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 회사 前 직원 폭로 "성범죄 영상, 지워달라고 하면 더 올렸다"

[프레시안-셜록-뉴스타파 공동보도] 전직 헤비업로더 인터뷰

양진호 위디스크 회장은 어떻게 '몰카 제국의 황제'가 됐을까. 양 회장이 처음 구속된 2011년으로 돌아가 보자.

그 해 8월, 검찰은 불법 영상물 업로드 조직 ‘누리진’이 위디스크와 파일노리 내에서 운영된 사실을 밝혀냈다. 웹하드 업체 대표가 업로드 조직을 비밀리에 운영한 사실이 드러난 첫 사건이었다. 이 사건으로 '누리진'의 실소유주 양진호 회장과 유OO 대표가 구속기소됐다.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바지사장'과 헤비업로더 등 11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대단한 사건처럼 보였지만, 결국 이 사건으로 실형을 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양 회장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했다. 양 회장의 부하 6명은 집행유예, 4명은 벌금형만 받았다. 웹하드 회사에 부과된 벌금도 2000만 원 이하로 경미했다.

당시 피고인들에게 당시 적용된 혐의는 저작권법 위반과 방조, 저작권료 사기 정도였다. 성범죄 영상물 불법 유통과 관련된 혐의는 일체 적용되지 않았다. 검찰도 법원도, 웹하드-업로더-필터링 회사가 손잡고 일을 벌이는 속칭 '웹하드카르텔'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몰랐으니 처벌할 수도 없었다.
▲ 양진호 회장. ⓒ공동취재팀

8년 전 끝난 사건을 느닷없이 다시 꺼낸 건, 당시 판결이 불러온 결과 혹은 파장 때문이다. 실형을 피한 뒤 양 회장은 자신감을 갖고 성범죄 동영상을 유통해 주머니를 불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웹하드 카르텔'의 중심에 섰다. 만약 2011년 '누리진' 사건 당시 성범죄동영상 문제가 제대로 처리됐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내가 성범죄 영상을 뿌렸다"(양진호 회사 소속 전직 헤비업로더)

<프레시안-셜록-뉴스타파> 공동취재팀은 최근 '누리진'에서 성범죄 영상물을 올리는 일을 했던 전직 헤비업로더 A를 인터뷰했다. 오랜 설득 끝에 인터뷰에 응한 A씨는 양 회장이 빠져나간 2011년 사건의 실체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누리진의 실체부터 누리진-위디스크-뮤레카로 이어진 성범죄 동영상의 유통구조까지, 그의 입에서 나온 얘기는 하나하나가 충격적이었다.

취재팀 : 양진호 회장 소유 회사에 어떻게 들어갔나요.
A씨 : 지인 소개로 '누리진'이란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누리진'은 양 회장이 비밀리에 운영하는 회사였습니다. 양 회장은 제게 '돈을 한 번 열심히 벌어봐라, 좋은 기회다'라고 말했습니다.
취재팀 : '누리진'에서 무슨 일을 했나요?
A씨 : 제 주요 업무는 ‘음지에 있는 성범죄 영상물을 구해 회원이 많은 웹하드(위디스크, 파일노리)에 뿌리는 일이었습니다. 양 회장이 시키는 대로 최선을 다 했습니다.
취재팀 : 주로 어떤 영상을 올렸나요?
A씨 : 영화, 드라마도 올렸지만 상당수는 음란물이었습니다. 한 60% 정도 됐던 것 같습니다. 나머지 40%는 드라마나 영화고요.
취재팀 : 올린 영상 중에 일명 ‘리벤지 포르노’라고 불리는 성범죄 영상물도 있었나요?
A씨 : 리벤지포르노 같은 음란물이 잘 팔렸습니다. 특히 '국노'라고 부르는 국산의 모자이크가 없는 영상, 즉 리벤지 포르노나 몰카 영상이 인기가 많았죠. 이런 것들(리벤지 포르노와 같은 성범죄 영상물이 담긴 하드디스크)은 다른 곳에 보관하지 않고 항상 옆에 뒀죠. 언제라도 올릴 수 있도록...제일 돈이 되니까요.
취재팀 : 어떤 방식으로 영상들을 모아서 올렸나요?
A씨 : 일본에 있는 어둠의 사이트들을 찾는 게 일이었어요. 다운을 못 받고 스트리밍으로만 볼 수 있는 경우에는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캡처(녹화)해서 또 올리고, 그러면 수익이 나고 그런 식이었습니다. 유료 가입이 필요한 경우에는 회사에서 돈을 지원해 줬고요. 하루에 1000건 이상 올렸습니다.”

"1인당 500개 아이디로 하루 1000 건 이상 업로드…"

취재팀 : 하루에 1000 건 이상 영상물을 업로드하는 게 가능한가요?
A씨 : 제가 일할 때 ‘누리진’ 직원은 4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각자 500개 정도의 아이디를 가지고 업로드 했습니다. 충분히 가능했습니다.
취재팀 : 아이디 500개를 어떻게 만들었죠?
A씨 : 개인 정보를 가지고 일일이 아이디를 만드는 게 아닙니다. 아예 우리가 위디스크 운영팀의 회원 승인 권한을 가지고 아이디를 막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누리진 직원들은 IP주소도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습니다.

A씨는 다량의 업로드를 위한 기술을 위디스크 측에서 지원해줬다고 말했다. 동영상 수천 개를 한 번에 위디스크나 파일노리에 업로드할 수 있는 툴을 위디스크에서 받아 활용했다는 것이다. A 씨는 "이 툴을 만들어준 곳은 위디스크 개발팀"이라고 증언했다.

A씨에 따르면 누리진이 당시에 벌어들인 돈은 상당했다. 누리진의 존재를 아는 사람들이 가끔 누리진을 찾아오면 '너네 몸값이 얼마인데 일어나서 인사를 하느냐. 인사하는 시간도 아깝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는 것이다. 인사할 시간까지 아껴 계속 업로드 작업을 하라는 뜻이었다. A씨는 한국 야동의 대부로 통했던 '김본좌'도 우스운 존재라고 표현했다. "누리진이 올리는 (음란물) 양에 비하면 김본좌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취재팀 : '누리진' 매출이 얼마나 됐나요?
A씨 : 누리진 직원 1인 당 한달 평균 1억5000만 원 정도 매출을 올렸어요. 누리진의 한 달 매출이 10억 원을 넘는 때도 있었습니다.

A씨는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가짜 IP와 부팅 USB를 활용하기도 했고, 아이디를 수시로 없애거나, 판매 수익을 일부러 소진하는 방법까지 사용했다는 것이다.

"1인당 아이디 500개를 쓰다가) 이후에 1인당 120개로 줄였어요, 아이디는 대략 2주 정도 사용한 이후에 없앴습니다. 그냥 탈퇴하는 거죠. 그런데 그것도 사실 밖에서 쳐다보면 굉장히 이상한 일입니다. 판매 수익을 올리고자 업로드를 해놓고선 돈을 출금하지 않고 바로 탈퇴를 해버리는 것이니…그래서 그 이후에 내려왔던 지시가 ‘위디스크, 파일노리에서 판매하고 있는 아이템들을 사라’는 거였습니다. 위디스크 파일노리에서 판매하고 있는 아이템들이 있어요. 목록에 색을 준다거나, 영상이 리스트 밑으로 밀리면 이를 끌어올리기 하는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금액만큼 전부 다 구입해요. 그리고 나서 탈퇴하는 거죠. ‘아이디 잔액이 10,000원 밑으로 떨어지면 탈퇴하라’는 오더가 있었습니다." A씨

"한달 순이익 10억 원...피해자 영상 삭제 요청은 무시"

A씨는 누리진 직원들이 특정 USB를 컴퓨터에 꽂아야만 업로드 화면이 나오도록 하는 컴퓨터 부팅용 USB를 항상 가지고 다녔다고 말했다. 수사기관의 눈을 속이기 위한 장치였다.

A씨 : 저희는 조금 되게 특수했던 게 뭐냐면, 부팅 디스켓을 다 따로 가지고 다녔어요, 부팅 USB를. 그 USB를 넣고 (컴퓨터를) 해야지만 업로드 프로그램과 모든 것들이 다 나오고, 그거 없이 부팅을 했을 경우에는 그냥 일반적인 프로그램이 나오도록 되어 있습니다.”
취재팀 : 압수수색이 두렵지 않았나요?
A씨 : 개발자들은 IDC(인터넷데이터센터: 서버 컴퓨터와 네트워크 회선 등을 제공하는 시설)를 다 이용하거든요. 수많은 컴퓨터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는 개발자밖에 모르거든요. 어디에 (자료를) 숨겨 놓고 다른 거 꺼내주면 경찰 입장에서는 어떻게 알겠어요? 모르죠.
취재팀 : 쉽게 말해 한 컴퓨터에 2개의 OS(윈도우 등)를 설치했다는 건가요?
A씨 : 그렇죠.
취재팀 : 그럼 부팅USB가 없으면 수사기관도 업로드 사실을 확인할 수 없겠네요.
A씨 : 네, 모르죠. 양진호 회장은 증거를 남기는 걸 굉장히 싫어했어요. 회사 자체에서 개발한 프로그램만 쓰게 해서 증거를 안 남기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수사기관을 상대로 상습적인 로비가 진행됐다는 얘기도 나왔다. A 씨는 "양 회장의 부하인 임모 씨가 로비를 맡았다"고 증언했다.

취재팀 : 수사가 시작되면 어떻게 했나요?
A씨 : 일이 터지면 제일 시급했던 게 뭐냐면 모든 사건을 성남지청으로 가지고 가야해요. 성남에 우리 편이 많으니까. 그동안 우리가 무언가를 먹였던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요. 서울중앙지검에도 라인은 있었어요. 첫 활약이 있었던 게 '누리진' 건이었는데, 그 때 빛을 발휘한 사람이 임OO씨였습니다. 저는 당시 조사받을 때 임OO 당시 이사가 제게 '이 건은 이렇게 얘기하면 돼'라며 일종의 매뉴얼을 알려줬어요.

A씨는 피해자들의 호소마저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는 분위기였다고 고백했다. 피해자가 성범죄 동영상 삭제를 요청해도 잘 들어주지 않고, 오히려 더 업로드 해 팔아먹었다는 것이다.

취재팀 : 성범죄 동영상 피해자들이 삭제요청을 많이 했을텐데요.
A씨 : 네, 맞습니다.
취재팀 : 요청을 받으면 삭제했나요?
A씨 : 그렇지 않습니다.
취재팀 : 기억나는 사례가 있나요?
A씨 : '일본 000' 영상이라고, 한국 여성들이 일본에 나가서 성매매를 하는 장면을 몰래 찍은 영상이 올라와서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그때 한 피해자가 전화가 했습니다. ‘지워달라, 지금은 가정 잘 꾸리고 잘 살고 있는데 너무 괴롭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취재팀 : 어떻게 했나요?
A씨 : 전화 끊은 다음에 윗사람이 내린 지시내용이 뭔 줄 아십니까? ‘야, 그 영상 빨리 올려’였어요. 삭제요청이 와도 저희는 '아, 알겠습니다'라고 하고선 계속 돈벌이로 이용하는 거죠.

공공연한 '사내 비밀 업로드조직 누리진'...필터링 계열사로 위장

디지털 성범죄 영상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양 회장의 계획은 치밀했다. 그는 먼저 업로드 조직인 누리진의 실체를 감추기 위해, 이 회사를 필터링업체로 둔갑시켰다.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필터링 업체 뮤레카와 누리진이 기술 계약을 맺게 하는 방식이었다.

취재진이 입수한 뮤레카와 누리진의 기술 계약서. 2010년 12월 만들어진 '저작권보호를 위한 해시값 및 동영상 DNA 데이터 제공 계약서'에는 '누리진이 뮤레카가 요청하는 저작물에 대해 해시값과 동영상 DNA 데이터 값을 제공한다'고 명시돼 있다. A 씨는 "이런 식으로 누리진을 필터링 관련 회사로 위장했기 때문에, 사내에서도 누리진의 실체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뮤레카로 올라오는 모든 자료들의 해시값(동영상 파일의 고유 정보)을 갖고 있어야만 필터링을 할 수가 있어요. 원본이 있어야 걸러내죠. (동영상)DNA와 해시값을 채취하는 외부 하청 업체가 있어야 된다는 게 뮤레카와 누리진의 계약 명목이었죠. 대외적으로는 뮤레카에서 다 하지 못하는 해시값 태그들을 누리진에서 채취를 해서 뮤레카에 전달해주는 계약이 돼 있었기 때문에, 누리진이 사실은 업로드 조직이란 걸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A씨

A씨는 심지어 "뮤레카 소속 직원이 필터링 우회 방법(필터링에 걸리지 않는 파일형식)까지 알려줬다"고 증언했다.

"뮤레카 직원인 OOO 씨가 필터링을 뚫을 수 있는 방법을 저희한테 알려줬어요. ‘이걸로 하면 걸리지 않는다’라면서. 뮤레카와 누리진이 사전에 다 입을 맞추고 일을 진행한 겁니다." A씨

인터뷰를 마치며, A씨는 자신이 유통한 성범죄 영상물의 피해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사실 그때는 죄책감이 없었습니다. 이번에 일이 터지고 난 다음엔 '아, 내가 그런 짓을 했었구나' 알게 됐습니다. 지금 와서 보면 피해자분들한테 굉장히 몹쓸 짓을 한 거죠. '누군가의 인생을 망쳐놓을 수 있고, 참 어마어마한 잘못된 일들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A씨

(<프레시안>-<셜록>-<뉴스타파> 공동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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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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