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최영애입니다.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세계 최장기 굴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파인텍 고공 농성장을 찾아 농성자들을 위로하고 국회와 정부에 적극적인 문제 해결 노력을 촉구했다.
농성 412일째인 이날 최 위원장은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내 파인텍 고공농성 현장을 방문했다.
최 위원장은 굴뚝에서 농성 중인 박준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사무장과 전화 통화를 했다.
굴뚝 위에서 인권위원장의 전화를 받은 박 사무장은 아래를 내려다보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최 위원장은 "늦게 와서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얼른 좋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박 사무장은 최 위원장의 방문을 환영하면서 "시간이 오래 지나다 보니 몸이 좋을 수는 없지만 많은 시민단체와 종교, 노동계에서 힘을 모아주고 있다"며 "이렇게 찾아와 주셔서 감사하다. 최대한 잘 견뎌서 열심히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좋은 일이 이뤄지도록 인권위가 노력하겠다"며 "내려오실 때 건강한 모습으로 뵙길 바란다"고 했다.
최 위원장은 박 사무장과 통화하기에 앞서 지상 농성 텐트에서 시민사회 중진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김중배 전 MBC 사장은 "파인텍 사태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기본적이고 기본적인 인권의 문제"라며 "국가인권위원회가 민주화 운동 과정을 통해 설립됐던 그 취지 그대로 이 사태에 접근해 선명하고 구체적인 메시지를 전달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곽노현 전 교육감도 "저 위에 계신 분들은 사용자 측의 노조 불인정, 노사 합의 불이행 등 불법 의지에 맞서 노동 인권을 온몸으로 수호하시는 분들"이라며 "인권위는 인권 수호자들의 수호기관인 만큼 저 굴뚝 농성자들을 노동 인권 수호자로 지정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최 위원장은 "412일을 저 높은 곳에서 외롭게 놓여있는 상황은 더 이상 한국사회에서 용인되거나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며 "연내에 이 문제가 타결돼서 저분들이 저 높은 곳에서 내려오고 이 땅에 발을 디뎌 동료들과 얼싸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국회, 관련 부처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후 목동 스타플렉스 본사로 이동해 19일째 연대 단식 중인 차광호 파인텍 지회장을 만났다.
그는 단식농성장 방명록에 "오늘의 단식이 내일의 단비가 되어 노동인권이 무럭무럭 자라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힘내시고, 지지합니다"라고 적었다.
앞서 차 지회장은 지난 2014년 경북 구미에서 408일간의 굴뚝농성 후 공장 정상화와 단체협약 체결 약속을 받고 내려왔다. 그러나 이같은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박 사무장과 홍기탁 전 지회장이 굴뚝에 올랐고, 성탄절인 지난 25일 굴뚝 농성 409일차로 차 지회장의 농성 일수를 넘어서 '세계 최장기 굴뚝 농성' 기록을 세웠다.
지난 27일 김세권 스타플렉스 사장 등의 요청으로 처음으로 노사가 만나는 자리가 열렸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2차 교섭은 오는 29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진행된다.
최 위원장은 이날 마지막으로 성명을 내고 "만시지탄이지만 지난 27일 파인텍 고공농성 해결을 위한 노사 간 협상이 시작된 것에 대해 환영하면서, 내일로 예정된 제2차 교섭에서 노사가 그동안 쌓은 불신과 편견을 털고 전향적인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파인텍지회 문제는 단순한 노사 문제라기보다는 기업의 구조조정, 폐업 등 과정에서 반복되고 있는 노사 갈등을 예방하고 조정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가 미흡한데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일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이 헌법상 주어진 권리를 주장하기에는 지극히 어렵다는 것을 말해준다"며 다시 한 번 정부와 국회 등에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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