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양심적 병역 거부 수감자 중 90%가 한국인"

국회 "양심적 병역 거부 구체적 논의 방향 모색해야"

최근 유엔인권이사회(UNHRC)가 감옥에 있는 전 세계 양심적 병역 거부자 중 90% 이상이 한국인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지적하면서 국내에도 양심적 병역 거부와 관련된 논의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상황에서 국회 입법조사처가 양심적 병역 거부와 관련된 제도 개선 논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9일 <이슈와 논점> 693호를 통해 "국내외적인 논의 현황을 볼때 향후 병역거부권 인정에 대한 정치, 사회적인 논의는 불가피해보인다"며 "이미 우리 정부에서도 이에 대한 제도 도입을 검토한바 있는만큼 보다 구체적인 논의 방향을 모색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 2008년 경찰의 촛불집회 강경 진압 명령을 거부하고 전의경제 폐지를 위한 농성에 돌입했던 '양심적 병역 거부자' 이길준 의경(왼쪽 두번째)이 서울 중랑경찰서로 자진출두해 전투경찰설치법 위반혐의로 체포되고 있다 ⓒ뉴시스

10년간 감옥 간 사람만 5600여 명…전세계 수감자 90%가 한국인

입법조사처가 제출받은 병무청 자료에 따르면 2013년 6월 13일 현재까지, 최근 10년간 종교나 개인적 신념상의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은 6090명이다. 형 확정자는 5695명으로 93.5%에 달하고 있다. 이중 징역을 산 사람은 5669명으로 전체의 93.1%다. 10년간 5600명 이상의 사람이 양심적 병역 거부로 감옥에 갔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현재 감옥에 수감된 사람은 몇 명일까? 가장 최근의 통계로는 유엔인권이사회가 2012년 실태를 분석해 지난 6월 3일 발간한 '양심적 병역 거부에 관한 분석보고서(Analytical Report onConscientious Objection to Military Service)'가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감옥에 수감중인 전 세계 양심적 병역 거부자는 723명이고 그 중 한국인은 669명(92.5%)이었다.

관련해 입법조사처는 "대부분의 선진국이 모병제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과 군사적 충돌 가능성의 정도, 국내 정치사회적 요인 등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자칫 한국이 세계적으로 '양심적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하고 있는 국가로 인식될 우려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병제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대하는 제도가 꾸준히 개선됐다는 일각의 주장 등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입법조사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언론보도와 같이 병역 거부에 대한 인정 여부와 대체복무제의 도입에 대한 논란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며, 이에 따라 병역 거부와 관련한 보다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양심적 병역 거부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과 관련해 "병역 거부자의 인권보장에 대한 가장 뚜렷한 대립명제는 한국이 처해있는 안보적 특수성이라고 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대립의 본질에는 '(현재 수감중인) 700여 명에 불과한 병역 거부자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병역 거부자 판별을 위한 구체적인 제도적 장치와 운용방안, '양심'의 범위에 대한 논의 등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도 2005년 양심적 병역 거부권의 인정과 대체복무제의 도입, 그리고 대체복무의 인정여부를 판정할 기구와 절차의 수립 등을 권고한 적이 있다. 2007년에는 국방부 역시 대체복무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을 밝히기도 했다. 국회에서도 양심적 병역 거부와 관련한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이 17대 2건, 18대 2건, 19대 1건이 발의됐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같은 법안들은 대체 복무 요원의 편입 결정을 위한 기관 설치, 대체 복무 요원의 복무 업무,대체 복무 요원의 복무 기간, 복무이탈시 벌칙조항, 부정한 방법으로 인한 양심적 병역 거부자 인정시 처벌 조항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토대로 국회도 본격적인 논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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