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하철 기관사 자살, 산업재해로 인정돼

고 황선웅 기관사 사례…"고 이재민 기관사 소송에 영향 줄 듯"

생전에 정신 질환 판정을 받지 않았더라도, 지하철 기관사가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했을 경우 산업재해로 인정된다는 근로복지공단의 판정이 나왔다. 지난 1월 19일 공황장애 등의 증상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황선웅 기관사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24일 "산업재해로 인정된다"고 유족에게 통보했다. 공황장애 판정이 없었음에도 산재로 인정된 것으로는 첫 사례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앞서 지난 19일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산재법 시행령 제36조(자해 행위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3항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 행위를 했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따라 황 기관사의 경우 산재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고(故) 이재민 기관사의 산재 승인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황 기관사와 같은 회사(서울도시철도공사) 소속이던 이 기관사 역시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지난해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스트레스가 있었다는 사실 일부는 인정했지만, "사망 사고 전 공황장애의 진단이 없"고 '시급한 치료를 요하는 상태'가 아니었다는 이유로 산재 승인을 거부했다.

이번 근로복지공단의 판정과 관련해 '노무법인 필'의 유상철 노무사는 "황 기관사의 경우는 생전에 정신질환을 앓았고, 시급한 치료가 필요했다는 사실이 인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전에 의학적 확진을 받지 않았음에도 산재로 인정된 황 기관사의 사례가, 이재민 기관사 유족이 서울행정법원에 낸 '산재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기의 지하철 기관사
① "동료들 연이어 자살…이젠 나도 날 못 믿겠다"
② 사람 잡는 1인 승무제…공황장애 15배, 트라우마 8배
③ 192명 사망 '대구 참사', 승무원 1명만 더 있었어도…
④ 자살한 기관사의 마지막 기록, "미친 듯이 지적 확인"
⑤ 업무 관련 스트레스로 기관사 자살, 산재 아니다?
⑥ 어느 기관사의 죽음…진단서 없어 산재 아니다?

▲ 황선웅 기관사에 대한 산재 승인 처분이 나왔다. ⓒ프레시안(박세열)

생전에 의학적 확진 받지 않았어도 산재 인정 사례…이재민 기관사도?

16년 경력의 서울도시철도공사(5·6·7·8호선) 소속 지하철 기관사였던 고 황선웅 기관사는 지난 2012년 9월 출입문 가방 끼임 사고를 당했다. 이후 황 기관사의 사고 사례는 교육 자료로 작성돼 동료 기관사들에게 반복적으로 전파됐다. 황 기관사는 사고가 난 지 약 4개월 후, 출근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동료들은 황 기관사가 출입문 가방 끼임 사고 후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보였다고 증언했다. 특히 황 기관사 사례가 '기관사 잘못'의 대표 사례처럼 반복적으로 교육된 부분이 황 기관사에게 정신적인 불안감을 가중시켰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와 함께 서울도시철도공사의 기관사 1인 근무 시스템, 장기간 지하 근무 등의 열악한 여건이 여론의 관심을 끌었다.

이번 산재 판정과 관련해 유상철 노무사는 "황 기관사의 개인 사례와 함께 지하철 기관사가 타 직종에 비해 스트레스가 높은 직종이라는 점, 과거 지하철 기관사 직종에서 자살 사례가 있어 왔다는 점 등이 폭넓게 인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황 기관사 사례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첫째, 사전에 정신 질환 확진을 받지 않았더라도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지하철 기관사의 근무 환경 및 통제적 조직 문화가 정신적 스트레스 및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유상철 노무사는 "앞으로 유사한 사례에서 산업재해가 인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 노무사는 고 이재민 기관사 유족이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 기관사 역시 황 기관사의 사례처럼 동일 업종에서 동일한 통제를 받았다는 정황들이 있다"며 "일단 유족 측에서 황 기관사 사례를 토대로 법원에 적극적인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이고, 법원의 적극적인 해석 역시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 노무사는 특히 "정신질환 확진 판정이 없었던 것도 중요하지만 아차 사고(사상자가 발생할 뻔한 사고) 발생 후 비난 형태의 교육을 지속하는 등 통제적 조직 문화와 인사 정책의 결과가 원인이 됐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