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례 의원의 국정감사를 '팩트감사' 했습니다

성소수자·에이즈 환자 혐오 키우는 발언, 사실일까?

"동성애자, 성소수자 이런 분들이 항문섹스나 바텀섹스를 많이 한다", "청소년들이 용돈을 벌고 싶어서 성인들에게 몸을 팔고 있다"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이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국정감사에서 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관련기사 : 혐오 발언 쏟아낸 김순례 의원 "청소년들이 항문 알바")

김 의원의 발언 요지는 '동성애와 에이즈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발언 과정에서 HIV와 AIDS(에이즈) 용어를 혼동하는가 하면, 맥락과 상관없는 통계를 근거로 들기도 했다. 동성애와 에이즈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보단 성 소수자와 에이즈 환자에 대한 오해, 나아가 혐오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에게 "1년에 한 20명씩 군대에서 에이즈 감염이 된다는 것 알고 있느냐"면서 "군대에 가서 강압적으로 성기접촉을 하고 에이즈에 걸려서 나온다는 사실을 방기하겠냐"고도 했다.

의원실 문의 결과, 김 의원은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아 언론에 발표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러한 질의를 구성했다. 정 의원이 지난 8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군 복무 중 에이즈 '확진' 판정을 받아 전역한 병사가 152명이었다. 올해에는 지난 8월까지 1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질병관리본부

HIV 바이러스 감염과 AIDS 확진은 엄연히 다르다. HIV는 에이즈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로, HIV 감염인은 HIV가 몸 안에 들어와 있지만 일정한 면역 수치를 유지하면서 몸에 뚜렷한 증상이 없는 사람을 말한다. HIV 환자라 할지라도 에이즈 확진까지 잠복기가 평균 10년 이상 지속된다. 정 의원이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1년에 20명씩 '군대에서' 에이즈 감염이 된다"는 주장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HIV 감염에서 에이즈 발현까지는 10년 이상 시간이 걸린다. 둘을 구분하지 않고 단순히 '에이즈'라고 합쳐서 말하는 것은 무지의 소산"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관련기사 : "'강간 모의' 홍준표가 에이즈 걱정? 적반하장")

의원실 측은 "질의 과정에서 흥분하면서 용어, 맥락 등의 혼동이 있었던 점은 인정하지만, 동성간 성 접촉이 에이즈 감염의 주경로라는 것을 강조하려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성소수자도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은 정 본부장에게 "동성애자나 성소수자가 항문섹스나 바텀섹스를 많이 한다. 이를 문자화해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 넣거나 모든 것을 다 개방하고 알려주고 있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 자료의 문구를 정 본부장에게 따라 읽으라고 했다. 한국의 경우 에이즈 감염자의 91.7%가 남성이며 99%가 성관계로 인해 전파된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문구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4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 포함된 내용이다.

"역학조사를 통해 감염경로가 밝혀진 사례의 대부분인 99%가량은 성 접촉으로 인한 감염사례였음. 그 중 이성간 성 접촉과 동성 간 성접촉으로 인한 감염사례의 비는 대략 6:4(3,364명:2,216명)로서 이성간 성 접촉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되나 전체 HIV 감염인의 91.7%가 남성임과 동성애자 역학조사의 어려움 등을 고려할 때 남성동성애자 간 성접촉이 주요 전파경로일 것으로 판단됨."

보건당국은 상대적으로 항문 성교 비율이 높은 남성 간 성관계가 HIV 감염에 비교적 많이 취약하다고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동성애' 자체가 에이즈의 원인이 될 수는 없다. 동성애가 항문 성교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HIV 보균자와의 성교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 의원은 "동성애자나 성소수자가 항문섹스나 바텀섹스를 많이 한다"며 에이즈 원인으로 사실상 '동성애'를 지목했다. '논리적 인과관계' 처럼 보이는 방식의 화법이다.

이런 식의 '논리 왜곡'은 보수 기독교계의 '가짜 뉴스'에서 자주 보이는 방식이다.

ⓒ질병관리본부

질병관리본부는 홈페이지 '오해와 진실' 코너에서 "AIDS는 동성애자들만의 질병인가요?"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답하고 있다.

"AIDS가 동성애자들의 질병이라는 오해를 받는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첫째는 AIDS가 미국 캘리포니아의 동성애 집단에서 처음 발견되었기 때문이며, 또 하나는 동성애자들이 HIV 감염에 대해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동성애자들이 HIV 감염에 취약한 이유는 그들이 성적으로 문란하거나 동성 간의 성 관계를 갖기 때문이 아니라 동성 간 성 행태가 항문성교이기 때문입니다. 항문 성교 시에는 항문 주위의 혈관들이 파열되면서 상처가 생기게 되고 이 상처를 통해 상대방에게 HIV가 들어가게 되므로 이성애자보다 HIV 감염 확률이 높아지게 됩니다. HIV 감염은 성 정체성에 관계없이 HIV감염인과 안전하지 않은 성 관계를 할 때 전파됩니다."

물론 이 답변도 완전하지 않다. "동성 간 성 행태가 항문성교이기 때문"이라고 규정한 것도 성이 '취향'이라는 기본적인 전제를 무시한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질병관리본부는 '동성애=에이즈' 도식은 '틀렸다'고 지적한다.

의원실 측은 "성 소수자 인권을 무시하려고 한 지적이 아니라 에이즈와 관련된, 이미 조사되고 발표된 의학적 사실을 알린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