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아는 고용쇼크의 비밀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구조조정 후 자영업으로 갈아타지만 폐업 반복

통계청의 '7월 고용동향' 발표 직후 논란이 시작된 ‘고용 쇼크’ 논쟁, 그런데 벌써 낼모레면 또 ‘8월 고용동향’이 발표된다고 한다. <인사이드 경제>의 애초 계획은 다음 차례로 '최저임금' 쟁점을 다룰 생각이었으나 순서를 바꾸기로 했다. 사실상의 결론에 해당하는 얘기, 즉 현재 한국의 고용 관련 가장 큰 문제가 어디인가를 짚어볼 생각이다.

애초 시간표대로라면 이 주제의 글은 다음 주에 내보낼 생각이었지만, 먼저 얘기한 것처럼 통계청의 8월 고용동향 발표 후가 되어 ‘뒷북’을 치는 꼴이 된다. 이런 이슈일수록 타이밍 상 무조건 먼저 치고 나가는 게 유리하다. 게다가 다음 주면 남북 정상회담이 모든 이슈를 잡아먹을 것 아닌가. 지금이 아니면 때를 놓치고 만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경제 관련 글을 쓰다 보니 아무래도 수많은 통계자료 앞에 서게 된다. 그런데 이놈의 통계 수치와 자료란 것이, 변수 하나만 달라져도 결과가 달라지는 다차원적 데이터이다. 그래서 특별한 의도를 갖고 접근하여 변수 몇 개만 통제하고 비교 대상을 바꿔주면 얼마든지 자기가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이른바 ‘데이터 마사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번 통계청 고용동향 발표 관련한 진실 게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표본 데이터 자체부터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동안 꾸준히 진행되던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가 어떤 이유에서건 폐지 대상에 오른 상황이 되었다. 그러다 폐지하지 않고 되살아나는 과정에서 조사 샘플이 큰 폭으로 요동치게 된다.

재작년까지 8500가구를 샘플로 선택하다가 조사의 폐지가 거론되던 작년에는 5500가구의 소규모 샘플로 줄였고, 조사가 되살아난 올해부터는 다시 8000가구로 확장한 것이다. 매년 1/3씩 정기적으로 표본 샘플을 교체해오던 조사였다. 샘플을 교체할 때에도 나름의 원칙과 기준을 갖고 있었다. 시계열변화, 특히 전년 동기와 비교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말이다.

그런데 작년에 8500가구에서 5500가구로 샘플을 줄이던 과정에서 매년 1/3의 샘플을 교체한다는 원칙이 지켜질 순 없었다. 게다가 다시 8000가구로 샘플이 늘어난 올해에는 신규 샘플이 1/3이 아니라 무려 절반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이런 상황이라면 2016~2018년의 경우에는 이 조사의 연도별 비교를 해선 안 된다. 제정신을 가진 정부라면 조사결과 발표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하지만 욕심을 부린 쪽은 문재인 정권이었다. 작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치가 꽤 괜찮은 쪽으로 나오자 이걸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이다. 사실 작년 결과치를 재작년 수치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였는데 말이다. 그러다가 올해 1·2분기 결과는 정반대로 나오면서 스텝이 꼬였다. ‘고용 쇼크’ 논란에 스스로 불을 붙인 꼴이 된 것이다.

흔히 말하는 '내로남불'이 여기에 있다. 작년 4분기의 괜찮은 성적은 문재인 정부의 공이고, 올해 1·2분기의 나쁜 성적은 이전 정권 탓이거나 통계청 잘못이란 건가? 아니다. 애초부터 정부는 샘플 변화를 차분히 설명하고, 당분간 이 데이터는 ‘소장용’으로만 갖고 있어달라고 양해를 구했어야 한다. 문재인 정권의 작년 4분기 ‘자랑질’이 고용 쇼크 논란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청와대

매일매일 '고용 쇼크', 원인은 제조업

처음 논쟁을 시작할 때부터 얘기했지만, 이 글의 목적은 현재 상황이 고용 쇼크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다. 통계청이 제시하는 자료와 상반되는 자료도 존재한다는 점, 그렇다면 단순히 통계청 자료만 갖고 상황을 분석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고용 쇼크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냐고? 사실 그것 역시 넌센스다. 그걸 꼭 물어봐야 아는가? 주변을 둘러보시라. 산업 곳곳에서 대량해고가 발생하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실업자인 내가 가고 싶은 일자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재벌들 투자계획은 뻔지르르 하지만 실제 신규 일자리가 늘어나진 않는다.

이런 게 고용 쇼크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그거 아주 오래 된 현상 아니냐고? 그렇다. 매일매일이 쇼크인데 이런 매일이 몇 년간 지속되다보니 ‘쇼크’가 아니라는 착각을 하게 만드는 거다. 게다가 중요한 내용은 따로 있다. 분명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 한, 매일매일 벌어지는 고용 쇼크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런 고용 문제의 근본 원인과 해결책을 내놓기 위해서는 최근 벌어진 몇 가지 사건에만 집착해선 안 된다.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 그거 실제로 벌어진 건 올해 1월부터일 뿐이다.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영향? 그게 도대체 뭔지도 잘 모르겠지만, 만약에 영향이 있었다고 해도 채 1년이 넘지 않은 것일 뿐이다.

지난 몇 년간 노동자와 가족들을 곤란에 빠지게 한 쇼크 사태의 근본 원인은 따로 있다. 제조업, 그것도 한때 한국이 글로벌 경제에서 가장 야심차게 치고 나갔던 조선업과 자동차산업의 고용이 위기에 빠진 탓이다.

우선 <인사이드경제>가 통계청 자료와 반드시 함께 참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고용보험 통계 자료를 살펴보자.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는 2018년 7월이 최신 데이터이니, 2015년부터 매년 7월 현재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를 표로 나타내 보았다. 제조업 전체 데이터와 함께 제조업 내 중분류 업종 중 피보험자 수가 10만 명이 넘는 업종을 따로 뽑은 것이다. (단위 : 천 명)



우선 제조업 전체 수치를 보면 피보험자 수가 매년 늘고 있긴 하나 2016년부터 증가 수치가 3~4천 명 수준으로 엄청나게 둔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둔화를 선도(?)하고 있는 것은 자동차업종과 기타운송장비 항목이다. 바로 기타운송장비 항목에 조선업이 포함되어 있다.

3년간 무려 10만 개 가까운 일자리 줄어

자동차업종은 중분류로 되어 있어 찾기가 쉬운데, 조선업은 ‘선박 및 보트 건조업’이라는 소분류 데이터를 얻어야 한다. 이건 공무원이나 기자도 아니고 이 분야 석·박사 학위도 갖고 있지 않은 필자가 구할 수 있는 데이터가 아니다. 환노위 이용득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의 도움을 얻어 자동차·조선업 고용보험 관련 세부 데이터를 구할 수 있었다.


위 표는 조선업(선박 및 보트 건조업)과 자동차업종(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의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를 매년 7월 기준으로 담아본 것이다. 조선업에서는 지난 3년 간 무려 8만2000명, 자동차업종에서는 5000명이 줄어서 2개의 업종에서만 3년 동안 8만7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실로 엄청난 규모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업 규모는 분명 엄청나지만, 자동차업종 수치는 너무 엄살떠는 게 아니냐고? 문제는 조선업의 경우 최근 감소폭이 줄어들었지만, 자동차업종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게 문제다. 3년 동안 줄어든 일자리는 5000개지만, 지난 1년간 사라진 일자리는 무려 1만 개에 달한다. 자동차업종의 경우 좀 더 세분화된 소분류로 구분해 표를 나타내 보았다.


이 자료 역시 작년 대비 올해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가 줄어들고 있는 양상을 살펴봐야 한다. 우선 ‘자동차용 엔진 및 자동차제조업’이란 흔히 말하는 ‘완성차업체’로 이해하면 되고, ‘자동차 신품 부품 제조업’은 ‘부품사’로 이해하면 쉽다. 완성차의 경우 지난해 대비 3600명이 줄었고, 부품사의 경우 6600명이 줄었다. 합하면 1만 명이 넘게 피보험자 수가 감소한 것이다.

구조조정 문제 해결 없이 고용 쇼크 해결은 불가능

조선업에서 지난 3년 동안 8만여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은, 잘 아는 것처럼 구조조정 때문이다. 자동차산업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난 1년 사이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한국GM에 대한 구조조정이었다. 완성차와 부품사를 나누어 1월부터 7월까지의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를 작년과 올해로 구분하여 비교해 보았다. (아래 표)


완성차의 경우 올해 4월과 6월에 피보험자 수가 전년 대비 눈에 띄게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저 시기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5월 말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를 앞두고 대대적인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이 있었다. 무려 3000명의 정규직 노동자들이, 일부는 4월에 그리고 나머지 일부는 6월에 짐을 싸야 했다. 거짓말처럼 7월이 되면 전년 대비 3600명의 피보험자가 줄어든다.

부품사의 경우 눈에 띄게 숫자가 줄어드는 시기가 보이지 않는다. 즉, 부품사는 매우 지속적으로 인원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이’ 매월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한 고용 규모는, 올해 7월이 되면 전년 대비 무려 6600명의 피보험자가 줄어드는 결과로 나타났다. 당연히 한국GM 군산공장 폐쇄와 물량 축소에 따른 구조조정이었다.

하지만 한국GM에 대한 구조조정은 한국 자동차산업 전반에 걸쳐 진행될 구조조정의 서막 내지 신호탄에 불과했다. 자동차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며, 세계적인 통상전쟁으로 인해 그 미래마저 불투명하다. 작년 대비 올해 1만 명의 피보험자가 줄었지만 이건 시작일 뿐이다. 이대로 간다면 내년, 내후년에는 더 나쁜 수치가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거의 막을 내린 것처럼 보이지만, 현대중공업은 얼마 전 4차 희망퇴직 시행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성동조선은 더 혹독한 구조조정을 강요받고 있고, 극적으로 법정관리를 피한 STX조선은 장기간 무급휴직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이 모든 고통은 자본가들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전담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조선·자동차 등 제조업 상황 더 나빠져

조선·자동차산업의 위기와 구조조정은 물론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위기에 대한 진단도 수많은 토론이 벌어졌다. 그런데 그 많은 토론에도 불구하고 해법은 변하지 않았다. ‘언 발에 오줌 누기’, 즉 당장의 실업에 대한 단기 대책만 있을 뿐이다. 그 해법은 박근혜 정권의 것과 문재인 정권의 것이 전혀 다르지 않다.

박근혜 정권 역시 조선업 위기가 다가오자 2016년 6월 30일에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게 된다. 특정 지역의 고용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테면 평택과 통영 등을 고용재난지역으로 지정하고 지원정책이 펼쳐지곤 했는데, 박근혜 정권은 아예 업종 전체를 지정하고 나선 것이다.

문재인 정권 또한 한국GM 군산공장 폐쇄와 구조조정이 밀려오자, 군산지역을 ‘고용위기지역’ 및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지정하게 된다. 이 지역 현대중공업 조선소마저 지난해 가동을 중단한 상태라서 2가지 위기지역 지정을 동시에 한 것이다.

그러나 특별지원업종이 되건, 고용위기지역 내지 산업위기지역으로 지정되건, 결국 해법과 철학은 똑같다.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니 실업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실업에 대한 대책, 즉 실업급여 기간을 연장한다거나 급여지급 기준을 완화해주는 것, 교육·훈련과 재취업을 위한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지원액을 늘리는 따위이다.

하지만 줄어든 일자리는 끝내 회복되지 않는다. 아니, 이때부터 악순환이 시작된다. 이 지역에서 위로금을 받고 퇴직한 노동자들이 너도나도 자영업에 뛰어들기 시작한다. 기존 자영업자, 그리고 신규로 들어온 퇴직 자영업자들이 얽히고설킨다. 피 말리는 경쟁은 더욱 심해지고, 결국 일부는 '폐업'이란 형태로 퇴출된다. 자영업자들의 문제가 더 악화된다.

위로금조차 받지 못하고 쫓겨난 젊은 비정규직들은 다른 일자리를 찾아 그 도시를 아예 떠나간다. 젊은 비정규직들이 많이 이주해와 성행했던 원룸·오피스텔 등 부동산 시세가 떨어진다. 도시 인구도 줄어들고 지자체 세입도 감소하며 따라서 지역민들에게 보장할 수 있는 복지정책도 후퇴한다. 위기지역으로 지정된 기간이 지나면 지자체들은 파산 위기에 처하게 된다.

지난 2~3년간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매일매일 고용 쇼크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특히 서비스업과 달리 제조업은 고용 파생효과가 매우 높은 산업이다. 반대로 제조업이 몰락하면 그 역효과 역시 거대하다. 이걸 해결하지 못하면 쇼크가 오는 게 당연한 거다. 그런데 이게 죄다 ‘최저임금’ 탓이라고? 미세먼지의 책임을 죄다 삼겹살·고등어 탓으로 돌리는 것만큼이나 비겁한 짓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잘못된 상식부터 깨야 한다. 왜 ‘구조조정 = 실업’이 되어야 하는가? 금호타이어, 한국GM, 현대중공업 등 자본가들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도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데 말이다. 고용위기지역·산업위기지역 지정과 지원에 들어가는 막대한 자금, 그 재원만 투입해도 이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지킬 수 있다. 아니, 자본가들에게 분명한 책임을 묻는다면 일자리 유지는 어려운 과제가 아니다.

낼모레면 또 통계청의 8월 고용동향이 발표될 거다. 고용 쇼크가 어쩌고, 통계 진실게임이 어쩌고 하는 논란이 사라지기를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노동자들과 일자리에 막대한 피해를 전가한 제조업 구조조정 문제를 바로잡지 않는 한, 그 어떤 해법도 근본적인 처방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인사이드경제>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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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입니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글을 써 오고 있습니다. 주로 자동차산업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뤘습니다. 지금은 [인사이드경제]로 정부 통계와 기업 회계자료의 숨은 디테일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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