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향민 청년 "아오지탄광, 그런 곳인줄 한국와 첨 알았다"

[기고] 북한을 제대로 바라보기 위한 제언

한동안 다양한 출신의 북향민('북한이 고향인 사람'의 줄임말)들을 만나면 "현재의 북한에 대해 우리 사회가 주로 무엇을 어떻게 잘못 알고 있는가?" 라는 식으로 묻곤 했다. 그러면 대부분 "잘못 아는 수준이 아니다. 너무 모르기 때문에 그저 기가 막힐 뿐이다"는 식의 대답만 돌아왔다.

북한의 악명 높은 "아오지 탄광" 부근에서 살다가 탈북한 30대 초의 북향민은, 아오지 탄광이 "그런 곳이었는지 한국에 와서 처음 알았다"고 한다. 20세기 중반, 잠시 정치범 수용소 역할을 했었던 것 같지만, 이후 자신이 그 근처에 살 때는 직장으로서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다른 곳에 비해 처우 수준이 좋고 해서 서로 들어가려 할 정도였다는 것이다.

북한 인민군 출신의 북향민에게 "인민군은 10년 동안 복무하니까 그야말로 '싸움의 신'정도 되지 않았을까?"라고 질문했다. 그랬더니 어이없다는 웃음과 함께 "현재 북한 인민군은 사실상 군인이 아니라 노동자다. 경제난으로 인해 기름도 없어 탱크나 기갑차 등을 가지고 훈련할 일도 거의 없고 또 총을 쏠 일도 없으니 허구한 날 동원 나가 삽질이나 하면서 빈둥빈둥 시간 때우는 게 주요 일과다. 이걸 어떻게 군인이라 할 수 있겠는가?"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북향민들은 거의 한결같이 "한국 사회는 지금의 북한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아직도 옛날 6.25때 싸웠던 생각에 사로잡혀 두려워하거나, 막연하게 북한은 공산 사회주의라는 것 때문에 무서워하고 있다. 그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평양에서 개최된 남북 공동선언 10주년 기념행사에 참가한 남측 정치인들에게 당시 북측 관계자는 "한국은 아직도 우리 공화국에 대해 이러저러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그거 벌써 반 세기 전의 일이 아닌가?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데 우리 공화국에 대해 너무 옛날 생각만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식의 뼈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고 한다.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

북한에는 두 개의 "당"이 존재한다고 한다. 하나는 북한의 집권 "노동당"이고 나머지 하나는 물건을 사고파는 "장마당"이다. 그런데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노동당보다는 장마당의 힘이 점점 더 세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북한에는 자녀들에게 과목마다 과외 선생님을 붙여 주는 가정이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라서 해외에 나가 막노동이라도 해서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저런 이유 등으로 인해 중국의 동북지역은 이미 북한의 노동력이 없으면 공장이 돌아가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이처럼 북한의 많은 노동자들이 해외에 나가 바깥세상을 보고 돌아간다는 것은, 북한의 일반인들도 그만큼 국제 사회의 돌아가는 모습을 잘 알고 있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북한에는 현재 약 500만 대의 휴대전화가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고속버스도 생겨 사람들도 과거보다는 좀 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곧 북한 사회 전역이 과거보다는 훨씬 더 큰 폭으로 열리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향민들과 만나 보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주체사상이나 사회주의 같은 이념들은 이미 사라진 것 같다.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독재와 세습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주체사상 운운하는 것은 '공포' 때문이다. 살기 위해 지배층이 원하는 대로 해주고 있다는 게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는 그 이념이란 것이 아직도 시뻘겋게 살아 있다. 북한을 둘러싼 "이념 논쟁"이 너무 극렬하다. 그러다 보니 우스운 일도 벌어진다. 북향민들이 맨 처음 우리 사회에 오면, "20세기 이념 대결에 한참 열을 올리던 북한의 '옛 모습'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눈매가 또렷한 한 북향민 청년은 "한국은 트라우마가 움직이는 사회"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회는 북한에 대한 두려움과 공산주의와의 대립 등에서 비롯된 강한 공포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념 대립'이 먹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에 대한 "과도한 공포"가 한국 사회를 이념 대립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 이념 대립에서 벗어나려면

한국은 오늘날 북한의 실체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옛날을 떠올리며 북한의 공포에 대해 '과대평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런 '공포' 때문에 경제나 사회, 문화 등의 제반 국면에서 훨씬 더 우위에 있는 한국이 북한에 대해 쩔쩔매는 것이다.

이런 이들에게는 북한의 공포를 '과소평가'하는 게 위험하다고 여겨질 것이다. 그래서 북한을 둘러싸고 이념 대립하며 한반도 주변 4강을 앞에 두고 아군끼리 "자중지란(自中之亂)"도 불사하는 것이다.

이런 안타까운 모습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예 북한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예를 들면, 북한에 대해 SNS 등을 통해 언제든지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있는 그대로의 북한의 모습을 스스로 파악하게 하면 현재의 북한은 전쟁할 힘도 없고 사회주의니 주체사상이니 하는 이념 등에도 관심이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실체를 알아가게 되면, 북한을 둘러싼 이념 대립 등도 자연스럽게 소멸되어 갈 것이다.

물론 그런 과정에서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을 담지 않을 순 없다. 북향민들이 "제대로 알게 되면, 제 정신이 있지 않고서야 과연 어느 누가 월북하겠는가?", "실체를 알고 나서도 소위 '친북'하거나 '종북'하는 자들이 있다면 어디 온전한 사람이라 하겠는가?"라고 말하는 것도 참고할 만하다.

또 북한에 대해 제대로 접하고 올바르게 파악할 기회를 막은 상태에서 북한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대처하길 바라는 것도 무리일 수 있다. 상대를 정확히 알고, 이를 통해 북한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면서 한국 사회의 암적 요소와도 같은 이념 대립을 줄이려면 인터넷 상에서라도 북한에 대한 개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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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

우수근 교수는 일본 게이오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미네소타대 로스쿨을 졸업했습니다. 상하이 화동사범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거친 뒤 상하이 동화대학교 교수를 역임했습니다. 저서로는 <미국인의 발견>, <캄보디아에서 한‧일을 보다> <한국인 우군의 한‧일의 장벽이란 무엇인가>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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