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또 뚫렸다" 수천억대 짝퉁 명품시계 유통한 일당

중국산 들여와 SNS로 젊은층에 판매해...관련 공무원에 뇌물까지

관세청의 허점을 악용해 수천억원대 중국산 짝퉁 명품시계를 국내에 들여와 판매해온 일당이 대거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상표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A모(38) 씨 등 3명을 구속하고 B모(47) 씨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A 씨 등은 지난 2016년 10월부터 최근까지 경기도의 한 오피스텔을 사무실로 사용하면서 '롤렉스, TWC' 등 해외유명상표가 부착된 가짜 명품시계를 978회에 걸쳐 3억4615만원 상당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 압수한 가짜 명품시계. ⓒ부산지방경찰청

경찰에 따르면 가짜 명품시계 수입을 총괄한 A 씨가 중국 조선족 판매상으로부터 가짜 명품시계를 주문하면 B 씨 등 통관대행 업체가 이를 국내로 들여왔다.

이들은 국내 20~30대 젊은 소비자들이 해외 명품시계를 선호한다는 점을 이용해 전국 도·소매상, 인터넷, SNS 등으로 중국산 가짜 명품시계를 판매해왔다.

A 씨 등이 판매한 가짜 명품시계의 경우 중국에서 5~10만원 상당으로 들여와 10배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관세사인 C모(57) 씨는 세관에서 수입 컨테이너 확인은 3~5%만 한다는 약점을 이용해 서류심사만으로 통과할 수 있도록 수입 신고서를 작성했다.

또한 B 씨는 가짜 명품시계를 유통하던 업체가 세관에 적발되어 조사를 받게 되자 관세청 공무원 D모(39) 씨에게 50만원 상당의 뇌물을 주고 이를 무마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주기적으로 만남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판매하지 못한 2600여 점에 대한 감정가만 2500억원대로 압수한 물건과 판매상들을 보면 가방, 지갑, 마약 등 수많은 가짜 상품을 들여온 것으로 확인된다"며 "업무연관성이 있는 세관직원이 뇌물을 수수하는 등 관행적인 통관업무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A 씨 등을 관세포탈 혐의로 관세청에 고발하는 한편 가짜 명품에 대한 유통조직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추가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박호경 기자(=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