 좌절한다. 이들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을 갖고 살아가기 위한 마지막 보루로 법에 호소한다. 결국 2014년 12월 9일, 대법원은 학교에 최종 승소 확정 판결을 내린다.

책은 2009년 12월 3일 조선학교 첫 번째 습격 사건부터 2014년 대법원 판결에 이르기까지 5년의 시간을 르포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피해 당사자, 변호인단, 지원자들을 인터뷰하고, 관련 정보를 취합해 조선 학교 구성원의 싸움을 생생히 정리했다.

습격 사건이 최초 발생한 2009년은 일본에서 한창 반북 정서가 강력해질 때다. 지금도 일본은 북한의 무장을 지렛대 삼아 자국 무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북미 관계가 해빙의 분위기를 맞아 파쇼적 움직임에 필요한 ‘조커’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베 정부는 이제 한국 정부를 자국 안보 위협으로 새롭게 재매김하려 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의 근원은 결국 증오다. 어떻게든 체제는 증오의 대상을 만들어낸다. 가공된 증오는 한편으로 특정 지배 체제의 안락을 강화하고, 더 많은 특정 소수자를 피해자로 만들어내기 마련이다.

이 책은 체제 전체가 소수자인 조선인 증오를 합리화한 일본 사회에서 외로움 싸움을 한 의로운 이들의 승리를 기록했다. 그 자체로 조명되어야 할 사건임에도, 이웃 한국에는 의외로 그리 알려지지 않은 사건을 이해하는 계기를 준다는 것만으로 가치가 있다.

이 책을 단순히 반일 정서 따위의 시각으로만 봐서는 안 될 이유다. 증오는 세계 곳곳에 만연했다. 당장 우리 사회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예멘 난민을 잠재적 성범죄자,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보고 쫓아내자는 헤이트 스피치가 만연했던 게 얼마 전이다. 여전히 북한을 증오의 대상으로, 증오의 에너지로 활용하려는 이들이 많다. 이 책의 피해자들이 3.1운동을 촉발케 한 우리 역사의 비극인 일제 강점기로 인해 탄생했다는 점에서부터 알 수 있듯, 독자가 세상을 단순한 눈으로 바라보지 않기를 저자는 희망할 것이다.

저자는 기자 출신의 프리 저널리스트다. 재일조선인과 일본 이주노동자, 난민 등 사회의 약자를 꾸준히 조명해왔다. 재일조선인 3세다.

<3.1 운동 일기>(김영숙 글, 장경혜 그림, 풀빛)

아동을 대상으로 3.1운동 전후사를 알기 쉽게 정리한 책이다. 책은 ‘푸른 눈의 독립 운동가’이자 국립 서울 현충원에 안장된 유일한 외국인인 프랭크 스코필드 박사를 조명했다.

스코필드 박사가 남긴 기록과 사진, 인터뷰가 책의 뼈대다. 그가 남긴 기록을 바탕으로 책은 3.1운동을 전후해 이 땅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어떤 독립운동가가 일제의 잔혹한 탄압에 의해 희생되었는지를 전한다. 3.1운동이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전개되었는가를 찬찬히 정리하는 한편, 대중의 기억에서 잊힌 역사적 인물 하나하나를 책 곳곳에서 조명한다.

스코필드 박사의 제자인 세브란스 의학 전문학교 학생들의 이야기, 독립선언문을 침대 시트 아래 숨겨 보호한 외국인 간호사 에스텝 등의 이야기는 주목할 만하다.

특히 책은 스코필드 박사가 취재한 덕분에 역사적 사실로 겨우 기록에 남은 일제의 제암리 학살 사건 등도 조명했다.

아동을 대상으로 낸 책이지만, 3.1운동 100년을 맞은 지금 부모와 자녀가 함께 봐도 괜찮을 법하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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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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