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나서서 만든 민주노동당은 사라졌습니다. 이미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실패하였고, 너도 나도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해야 한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정작 노동자들의 반응은 싸늘하고 헷갈리기도 합니다. 노동자가 정치의 주체로 서지 못하고 정치에 이용만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난 날을 되짚어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한 명의 노동자 국회의원이 절실하였던 우리에게 한꺼번에 10명의 국회의원이 당선된 2004년은 감격만큼 기대도 컸고 눈부신 활동을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당에 들어가서 정치에 집중하였고 노동자들은 그들에게 당을 맡기고 위탁운영을 하였습니다.
2007년 민주노동당 대통령후보 3파전에서 노회찬 심상정후보를 제치고 뽑힌 권영길후보가 선거에서 저조한 득표를 받으면서 당대표가 사퇴하고 비대위가 출범하였습니다. 그동안 당이 북한에 대한 태도(종북문제)와 당내 민주주의(패권문제) 등 새로운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겠다며 비대위가 제출한 쇄신안이 당 대회에서 부결되면서 이른바 평등파로 불리던 당원들이 더 이상 민주노동당에 기대할 것이 없다면서 탈당을 하게 되었습니다.
분당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혼란과 포기
노동자들은 헷갈렸습니다. 쇄신안을 부결시킨 다수파는 뒤통수를 때리고도 탈당은 분열이라면서 비난하였고, 내부갈등에 에너지를 소모하기보다 우리끼리 가치 있는 진보정치 하자면서 진보신당을 창당하였으나 일단 탈당을 하고서도 새로 창당한 진보신당에는 상당수가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민주노동당은 2008년 총선과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를 중심으로 의석 늘리기에 치중하면서 진보신당과는 선의의 경쟁보다는 배제하고 고립시키는 태도로 감정의 대립이 심화되었는데 여기에는 민주노총의 역할이 컸습니다.
진보신당은 2008년 18대 총선에서 공동대표였던 노회찬 심상정 후보가 아깝게 낙선하여 원내진입에 실패하였으나, 이듬해 4.29 보궐선거에 울산북구에서 조승수 의원이 당선되어 가까스로 원내정당의 지위를 누려왔습니다.
지방선거의 혼선과 진보신당의 고전
국민들이 보기에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차이점을 알 수가 없었지만 2010년 지방선거에서 혼선이 드러나기 시작하였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일찌감치 야권 단일화를 통한 야권연대에 집중하였고, 진보신당은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심상정 후보가 일방적으로 사퇴하면서 유시민 후보를 지지하여 당기위에 회부되는가 하면, 서울시장에 출마한 노회찬 후보는 끝까지 완주하였지만 저조한 득표와 민주당 한명숙 후보의 낙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여론의 압박을 받았습니다.
지방선거에서 야권단일화로 톡톡히 재미를 본 민주노동당은 올해 총선에서 더욱 빛을 발하여 심지어 여당 성향의 후보와도 단일화를 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졌습니다. 엄연히 야권후보가 있는데도 야권단일후보라고 하면서 국민들을 속이는 일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한 술 더 뜬 민주노총, 정신 좀 차리십시오
민주노총은 한 술 더 떴습니다. 전북지역본부장을 몇 번 역임한 후보와 금속노조 위원장을 지낸 후보도 진보신당의 후보는 민주노총의 지지후보가 될 수가 없었습니다. 민주통합당의 대선후보의 한 사람인 김두관 씨가 무소속으로 경남도지사에 출마했을 때 민주노총 위원장이 상주하면서 선거운동을 하던 것과 대조적입니다. 민주노총이 지지한 도지사가 중도에 사퇴하고 대통령 출마하는데 민주노총은 일말의 책임감을 가지는지 묻고 싶습니다.
대표를 지낸 스타 정치인 세 분 모두가 떠난 진보신당에서 소수파로 남아 참 진보 노동자정당의 자존심을 지키겠노라고 노력하였지만 이번 총선에서 저조한 득표와 원내진입에 모두 실패하면서 당은 등록취소가 되었고, 부득이하게 중앙선관위에 '진보신당연대회의 창당준비위'로 재등록을 하여 창당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통합진보당의 신당권파가 구당권파와 결별을 하고 신당을 창당할 기세입니다. 민주노동당이 노동자를 배신하고 국민참여당과 진보신당 탈당파들과 통합한 통합진보당이 불과 몇 개월 만에 갈라서면서 민주노총에 손짓을 하고 나섰습니다. 새로 창당하는 신당은 야권연대를 통한 정권교체라는 꿈을 간직한 채 노동자 농민 서민의 정당을 만들겠다고 합니다. 진보정치의 뒷걸음질과 노동자 정치세력화 실패를 자초한 민주노총은 정신 차려야 합니다.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 그냥 통합진보당에 계십시오
진보신당을 떠나신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 전 대표님들 그냥 통합진보당에 계십시오. 2008년 민주노동당을 나와서 진보신당 창당하여 얼마나 고생하고 설움을 많이 당하셨습니까?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문성현, 천영세 전 대표님들처럼 그냥 가만히 계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당신들이 갈라서려는 구당권파는 갑자기 악마가 된 것이 아니라 바로 당신들의 지지자가 아니었습니까? 신당권파 여러분들이 새로 만드는 정당이 12월 대선의 정권교체를 위한 정당이라면 제발 참아주십시오. 노동자뿐만 아니라 국민들 정말 혼란스러워 합니다.
당장 눈앞의 대통령선거와 정권교체에만 눈이 멀어 야권연대만 외치다가는 진보의 가치와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물 건너가고 말 것입니다. 정권교체가 우선 가치라면 더 크게 민주통합당이나 새롭게 부상하는 안철수 교수와 손잡는 길도 있겠지만 진보를 말하고 노동자 민중을 들먹이면서 갈 길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당장에 진보적인 정권교체는 어렵더라도 한 알의 밀알이 되고 씨앗이 되어 당장 우리세대가 아니더라도 꼭 내가 아니라도 자식들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도록 하면 될 것입니다.
참여당 계열과 결별, 그리고 노동당을 다시 만듭시다
| ▲ 김창근 ⓒ진보신당 |
혹여 연립정부에서 한자리 해볼 요량으로 야권연대에 공을 들이는 것이 아니라면 노동자 민중을 대변하는 진정한 진보 독자후보를 이번 대통령선거에 후보로 세워서 함께 합시다.
그리고 노동당을 다시 만듭시다. 노동자들의 가장 많은 사랑과 존경을 받은 전직 대표님들께서 이번 계기로 진정한 노동자의 모습으로 되돌아온다면 혼란스러워하는 노동자 민중들이 희망을 찾을 것입니다. 같은 길에서 다시 만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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