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3법' 미루던 한국당 '유치원 3법' 내용 보니...

정부 보조금·지원금과 학부모 부담금 분리 골자

2018년 국정감사 '핫이슈'였던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와 관련, 자유한국당도 자체 입장을 담은 법안 개정안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박용진 3법'을 당론으로 발의하고 통과를 촉구한 지 한 달여 만이다. 한국당은 '박용진 3법'에 비해 누리과정 지원금에 대한 회계 기준을 덜 엄격하게 적용하자는 입장이다. 다만 사립유치원 측이 요구해온 '시설 사용료' 부분은 제외됐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함진규 정책위의장, 국회 교육위원회 한국당 위원들은 3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자체적으로 마련한 유치원 3법 개정안 내용을 밝혔다.

교육위 한국당 간사인 김한표 의원은 법안 설명에서 "유아교육법은 사립유치원의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해 '사립유치원 회계'를 설치하고 (이를) 국가지원회계와 일반회계로 분리하는 것이 골자"라며 "국가지원회계는 재원의 근원이 세금인 국가·지방자치단체 보조금, 지원금, 유아교육법 24조의 학부모지원금(누리과정 지원금)을 포함하며 이는 정부의 철저한 감시를 받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박용진 3법'에서는 누리과정 지원금 등도 '보조금'과 같이 유용시 환수 및 횡령죄 처벌 등이 가능하도록 한 것과는 구분되는 대목이다. 이 부분에 대해 한국당 교육위원인 전희경 의원은 "지원금을 정부 보조금으로 하고 보조금법 적용을 받게 하면, 지원금이라는 바우처 정신을 정부가 포기하겠다는 선언이 되면서 회계 독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처벌 일변도로 가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며 "(사태를) 연착륙시키고 유치원 대란을 막아야 하는 정부의 책임 방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단 김한표 의원은 "학부모지원금의 경우에도 교육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위반시 벌칙을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저희 유아교육법 개정안을 보면 '사립유치원의 장은 지원받은 교육비, 교육비라 함은 보조금, 지원금, 누리과정 등인데, 이것을 교육 목적으로 사용하고 위반시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을 신설했다"고 강조했다.

재원이 세금이 아닌, 학부모들이 낸 부담금의 경우 한국당은 "일반회계"로 관리하되 다만 "유치원 운영위원회 자문을 의무화해 학부모 감시·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국가지원과 일반회계는 (모두) 에듀파인을 이용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식으로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자는 방안을 내놨다. 이 역시 '박용진법'에서는 사립유치원의 모든 회계를 일괄적으로 에듀파인 기준에 맞게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보다 다소 완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당은 다만 "사립유치원의 위반사실을 공표하는 조항을 신설했다"며 "법률과 시행령 등에 중대한 위반 사실이 발생할 경우 인터넷 홈페이지에 (이를) 공개해 학부모의 알권리를 확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단 위반사실 공표 전 소명 기회를 부여하는 영유아보육법을 준용"한다고 이들은 덧붙였다.

한국당은 또 학교급식법 개정안에서는 "사립의 경우 원생 300인 이상인 경우 학교급식법 적용을 받도록 하는 것"을 제안하고 "이는 학교 수준의 규모를 고려해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에서다. 참고로 박용진 의원 안은 전체 유치원을, 정부 안은 '200인 이상'을 대상으로 한다는 입장인데, 사립 전체에 학교급식법을 적용할 경우 급식 공간과 시설, 영양교사 확보 등 시설비·인건비 막대한 재원 소요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사립유치원들이 주장하던 시설사용료 지급 부분은 한국당 법안에서도 빠졌다. 김 원내대표는 "분명히 하겠다. 시설사용료 부분은 법안에 명시하지 않았을 뿐더러, 이 문제는 정부적 차원에서 시행령 등을 통한 논의와 판단이 있을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당은 원내지도부와 정책위, 교육위원들을 중심으로 전날까지 7차례나 회의를 하고 비공개 의총까지 열어 법안을 논의해 왔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로부터 시설사용료를 지급하거나 또는 수리비 등의 항목으로 우회 지원이라도 하자는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자칫 한국당이 사립유치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 최종안에 이를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와 김한표 간사는 "오늘 즉시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며 "정기국회 내 법안 처리가 완성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간사는 별도로 "학부모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사립유치원이 폐원 등을 유보해주기를 거듭 호소한다"고 당부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유치원 3법 개정안의 교육위 법안심사소위 활동 심사 내용을 공개해서 중계방송으로 국민적 판단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제안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통상 비공개로 진행되는 법안소위를 공개하자고 한 것은 이례적이다. 정보 공개는 유권자의 알권리 실현을 위해 중요한 원칙이지만, 법안 처리 속도에는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한국당의 유치원 3법 법안 공개는 민주당의 파상공세 속에서 나왔다. 이날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박용진 3법이) 한 달이 되도록 논의조차 안 되고 있는 이유는 여야 5당 중 한국당만 반대하기 때문"이라며 "한국당은 한유총을 위해서 시간끌기를 하지 말라. 여야 합의 때 한국당도 사립유치원 관련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기로 분명 약속하지 않았느냐"고 비판했다.

법안 대표발의자인 박용진 의원도 이날 아침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법안이 나온 지도 벌써 한 달 가까이 됐는데 왜 대한민국 국회는 이 법을 아직도 못 다루느냐"며 "한국당이 '우리 법안 나올 때까지 기다리라'며 발의되지도 않은 법안을 병합심사하자는 난데없는 주장을 한 뒤에 아직도 법 발의를 안 했다. 저는 정말 속이 시커멓게 타고 있고 국민들도 답답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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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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