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는 '악마의 변호인'이 있습니까?

[최재천의 책갈피] <레드팀>

"2008년 12월, 내가 네 번째 별을 달게 된 날, 축하 인사를 건네기 위해 대열로 다가온 한 4성 장군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지금 이 순간부터 아무도 자네에게 진실을 말하려 하지 않을 거란 사실을 알아둬야 할 걸세.'" (2011, 전 미국 합참의장 마틴 뎀프시)

사람의 생각은 결코 똑같을 수 없다. 다른 의견은 반드시 존재한다. 반대가 필요한 이유다.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 제도가 있다. 로마 가톨릭교회의 정식 명칭은 '신앙의 촉진자(Promoter of the Faith).' 임무는 성인으로 추대될 후보자들의 덕행과 그들이 기적을 행했다는 평가에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다.

1983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악마의 변호인 제도를 폐지했다. 그 결과, 교황의 20년 남짓한 재임기간 많은 수의 복자(1,338명)와 성인(482명)이 배출됐다. 이는 거의 2,000년 동안, 그보다 앞서 재임한 263명의 교황이 배출한 복자와 성인을 합한 것보다 많았다. 교황청은 ‘성인을 배출하는 공장’이 됐다.

가톨릭교회의 '악마의 변호인'이 미군의 '레드팀(Red Team)'이 됐다. 시작은 냉전 시대였다. 레드팀 활동이 표준화된 건 2000년대에 들어서부터다. 레드팀은 상황 시뮬레이션, 취약점 조사, 대체 분석을 통해 조직이나 단체의 이익과 목적, 한계 능력, 혹은 잠재적 경쟁자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낸 조직화된 과정이다. 레드팀은 군대를 벗어나 국가 보안, 나아가 기업 전반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코넬 국가사회조사 2009가 있다. 응답자의 53%는 자신의 생각이나 문제점을 상사에게 절대로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응답자의 41%는 그것을 시간 낭비라고 여겼다. 31%는 그렇게 했다가 자신이 당하게 될 불이익을 걱정했다. 경영자들은 자신을 경청하는 사람이라고 칭하지만, 반대의견을 말하는 순간 문제아가 된다. 그래서 반대는 더욱더 존중되어야 한다.

저자 마이카 젠코는 레드팀의 성공조건으로 여섯 가지를 들었다. 첫째, 조직의 책임자가 동의할 것. 둘째, 레드팀은 회사 내부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외부자의 객관적 시각을 유지할 것. 셋째, 수완이 뛰어나고 두려움이 없는 회의론자로 구성할 것. 넷째, 레드팀은 다양한 도구를 활용할 것. 다섯째, 대상조직은 열린 마음으로 수용할 것. 여섯째, 레드팀을 너무 자주 활용하지는 말 것.

▲ <레드팀>(마이카 젠코 지음, 강성실 옮김) ⓒ스핑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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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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