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20일 오후 2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이날 선고는 국정농단 사건 1심 선고와 마찬가지로 TV, 인터넷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박 전 대통령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이재만 안봉근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등 최측근 3명을 통해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게서 총 35억 원의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공천에 불법 개입한 혐의도 받았다.
이날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국고 손실 혐의에 대해 징역 6년을 선고하고 33억의 추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은 약 3년에 걸쳐 30억여 원 상당의 특활비를 받았다"며 "일부를 사저 관리비나 의상실 유지비 등 사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고 손실 범행은 무엇보다 엄정해야 할 국가 예산 집행의 근간을 흔들었다"며 "특활비 전달이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궁극적인 국고손실 책임은 박 전 대통령에게 있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면서 오랜 기간 자신을 보좌한 비서관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고, 수사기관 조사뿐 아니라 재판을 위한 법정 출석까지도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고 질책했다.
또 "피고인의 공천개입 행위는 대통령으로서의 헌법적 책무를 방기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함부로 남용함으로써 대의제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정당 자율성 무력하게 만들어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특활비 수수가 뇌물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박 전 대통령이 받은 특활비에 국정원장 임명에 대한 보답이나 직무수행에 관한 편의 기대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박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상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이 '뇌물공여' 혐의에서 무죄 판단을 받은 것과 같은 취지다.
재판부는 "전직 국정원장들은 피고인 지시에 따라 수동적으로 특활비를 전달했을 뿐 대가성 등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공천 개입 혐의에 대해선 전부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으로서 선거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할 헌법적 책임이 있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정당 자율성을 무력화하는 행위를 한 점에서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정운영 혼란을 줄이고 새누리당의 협조를 받아 자신이 추구하는 정책을 추진하려는 측면에서 범행에 이르렀다"며 "유권자 투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선거운동에까진 나아가지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이 같은 법원 판단에 "상식에 반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은 특히 법원이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수수를 뇌물죄로 판단하지 않은 데 대해 비판했다. 검찰은 "대통령을 단순 보조하는 비서실 직원이 국정원 예산으로 국정원장으로부터 받은 상대적으로 소액의 돈은 대가성이 있어 뇌물이라고 하면서 정작 대통령 본인이 직접 지휘관계에 있는 국정원장으로부터 받은 수십억 원은 대가성이 없어 뇌물이 아니라는 1심 선고를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1심 논리는 직무상 상하관계에 있는 하위 공무원이 상급자에게 나랏돈을 횡령하여 돈을 주면 뇌물이 아니고, 개인 돈으로 돈을 주면 뇌물이라는 것으로 상식에 반하는 것"이라며 "항소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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