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부터 8년간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파행이 빚어진 이유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거부감 때문이었다고 국가보훈처가 밝혔다.(☞관련기사 : 박근혜, 결국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
국가보훈처의 자문기구인 국민중심 보훈혁신위원회 산하 국가보훈처 위법·부당행위 재발방지위원회는 11일 "2009년부터 2016년까지 8년간 5.18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과 관련한 파행은 대통령의 거부감 때문"이라며 "이 노래의 제창을 막고, 기념곡 지정까지 막기 위해 국가보훈처의 의도적 방해 활동이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재발방지위는 지난 8월 13일부터 국가보훈처의 위법 부당 행위를 조사해왔다면서 이날 중간 보고 대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재발방지위는 "지난 2개월 동안의 활동을 통해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의 국가보훈처가 법률이 정한 독립·호국·민주 유공자의 헌신과 희생을 선양해야 한다는 본연의 임무에는 소홀했고, 박승춘 전 처장이 이념적 편향만 좇아 업무 수행 자체가 심각하게 왜곡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재발방지위가 내부망에서 발견한 문건에 따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참석한 2008년 28주년 5.18 기념식 이후,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은 보훈처에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대해 지적했다.
2009년 12월 3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이모 사무관은 보훈처에 행사 때 노래가 불리게 된 경위 등을 물었다. 이에 이모 사무관은 "5.18 단체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사회 여론도 매우 중요하며 노래 제정은 여론을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실제 29주년 행사부터는 노래 제창이 공식 식순에서 배제됐다. 이에 대해 재발방지위는 "이 노래 제창과 관련한 파행은 박근혜 정권이 아니라, 이명박 정권 초기 때부터 시작했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이후 보훈처가 작성한 32주년 공연계획안을 살펴보면, 청와대와 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막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 드러난다.
공연계획안에 제시된 1안은 '첫 소절은 연주 및 무용만(2분), 둘째 소절은 합창(빠르게, 1분 30초)'이다. 보훈처는 이에 대한 장점으로 '첫 소절을 따라부르지 않게 함으로써 참석자 기립 및 제창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으로 꼽는다. 2안은 '첫 소절은 독창(느리게, 2분), 둘째 소절은 합창(빠르게, 1분 30초)이다. 이에 대한 장점 또한 "공연 형식으로 진행해 참석자의 기립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훈단체 명의로 2014년 4월 9일 <조선일보>에 게재된 기념곡 제정 반대 광고도 국가보훈처의 기획이었던 사실이 내부 문건을 통해 밝혀졌다. 재발방지위는 이와 관련 "같은 문건 대책논의 부분의 관계기관 의견에 BH: 수석회의에 보고된 사항 절차에 따라 처리라고 기재된 것으로 보아 청와대와도 의견조율 한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또 기념곡 제정 등을 골자로 한 '5.18 민주화 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과 관련해 국가보훈처에서 특별법 개정 저지 활동에 나선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재발방지위는 또 "국가보훈처가 관련 법령 개정 저지 활동에 직접 나서는 등, 5.18 민주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관장하는 정부기관으로서 부적절한 행태를 보인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재발방지위는 국가보훈처가 독립,호국,민주 분야 유공자들을 홀대했다고도 지적했다. '16. 5. 29.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 또는 가족이 사망해 등록 신청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해서도 직권으로 등록할 수 있게 되었으나, 2년간 직권 등록한 독립유공자는 4명에 불과했다.
재발방지위는 "위 사안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국가보훈처가 독립·호국·민주 분야의 유공자들을 제대로 모시기보다는 대통령의 의중이나 박승춘 전 처장의 이념적 편향만을 좇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는 국가보훈처가 대통령이나 처장을 위한 부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부처임을 소속 공무원들이 제대로 인식하고 기본과 원칙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창익 재발방지위원회 위원장은 "국가기관이 이런 일을 했다는 점에 대해 치졸하고 부끄럽다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대통령. 피우진 처장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온다 해도 이런 일들을 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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