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의 '흥정재판' 일부, 바로잡힐 길 열렸다

박정희 긴급조치 피해 배상 패소 판결은 '그대로'

헌법재판소가 박정희 정권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낸 대법원의 손해배상 패소 판결 취소 헌법소원을 두고 심판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앞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등 긴급조치 피해자들은 긴급조치 피해에 관해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냈으나 대법원까지 간 법정 공방 끝에 패소했다. 이에 백 소장 등은 지난 2015년 대법원 판결은 긴급조치를 위헌으로 본 헌재 결정에 반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관해 헌재는 30일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각하했다.

다수 재판관들은 당시 대법원 판결은 긴급조치가 합헌임을 전제로 내려지지 않았다고 보았다. 아울러 당시 판결은 긴급조치가 위헌임에도 국가의 배상 책임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해석에 따른 결과인 만큼, 헌법소원심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았다.

헌재는 아울러 백기완 소장 등이 낸 '법원 재판을 헌법소원심판 대상에서 제외하는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 역시 재판관 전원 합헌 결정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즉, ‘대법원 재판은 헌법소원심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헌법소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만큼, 자연히 백 소장 등의 헌법소원심판 청구는 각하된 셈이다.

긴급조치 피해자들과 일부 법조인들은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헌재 판결을 비판했다.

헌재의 이 같은 판결을 두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사단법인 긴급조치사람들 회원들은 이날 오후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헌재가 이미 긴급조치를 위헌 판단했으면서도, 피해자에게 배상해 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을 인정한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민변 등은 헌재의 이번 결정이 과거 군사정권 시절 사법부가 내린 정부의 인권침해 사건을 눈감아주는 위헌적 판결을 뒷받침해준다는 입장이다.

긴급조치 피해자들은 추후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 운동에 나서는 등 피해자의 적절한 보상을 위한 움직임에 나설 예정이다. 민변 회원을 중심으로 특별법 입법 운동을 벌이는 한편, 그간 사법부의 잘못된 판결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를 실질적으로 구제하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양승태 대법원이 인정했던 과거사 관련 조항, 헌재가 위헌으로 판단

한편 이날 헌재는 일부 전향적 판결도 아울러 내렸다.

헌재는 민주화운동으로 인한 피해자와 군사정권의 고문·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의 국가배상 청구권을 기존 3년에서 6개월로 단축한 양승태 대법원 판결을 두고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일부 위헌 결론을 내렸다.

헌재는 이에 따라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기존에 보상금을 받은 이도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입은 사실이 인정된다면, 국가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각종 과거사 조작 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으나, 민주화운동 보상금을 수령했다는 이유로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길이 막혔던 옛 군사정권 피해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할 길이 열렸다.

다수 재판관들은 기존에 배상, 보상이 이뤄졌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들의 정신적 손해에 관한 국가배상 청구를 금지하는 건 "지나치게 가혹한 제재"라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과거사위원회 등의 결정 등을 근거로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후 국가배상소송을 낸 민주화운동 관련자 상당수는 양승태 대법원 시절인 2015년 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해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길이 막힌 바 있다.

당시 양승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긴급조치를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판단, 국가가 불법행위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판결했으며,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은 이에 대해서는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울러 국가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를 무죄가 확정된 날로부터 3년으로 판단한 전례를 뒤집어 6개월로 단축했다.

이 같은 판결은 이후 사법농단 사태가 커지면서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청와대에 협조한 이른바 '재판 거래'의 사례였음이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단으로 과거 양승태 대법원이 내린 일부 판결은 확정된 것이라도 재심이 결정될 경우 바로잡힐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헌재의 이 같은 판단에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 "오늘 결정에 따라 과거사 사건에 희생된 피해자와 유족들의 국가배상청구권이 보장된 것은 비록 지연된 정의이나, 다행스러운 결정"이라며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인권 최후의 보루로서 누구보다 피해자의 권리 구제를 위해 앞장서야 할 사법부는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재판을 한낱 흥정의 수단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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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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