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트럼프에 108첩 식사 대접했지만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만한전석이 중국에게 주는 교훈

음식은 사회적 활동의 산물

최근 대중들의 음식을 소개하고 먹는 것을 보여주는 소위 '먹방'이 유행이다. '음식을 먹는 방송'의 줄임말인 먹방은 2008년 인터넷 개인 방송을 통해 처음 나타났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먹방이 대유행하며 최근에는 지상파 텔레비전에서도 먹방 콘텐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러한 변화의 이유는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먹방의 활성화에 대한 원인으로 환경적 변화를 꼽는다. 통신 환경 발전으로 인해 인터넷 속도가 개선되면서, 공유되는 정보는 데이터 량이 많은 문자, 그림, 영상 순으로 형식이 바뀌어가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 사용의 증가로 인간의 활동영역 확대와 취급 정보의 종류도 확대되었다.

통신 환경이 변화하면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급격히 확산되었으며,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일상적인 요소들이 콘텐츠화 되면서 '먹방'이 큰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먹방의 인기 요인에 대한 해석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간과하고 있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사람에게 있어서 일종의 쾌감이다. 먹는 행위로써의 쾌감은 단순히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음식을 섭취한다는 단순한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그 맛을 즐기고 누리는 과정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함으로써 관계를 공고히 하면서 발생하는 사회적 의미 또한 포함한다. 따라서 음식을 먹는 것을 관계적이며 복합적 형태의 행위로 해석할 필요성이 있다.

트럼프와 만한전석

2017년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하루 동안 자금성을 통째로 빌려 행사를 진행한 것도 회자거리였지만, 건륭제의 서재였던 삼희당(三希堂)에서 비밀회담 형식으로 진행된 차 회담도 주목을 받았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것들이 회자되었지만, 특히 주목받았던 것은 만찬과 관련된 화제였다. 건복궁(建福宫)에서 거행된 만찬에서 108가지 이상의 요리가 제공되는 만한전석(满汉全席)이 올랐기 때문이다.

만한전석의 기원은 청대(淸代, 1636∼1912)로 거슬러 올라간다. 만주(滿州)의 여진족이 기원인 청나라는 1644년 드디어 명나라를 멸망시킨다. 이후 청나라의 4대 황제인 강희제(1661~1722)가 중국 전국을 통일하였으며, ​276년 동안 왕조를 유지했다. 중국 최전성기를 이끈 청나라 제4대 황제 강희제(康熙帝)는 태평천하를 만들기 위한 일들을 많이 하였는데, 만한전석은 강희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만한전석의 최초 형태는 강희제는 회갑연(回甲)에 나온 음식이라고 한다. 회갑연 때 전국 65세 이상 노인을 2800명이나 궁궐로 초청해 이틀에 걸쳐 대대적인 연회를 개최했다. 이 연회에서 제공된 요리들은 만주족과 피지배계층인 한족의 음식이 총 망라된 요리들이었다. 이 때의 요리들이 체계화되면서, 건륭제 때 만한전석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따라서 만한전석의 사전적, 역사적 의미는 '융화를 위해 만족(滿族)과 한족(漢族)의 모든 진미를 모은 연회음식'라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만한전석이 갖는 상징적인 의미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만찬에 올라간 만한전석은 단순한 '융화'의 의미로 해석될 수는 없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만한전석은 만주족과 한족의 음식이 하나의 상에 조화롭게 차려져 있다는 외형상 특징으로 인해 양 종족 간의 융화를 의미한다. 그러나 그 당시의 지배계층인 만주족과 피지배계층인 한족이라는 사회적 관계에 따른 종족 간 위상 차이를 고려할 때 과연 평등한 화합이 되었을까?

또한 양 종족을 위해서 문무 대신 및 노인들을 초청해 성대한 연회를 거행했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황제국인 청 왕조의 위세를 과시하는 행사임이 분명하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해 만한전석을 대접한 일련의 행사와 분위기가 과거 강희제의 회갑연 분위기와 너무나 유사하다는 점이다.

2017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내어준 만찬은 마치 강희제가 노인들에게 만찬을 베풀었듯이 1946년생의 노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만한전석을 베풀며 중국의 발전된 모습을 대내외에 선전하는 모양새로 보인다. 특히 법적 구속력이 없는 2500억 달러어치의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 역시 선전용 선물로는 제격이었다.

물론 시진핑 국가주석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이 사건에 대한 해석은 더욱 확대되어 '중국이 세계 최강국 진입을 자축하면서 섣부르게 터트린 샴페인'으로 풀이될 수 있다. 최근 '일대일로'와 '중국제조 2025'에 대한 반 중국 정서가 확대되는 분위기 역시 만한전석 만찬 사건과 유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이 이어진 결과, 중국은 다음해인 2018년부터 미국과 무역분쟁으로 상당한 피해를 감수하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려던 미국이 드디어 칼을 뽑은 것이다. 아이러니한 전개 양상이다.

중국의 너무 이른 자축연에 대한 비판은 중국 내에서도 제기되었다. 그중에서도 지린(吉林)대학의 리샤오(李曉) 원장은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중국의 이러한 성급한 태도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는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교훈을 언급하면서 근본적인 제조기술에 대한 고민과 개발은 빠지고 거대해진 시장규모만을 이용하여 발전한 중국의 시스템 및 개혁개방의 성공에 우쭐대는 정서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만한전석의 순수한 의미를 찾아야

사실 현재의 만한전석은 과거와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대부분의 기록들이 불타거나 소실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만한전석은 새롭게 재탄생되어 많은 이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만한전석이 환영받는 것은 단순히 음식의 가짓수가 많거나 진귀한 재료를 사용한 요리이기 때문 유명해진 것이 아니다. 만한전석이 유명한 것은 수많은 요리들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요리들 간에 상승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중국의 요리 연구가들이 만한전석을 재탄생시키는 과정에서 조화로운 음식상을 만드는데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실제로 만한전석에서 차가운 음식들은 만주족의 음식에서 영향을 받았고, 따뜻한 음식들은 한족의 음식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해석에 따라 만한전석을 재탄생시켰다고 한다.

중국의 주변국에 대한 정책과 태도 역시 이러한 형태로 재탄생되어야 한다. 재탄생한 만한전석처럼 중국은 주변국과의 새로운 관계 구축을 위해 기존의 고압적 태도를 버리고 조화로운 관계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주변국과의 마찰을 줄이고, 상호보완적인 파트너를 확보하기 위해 허울뿐인 양보가 아닌 실질적 관계 구축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주변국과의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위해 중국은 새로운 시험대에 서야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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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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