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훈 조작 사건, 검찰 적폐의 '끝판왕' 확인

검찰 과거사위, "유서 대필 사건, 검찰에 의한 조작" 결론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이 검찰에 의해 철저히 조작된 사건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당시 검찰총장이 수사 방향을 정하면서 무고한 사람이 자살 방조범으로 조작됐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21일 밝혔다.

강기훈 씨는 지난 1991년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간부 김기설 씨가 분신한 이후 김 씨의 유서를 대신 써줬다는 혐의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강 씨를 자살의 배후로 지목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도 김기설 씨가 남긴 유서의 필적과 강 씨의 진술서 필적이 같다는 감정 결과를 내놓았다.

강 씨는 유서를 대신 써 준 혐의를 받아 '자살방조죄'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고, 1992년 징역 3년을 선고 받아 복역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지난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의해 뒤집혔다. 위원회의 의뢰를 받은 국과수가 김기설 씨의 유서와 강기훈 씨의 필적은 다르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토대로 진실화해위는 강 씨에 대한 재심을 권고했고, 대법원은 지난 2015년 5월 재심 상고심에서 강 씨의 무죄를 확정한 바 있다. (☞관련기사 :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의 진실 上,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의 진실 下)

▲강기훈 씨. ⓒ연합뉴스

증거 누락, 인권 침해…"현 검찰총장이 강기훈에게 직접 사과해야"

"유서 대필 사건은 군과 정보 기관이 퇴조한 가운데 검찰이 체제 유지의 주력 부대임을 과시함으로써 대한민국을 한동안 '검찰 공화국'으로 만든 획기적인 사건"(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한 교수의 지적대로였다. 이날 과거사위 발표 따르면, 강 씨 사건은 검찰에 의해 기획된 것이었다. (☞관련기사 : 강기훈 23년 짓누른 검찰…정의는 있는가)

1991년 사건 당일, 검찰은 발생 관할이 아닌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했다. 이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오전 중 강력부 전원이 포함된 대규모 수사팀이 꾸려졌다.

수사 개시 하루 만에 '유서대필'이란 수사방향이 정해졌으며, 첫 국과수 필적감정결과 도착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검찰은 육안으로 유서 대필자를 강 씨로 특정했다.

당시 검찰이 증거를 고의로 은폐하려 한 사실도 밝혀졌다. 검사가 자살방조죄를 입증하는 데 불리한 증거는 은폐하고 유리한 증거만 선별해 감정을 의뢰하는 등 수사기관으로서 객관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김기설 씨가 유서에 쓴 것과 유사한, 흘림체로 쓴 메모를 확보했음에도 증거에서 누락시켰다가, 항소심 재판에서 쟁점이 되자 뒤늦게 법원에 제출했다.

강 씨 조사 과정에서도 인권 침해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검찰은 접견을 거부했고, 밤샘조사, 폭행·폭언, 가족과 지인에 대한 위해 고지 등 위법 수사를 강행했다.

또 재심 과정에서 검찰이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결과를 부정한 채 재심 개시 결정에 항고했고, 그 바람에 대법원 최종 판단이 3년 3개월가량 늦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사위는 "검찰의 과오에 대해 반성하는 태도가 필요하며, 현 검찰총장이 강 씨에게 직접 검찰의 과오에 대해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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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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