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시인 "이 재판은 그의 장례식이 될 것"

소송 대응 기자회견 "문학 수장이라는 후광이 오래된 범죄 행위를 가려왔다"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했다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한 최영미 시인은 23일 "모든 것을 걸고 싸우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최 시인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미투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민족문학의 수장이라는 후광이 그의 오래된 범죄 행위를 가려왔다"며 소송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최 시인은 "제가 술집에서 그의 자위행위를 목격했다는 사실, 제 두 눈 뜨고 똑똑히 보고 들었다"며 "오래된 악습에 젖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불쌍한 사람의 마지막 저항이라고 생각한다"며 고 시인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재판에는 개인의 명예만이 아니라 이 땅에 사는 여성들의 미래가 걸려있으므로, 모든 것을 걸고 싸우겠다"며 "이 땅에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이 재판은 그의 장례식이 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최 시인은 지난 2월 고은 시인의 성추행을 암시하는 시 '괴물'을 발표한 데 이어 방송 뉴스에 출연해 고 시인의 성추행 사실을 밝혔다.

이에 고 시인은 지난 7월 자신의 성추행 혐의를 증언한 최영미 시인 등에게 각 1000만 원, 이를 보도한 언론사와 기자 두 명에게 2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개최한 미투시민행동은 "최 시인의 용기 있는 행동은 수많은 피해자들의 용기가 됐다. 하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고은은 문제 제기 이후 오랜 시간 잠적하다가 뒤늦게야 거액의 손배소를 청구했다"라며 "이번 손배소 과정에 연대하고 최 시인에 대한 2차 피해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라고 밝혔다.

최 시인의 소송 대리를 맡은 조현욱 변호사는 "최 시인의 고은에 대한 성추행 폭로는 미투운동의 중요한 계기 중 하나였다. 이 재판은 단순히 하나의 사건에 머무르지 않고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라며 "더 이상 예술성이란 미명 하에 여성에 대한 성추행, 성희롱이 용인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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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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