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기지사' 선택한 유권자는 바보?

[기자의 눈]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김진표의 '계파 정치' 셈법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로 나선 김진표 의원의 발언이 연일 화제다.

김 의원은 지난달 29일 이재명 경기도지사 문제에 대해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 되고 우리 당 지지율에도 상당한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탈당 등)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 관련 의혹은 이미 검찰로 공이 넘어갔다. 지켜 볼 일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선택해 56.4% 과반 이상 득표율을 기록한 자당 경기도지사 당선자에 대해, 당 대표 후보가 당을 나가라고 하는 이 '기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불과 1달 반 전에 '민주당 후보'를 선택한 경기도 유권자 입장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재명 지사가 일부 극성 '친문 지지자'들의 비판을 받는다고 해서 지난 지방선거의 유권자 선택이 잘못됐다고 말하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번엔 드루킹 특검으로 2일 압수수색 대상이 된 김경수 경남도지사. 김경수 지사 역시 지난 6.13 선거에서 '드루킹 특검' 공세 속에서도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물론 김 지사는 수사 절차를 앞두고 있다. 역시 지켜 볼 일이다. 그런데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김경수 지사를 외롭게하지 말자"라며 "김경수 본인이 특검을 가장 먼저 요구했고 어떤 조사든 당당하게 임하겠다고 밝히지 않았느냐. () 특검은 구시대적 마녀사냥을 멈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명 지사는 탈당해야 하지만, 특검 수사를 받고 있는 김경수 지사는 지켜야 할 대상이다. 김진표식 계산법이다. 뻔하다. 이재명을 싫어하는 '친문'의 표를 받고, 김경수를 좋아하는 '친문'의 표를 받겠다는 전략이다. 너무 뻔해서 이것을 '전략'으로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김 의원이 선택한 것은 계파 정치다. 그것도 아주 낡은 계파 정치다. 김진표 의원이 당 대표가 되어 이재명 지사 탈당을 촉구하고, 김경수 의원을 외롭게 하지 않으면 유권자들은 집권 여당을 어떻게 볼까? 김 의원의 '갈라치기 정치', '계파 정치'는 집권 세력을 위태롭게 한다. 우리가 지겹게 목격해 온 바다.

역풍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사흘간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경기·인천 지역 민주당 지지율을 지난주 50.9%에서 38.6%로 12.3%포인트 폭락했다. (전국 성인 1502명 대상, 응답률은 4.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 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유권자들이, 당원들이 집권 여당에게 바라는 것은 계파 정치와 갈라치기 정치가 아니라 정책이다. 김진표 의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반 국정기획자문위원장으로 일자리 정책을 기획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왜 고용 지표가 나아지지 않는지에 대해 설명을 하고 구체적인 비전을 밝히는데 주력해야 할 인물이다. 경쟁자인 송영길 의원은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참여정부 경제부총리 출신) 김진표 의원은 차이가 없다. '젊은 김진표'가 김동연인데 (김진표 의원이) 당 대표가 된다고 무슨 변화가 있겠나"라고 했다.

현 정부의 경제 정책 우경화에 대한 우려들이 지식인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진보 지식인 320여 명이 모인 지식인 선언 네트워크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우향우'를 강하게 비판했다. 집권 여당 대표 후보라면, 이런 지적에 대해 명확히 답을 내놓아야 한다. 유권자들이 알고 싶은 건 이런 지적에 대한 해명이다.

김 의원의 정치가 '계파 정치'에 기대고 있다는 것을 지금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종합편성채널 시사 프로 조금만 보면 다 안다. 결국 '정치 공학'에 당이 흔들리면서 당대표 선거에선 '정책'과 '노선' 경쟁이 실종되고 있다. 민주당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역대 집권당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길 바란다. 실수를 되풀이하기엔, 유권자들은 지쳐 있고 지금 바로잡아야 할 것들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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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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