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조경철 전 강정마을 회장 등 강정마을 주민들과 활동가 총 6명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사건 발생 후 7년 만의 확정 판결이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지난 2012년 2월 27일 제주 서귀포시 강정포구에서 카약을 타고 제주해군기지 부지 내 이른바 '구럼비 해안'으로 들어가려다가 경찰들이 이를 막자 항의하며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제주해군기지사업단은 외부인의 무단출입을 차단하기 위해 해안선 1.53킬로미터 구간에 이중으로 윤형철조망을 설치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었고 강정마을 주민들은 환경오염 실태를 감시한다는 목적으로 카약을 타고 구럼비 바위를 비롯한 해군기지 건설예정지를 순찰해왔다.
이에 경찰은 구럼비 바위 발파를 앞두고 출입을 차단하고자 강정포구 주변에 기동대 등을 대거 배치해 강정포구 해안을 원천봉쇄했다.
재판에서는 경찰들이 강정포구를 원천봉쇄한 조치가 '경찰관직무집행법'에 근거한 행정상 즉시강제로서 적법했는지가 쟁점이 됐다. 경찰이 당시 강정마을 주민들이 카약을 타고 출항하는 것을 차단한 것이 적법한 공무집행이라는 전제 하에 이들이 기소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형법상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 한해 성립하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1심은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경찰의 강정포구 원천봉쇄 조치가 법률상 요건과 절차를 갖췄다고 볼 수 없다"면서 "당시 원천봉쇄가 사전 고지 없이 갑작스럽게 취해진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주민들에게 미리 고지하지 못할 정도로 사태가 절박하거나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주민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도 "경찰의 봉쇄조치는 적법한 직무집행으로 평가될 수 없다"며 "주민들의 행위를 당장 제지하지 않으면 인명·신체에 위해를 미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을 만큼 절박한 사태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1심과 같이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경찰이 범죄예방을 위해 긴급하게 제지해야 하는 상황의 적법한 직무집행으로도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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