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아이들 볼모 좌시 않겠다"

당정 "누리과정 '지원금'→'보조금', 목적외 사용 처벌"…"국공립 40% 확보"

최근 국정감사에서 사립유치원 비리 실태가 고발되며 전국적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부·여당이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특히 공금 유용 논란 이후 일부 사립유치원이 휴원·폐원을 운운하며 원아와 학부모를 인질로 잡는 듯한 태도를 보인 데 대해 당정은 강력한 제재 의지를 드러냈다.

당정은 25일 오전 국회에서 유은혜 교육부총리,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김태년 정책위의장이 참석한 가운데 당정협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한 후 공동 브리핑을 통해 논의 결과를 밝혔다.

"아이 볼모로 실력행사하는 사립유치원, 좌시하지 않겠다"


김태년 의장은 브리핑에서 "당정이 함께 추진하기로 한 대책 중 먼저 유아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즉시 추진해야 할 방안"이라며 "현재 사립유치원 단체를 중심으로 일부 지역에서 휴원을 하겠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어 학부모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언급했다. 김 의장은 "사립유치원 단체가 우리 아이들을 볼모로 실력 행사를 하고, 학부모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아이들의 학습권을 위태롭게 하는 일은 앞으로 일어나서도 안 되며 문재인 정부는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의장은 "이제까지는 유치원의 일방적 폐원 통보시 제재 규정이 없어 주변에 마땅한 시설이 없는 경우 학부모들은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며 "이런 부조리한 상황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금번 대책에는 법 개정을 통한 교육감의 운영개시 명령권, 명령 불이행시 학급정원 감축 등 행정처분, 불이행자에 대한 벌칙 등 제재규정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유은혜 부총리도 "일방적인 폐원 통보가 발생할 경우 유아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 교육청별 위기상황 지원체제를 구축하고 필요시 현장지원단을 급파해 정상화를 지원하겠다"며 "모집정지 등 비상상황을 대비, 인근 국·공립, 사립유치원, 어린이집까지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 공립유치원이 긴급하게 필요할 시에는 유치원 시설 확보 및 운영을 위한 필요 예산으로 예비비를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행정적 뒷받침 방안을 밝혔다. '할 테면 해보라'는 것이다.

유 부총리는 이어 "개별 유치원의 모집중지 등에 대해서도 행정처분을 포함해 엄정 대응하겠다"며 "사립유치원 단체가 개별 유치원에게 집단 휴원, 모집 정지 등을 강제할 경우 공정거래법 제26조(사업자 단체 금지행위)에 의해 공정위의 조사와 엄중한 제재를 받게 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그는 또한 "향후 유아교육법 개정"을 통해 일선 유치원에 대한 교육청의 감독 권한을 보장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치원 관리 감독 강화를 위해 유치원 감사 결과에 대해 시정여부를 확인해 공개하고, 향후 실시될 상시감사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공개해 학부모의 알 권리를 보장하겠다"며 "고액·대형 유치원 우선 감사와 비리 신고센터 운영을 통해 학부모가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유치원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공립 40% 조기달성, 1000학급 신·증설…2020부터 사립도 국가회계시스템 사용토록"

당정은 국공립 비율 확대와 유치원 투명성 제고 등을 위한 정책도 마련, 발표했다. 유 부총리는 "국정과제인 국공립유치원 40%를 조기에 달성하도록 하고, 국공립유치원의 운영 형태를 다양화, 국공립 유치원을 신속하게 확대해 나가겠다"며 "내년 운영이 예정된 500학급 외에 추가로 500학급을 확보해 학부모들의 국공립 유치원 확대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도 "500개 학급 신·증설 목표를 그 두 배 수준인 1000학급으로 조정하고 이를 위한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했다.

유 부총리는 국공립 확대 방안에 대해 "법과 제도 정비를 통해 부모협동형, 공영형, 매입형, 장기임대형 등 국공립유치원의 형태를 다양화하겠다"고 밝히고, "또한 유치원의 '학교 정체성' 강화를 위해 사립유치원의 법인화 정책을 지향할 것이다. 규정 개정과 재정 지원을 통해 사인 유치원의 학교법인 전환을 유도하면서 추가적 개인 신규설립 제한 원칙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김 의장도 "개인이 운영하는 유치원을 점차 법인화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향후 신설되는 유치원은 비영리법인 또는 학교법인만이 설립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다"며 "개인 신규 설립을 제한하는 방법과 절차에 대해서는 차후 다시 논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힘을 실었다.

교육부 당국자는 "다양한 국공립 유치원 설립 방식 중 하나가 매입"이라며 "폐원을 할 경우 국가가, 교육청이 매입을 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당국자는 "다만 그것은 유치원 수요가 있는 곳, 사립유치원 취업률이 낮은 곳을 우선적으로 할 것"이라며 "유치원 운영이 어렵다고 해서, 또는 전체 유치원에 대한 매입은 아니다. 시도교육청과 함께 매입 관련된 기준 등을 곧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치원 회계 투명화 방안과 관련해서는 "국가관리 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을 단계적으로 도입, 2019년에는 200명 이상 유치원 및 희망 유치원에 한해 우선 적용하고 2020년부터 모든 유치원 사용을 의무화하겠다"며 "이를 위해 관련 법령 개정을 즉시 추진"하겠다고 유 부총리는 밝혔다.

특히 이번 사태의 진원지가 누리과정 지원금 유용 논란이었는데, 유 부총리는 이에 대해 "학부모에게 지원되는 누리과정 지원금도 보조금으로 전환하는 등 법령 개정을 통해 유치원 회계의 교육목적 외 사용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유치원 정보 공개 방안에 대해 당정은 △사립유치원 운영위원회 역할 강화 △예결산서 상세화 등 정보공시 내실화 등의 방안을 발표했다.

유 부총리는 한편 "사립유치원 교육의 질 개선을 위한 내용"이라며 "현재 설립자 결격 사유가 없는 유아교육법에 결격 사유를 신설하고, 유치원 원장 자격 인정기준 및 자격검정 심의를 강화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개인 유치원 추가 신설 제한, 국가 관리 회계시스템 도입, 누리과정 보조금 전환과 함께 유치원장 자격 심의 강화는 사립유치원에 대한 강한 규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당정은 공동 브리핑에서 "이번 대책을 통해 사립유치원의 비리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으로 단호하게 대응하고, 국민 세금으로 지원되는 예산이 온전히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만 쓰일 수 있도록 엄정 관리하겠다"고 정책 방향을 강조했다.

▲ 유은혜 교육부총리와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치원 공공성 강화 당정협의'를 마치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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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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