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입양기관의 사법적 책임을 묻는다"

'추방 입양인' 아담 크랩서의 손배 소송 내용은...

'추방 입양인' 아담 크랩서가 한국 정부와 입양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 관련 기사 : 아담 크랩서, 대한민국과 홀트를 상대로 소송 제기한다)

해외입양된 입양인이 한국의 입양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며 정부와 입양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1953년 해외입양이 시작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크랩서(한국명 신성혁) 씨는 지난 1년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인권위원회 변호사들과 수차례 상담을 한 뒤, 정부와 입양기관을 상대로 자신이 겪어온 고통에 대한 책임을 묻기로 했고, 민변은 공동 대리인단(단장 : 김수정 변호사)을 구성하여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대한민국과 A입양기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수송을 제기했다. 크랩서 씨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됐다.

민변 아동인권위원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원고는 이번 소송을 통해 과거 위법한 입양절차에 따라 해외입양된 입양인들의 문제가 한국 사회에서 공론화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원고는 대한민국과 A기관에 대한 책임을 사법적으로 확인받아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기원하고 있다"고 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공동대리인단 또한 이번 소송이 단순히 개인의 고통에 대한 배상만을 청구하는 것이 아니라 고아호적의 허위 창설, 대리입양제도, 해외입양아동에 대한 전무한 사후관리, 과다한 입양수수료 이익 등 과거 한국의 해외입양제도가 가지고 있었던 문제점을 사법적으로 확인하고, 아동인권의 관점에서 해외입양의 중단과 불안정한 지위에 있는 해외입양인에 대한 대책마련을 촉구하고자 한다"고 이번 소송의 의미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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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이 크랩서 씨의 입양 사례를 근거로 문제제기하고 있는 지점은 다음과 같다.


1. 입양기관은 입양아동의 국적 취득을 사후 확인할 법적 의무를 저버렸다

크랩서 씨는 1979년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됐지만, 양부모로부터 정신적.신체적 학대를 당했으며, 1차 입양 가정 부모의 변심으로 파양 당한 후 시설과 위탁가정을 전전해야 했다. 그는 어렵게 2차 가정에 입양되었으나 또 다시 심각한 정신적.신체적 학대를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입양기관은 입양아동에 대한 사후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 민변은 "피고는 보다 근본적으로는 원고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였는지 확인하고 취득하지 못하였다면 국적취득을 위해 조치할 법적 의무도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입양기관이 입양특례법 등을 통해 강제하고 있는 법적 의무를 저버렸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크랩서 씨가 미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책임이 정부와 입양기관에도 있다는 것. 민변은 "원고는 40여년 만에 살던 곳에서 강제로 가족과 이별 당하고 주거지를 이전당하는 강제추방을 겪어야 했다"며 "원고와 같이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채 국적 불명상태로 불안정하게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해외입양인은 현재 약 2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원고와 같이 한국으로 추방되는 해외입양인 사례 또한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지난 2017년 또다른 추방 입양인인 필립 클레이 씨가 자살한 '비극'도 발생했다고 '추방'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강조했다.

2. 입양기관은 '친모'의 존재 알면서도 '고아 호적' 만들어 입양 보냈다

민변이 두 번째로 문제 삼고 있는 지점은 입양 당시 상황이다. 민변은 "A기관은 원고의 해외입양을 추진할 당시 원고에게 친부모가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기관은 원고에 대하여 허위로 '기아'로 호적을 만들어 미국으로 입양 보냈다"고 밝혔다.

민변은 "이는 입양절차를 간소화하고 고아를 선호하는 입양부모들의 선호도에 맞추어 보다 쉽게 미국으로 입양보내기 위해 만연했던 관행으로, 당시 형법 및 입양 관련법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3. 대한민국의 입양 관련법 자체가 위헌.위법한 제도

문제는 이처럼 위법하다고 볼 수 있는 행위가 국가의 '승인' 아래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민변은 "국가는 위와 같은 A기관의 위법행위에 대해 어떠한 관리·감독도 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대한민국은 A기관이 양부모를 대신하여 입양절차를 전적으로 대행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대리입양제도'를 법적으로 설계․허용했다"고 문제제기 했다.

민변은 "이에 따라 당시 미국에서 한국 아동을 입양하고자 하는 미국인 부부는 한국에 방문할 필요도 없이, 아동을 한 번도 만나지도 않은 채 한국의 입양알선기간의 대행을 통해 국내 모든 입양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했다"며 "대리입양제도는 헌법상 기본권인 인권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입양 및 아동 복지 관련 법에서 목표로 삼는 아동의 안전과 복리를 저해하고, 우리 헌법 및 국제인권조약에서 강조하고 있는 아동이익 최우선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위헌․위법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한민국은 A기관의 위법한 입양에 조력함으로써 A기관과 함께 원고를 비롯한 해외입양아동들을 아동학대 등 위험에 방치했다"고 말했다.

4. 과도한 입양수수료, 무리한 입양 추진의 원인

민변은 한국의 "위헌.위법한 입양 제도"를 기반으로 해외입양이 국가와 입양기관의 필요에 의해 지나치게 확대됐다고 인식했다. 민변은 "1958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으로 입양된 입양인 수는 11만1148명으로 추정된다"며 "위법한 수단까지 동원하여 무리하게 해외입양이 추진된 원인 중 하나로 한 아이 당 상당한 수준의 입양수수료(2009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을 상회하는 수준)가 입양알선기관에게 지급되었던 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한국의 해외입양제도가 산업화되었다는 비판이 국내외 학계와 언론에 의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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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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