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치매설'도 되는데 '김정은 만세'는 왜 안돼?

[기자의 눈] '김정은 파이팅'

KBS 시사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에 '김정은 위인 맞이 환영단'의 김수근 단장 인터뷰가 방송된 후에 극우 및 보수 정치권을 중심으로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최근 '백두칭송위원회'를 필두로 이런 저런 작은 단체들을 적극 '발굴(?)'해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관심을 두지 않으면 그럭저럭 활동하다 잊힐 단체들이다. 일부 단체의 행태를 적극적으로 이용, 이슈화하려는 모습이다. 그 목적은 짐작할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폄훼하고, 북한을 악마화, 희화화 하겠다는 의도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지난 4일 <오늘밤 김제동>에서 방영된 인터뷰를 봤다. 김수근 단장이 "우리 정치인들에게 볼 수 없는 모습을 봤다. (김 위원장의) 겸손하고, 지도자의 능력과 실력이 있고, 지금 (북한) 경제발전이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정말 팬이 되고 싶었다"고 말한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김 단장은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에 박근혜 전 대통령도 대통령이 되고, 시진핑 (중국 주석)이나 푸틴(러시아 대통령)은 20년 넘게 하는데 왜 거기는 세습이라고 이야기 안 하느냐"고 주장했다.

그는 "평양 시민들을 만날 수 있다면 '왜 그러세요?', '이렇게 살아도 좋으세요?' 왜 김정은 위원장을 지도자로 인정하는지 직접 묻고 싶다"고도 했다.

김 단장은 "광화문 서울 한복판에서 어떻게 '공산당이 좋아요라고 외칠 수 있냐' 이렇게 물으시는데, 저는 어떻게 정상적인 나라에서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왜 공산당이 좋아요' 라고 외칠 수 없나 이렇게 되묻고 싶다. 저는 그걸 이야기하면서 (금기를) 깨고 싶었고 우리나라 사회가 어느정도 왔을까? 나를 잡아갈까? 그런 걸 한번 보고싶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날 <중앙일보>는 "KBS '오늘밤 김제동' 김정은 찬양 여과없이 방송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를 보면 KBS 공영노동조합은 5일 성명을 통해 "공영방송 KBS가 보도할 내용이 맞는가. 마치 북한 중앙방송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고 비판했다고 한다. KBS 공영노조는 KBS의 제3노조로, 보수 성향으로 평가받는다. KBS 공영노조는 "국민 모두로부터 수신료를 받아 운영되는 국가 기간방송이 어떻게 현행법에 반국가 단체로 규정된 북한의 김정은을 일방적으로 찬양하는 발언을 그대로 방송하는가"라고도 비난했다.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은 "문 대통령이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국민이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정말 쌍수로 환영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김 단장 발언을 내놓았다"고 주장하면서 "민영방송도 아니고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에서 이처럼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준다는 건 전파 낭비"라고 했다.

이는 절반만 맞다. 이 방송 패널로 출연한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과 신지예 녹색당 공동위원장이 해당 발언을 두고 토론을 했다. 공영방송이 "주장을 그대로 받아준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고, "김정은을 일방적으로 찬양하는 발언"만을 그대로 방송한 것도 아니다.

그런 잣대로 굳이 따지자면 김정은을 일방적으로 찬양하는 발언은 최근 <조선일보>가 지면으로 가장 많이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고 <조선일보>가 '김정은을 찬양하는 발언을 일방적으로 인쇄하고 있다"고 비난하진 않는다.

백두칭송위원회든, 김정은 위인 맞이 환영단이든, 이런 단체가 생기고 또 목소리를 내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민주묘총이 생기고, 전견련이 깃발을 들고 콜플(콜드플레이) 예매 성공자 연합이 분기충천하는 일처럼 별 일이 아닌 것이며, 지극히 일상적인 일이다. 쥐 그림을 시내에 붙였다는 이유로 기소당하고, 닭을 묘사했다는 이유로 화가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시절로 돌아가자는 게 아니라면 백두 칭송을 하든 위인을 맞이하든 뭐가 문제될까 싶다.

최근 '문재인 치매설', '문재인 간첩설', 유류저장소 화제의 북한 연루설 등 다양한 유투브 가짜뉴스들에 대해 경찰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삭제를 요청한 일이 있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삭제 거부 결정을 냈다. 표현의 자유란 이런 것이다. '문재인 치매설'도 되는데, '공산당이 좋아요'가 안될 이유가 있을까. '문재인 치매설' 같은 걸 주장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그 사람의 입을 막아선 안된다. 진보 단체인 '오픈넷'은 "이번 결정은 정부, 여당의 과도한 가짜뉴스 대응에 제동을 걸고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의 근본적 의미를 숙고한 것으로써 환영할 만하다"고 했다.

물론 <중앙일보>나 <조선일보>가 '김정은 위인 맞이 환영단'이나 '백두칭송위원회' 같은 단체를 밀착취재하는 이유가, 이들의 입을 막자는 것은 아니리라 생각된다. 오히려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그들에게 '위안'을 줄 것이고 이들의 활동이 더 커졌으면 하는 바람도 내심 있을 것이다. 이용 가치가 있으니까. 다만 백두칭송위원회를 국민에게 적극 소개하는데 열을 내는 자유한국당의 의도는 잘 모르겠다. 과거 이들이 정권을 잡았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진짜로 '백두칭송위원회'의 입을 막고 감옥에 보내고 싶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자유한국당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겠다고 한다고 해도 이상하진 않다.

김수영의 시 '김일성 만세'가 포함된 신판 김수영 전집이 나온 게 지난 3월이었다. 무려 1960년에 쓰여진 시다.(당시 '잠꼬대'라는 제목으로 발표하려 했으나, 실제 발표하진 못했다고 한다.) '김일성 만세'가 인쇄된 출판물이 나왔다. 소설가 김영종의 <거대한 뿌리, 그리고 김일성 만세>의 추천사를 쓴 소설가 공선옥은 "그 사람들에 의지해서 나는 지금 소심하게나마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기대어 '김정은 파이팅'을 외쳐본다"라고도 했다.

김정은 찬양이 불편한 이들이 김수영의 시를 다시 한번 읽어봤으면 하면서, '김제동 파이팅', 아니 '김정은 파이팅'이라고 외쳐본다.

'김일성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언론의 자유라고 조지훈이란
시인이 우겨대니

나는 잠이 올 수 밖에

'김일성 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정치의 자유라고 장면이란
관리가 우겨대니

나는 잠이 깰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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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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