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에 앞서 다소 수척한 모습으로 법원에 등장한 안 전 지사는 '심경이 어떠냐'고 묻는 취재진 질문에 "죄송하다.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짧게 답변한 뒤 법정으로 들어갔다.
안 전 지사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홍동기)는 이날 첫 항소심에서 검찰의 항소 이유와 변호인의 주장을 들었다.
검찰은 "원심은 이 사건의 본질에 대해 판단하지 못했고 실체적 진실에도 접근하지 못했다"며 "이 사건의 본질은 권력형 성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법원의 일관된 법리와 어긋나게 '위력'을 축소해 해석했고, 여러 물적 증거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이유 없이 배척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조병구 부장판사)는 지난 8월14일 안 전 지사에 대해 '위력이 존재는 했지만 행사되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안 전 지사 측은 무죄라고 본 1심 판결이 정당하다면서 검찰 항소를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전 지사 변호인은 "수직적·권력적 관계가 존재는 했지만 그게 곧 추행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 1심 판단은 타당하다"며 "'위력'에 대한 1심 판단도 적절했다"고 밝혔다.
안 전 지사 측은 또 안 전 지사의 수행 비서였던 김지은 씨에 대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는 1심 판단도 정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는지 엄격하게 판단하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니"라고 했다.
이날 재판은 공소사실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을 밝히는 모두진술 외에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비공개 재판 때는 피해자 김지은 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여성·시민단체 회원들은 법정에 들어가는 안 전 지사를 향해 '유죄', '미투 강연 왜 했냐'고 적힌 옐로카드를 내밀며 "안희정을 구속하라"고 외쳤다.
재판부는 네 차례 비공개 공판준비기일을 연 뒤 뒤 2019년 2월1일 2심을 선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안 전 지사 재판이 열린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312호 법정의 바로 옆인 311호 법정에서는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을 조작한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 재판이 진행됐다. 김 지사는 '안 전 지사와 정치적 동지였는데 오늘 피고인 신분으로 함께 법정에 서게 된 심경이 어떠냐'는 취재진 질문에 "저도 제 재판받기 바쁜 사람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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