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학생의 호소 "제 친구가 난민으로 인정받게 해주세요"

기독교 개종 이란 출신 친구 둔 중3 여학생, 청와대 청원글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해 한국을 떠나야 할 처지에 놓인 이란 출신 중학생 친구를 도와달라는 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와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1일 '제 친구가 공정한 심사를 받아 난민으로 인정되게 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은 현재(13일 정오) 1만2264명이 참여했다.

자신을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자기 반에 이란에서 온 친구 A가 있다며, 최근 난민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이 친구가 이란으로 돌아가게 됐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란으로 돌아갈 경우,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점이다.

개종한 사람을 변절자로 여기는 이란

친구 A는 2010년 7월, 사업을 하려는 아버지와 함께 한국에 들어왔다. 그의 나이 7살이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삶은 쉽지 않았다. 아버지는 한국인 여성과 결혼했지만, 함께 산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2014년부터 A는아버지와 고시원에서 둘이 살게 됐다. 아버지는 현재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다.

이란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법'을 따른다. 무슬림 아버지에게 태어난 자녀는 무슬림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일찍 한국에 이주한 A는 이슬람 성서인 쿠란을 읽은 적이 없다. 이슬람 교인의 신앙 의무인 하루 5차례 기도, 라마단도 지키지 않았다.

그런 A인지라 친한 친구의 권유로 집 근처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그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아버지도 굳이 말리진 않았다. 아들 스스로가 원하는 종교를 가졌으면 했다.

A는 교회 주일학교를 4년간 다니며 성경을 공부했고 교회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타기도 했다. 매년 두 차례 수련회와 각종 교육모임에도 참여할 정도로 열성적으로 교회를 다녔다. A의 사례명은 '안토니오'였다.

A는 2015년 아버지에게도 기독교 신앙을 갖도록 했고 지난해 11월 아버지는 사례를 받았다.

문제는 이란은 법적으로 개종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란 헌법은 무슬림 시민의 개종 또는 이슬람 신앙을 포기하는 권리를 명시하지 않았다. 사회적 인식도 개종에 엄격하다. 이슬람교도가 99%인 이란은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사람을 변절자로 여긴다.

실제 A는 이란 친척과 통화에서 자신의 개종 사실을 알린 이후, 친척들과의 연락이 끊겼다.


올해 9월이면 이란으로 가야 하는 중학생 친구

이런 상황인지라 A가 이란으로 돌아갈 경우, 개종을 이유로 형사처벌 받을 가능성이 크다. 개종자들은 '명예살인'을 당하기도 한다. 결국, 고민 끝에 A와 아버지는 이란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2016년 대한민국에 난민 지위를 신청했다.

하지만 주무기관인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이들의 난민 신청을 거부했다. A가 어려 종교적 가치관이 정립됐다고 볼 수 없다며 종교적 난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A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서울행정법원에 난민 불인정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다행히 행정법원은 2017년 8월, A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란으로 귀국하면 기독교 개종자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가 있다는 것이었다. A의 사례는 난민협약 및 난민의정서가 정한 난민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2심인 고등법원은 이러한 판결을 뒤집었다. 개종했다는 이유로는 이란에서 박해를 받지는 않는다는 이유였다.

A는 올해 9월까지 한국에 체류 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아버지의 난민 자격 인정 여부를 결정하는 재판이 9월에 끝난다. 아버지도 패소할 경우, 둘이 나란히 한국을 떠나야 한다.

▲스리랑카 내전을 피해 프랑스로 이주한 난민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칸느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디판>(2015) 중 한 장면. 기사의 내용과는 무관

청원인 "모두 억울해하며 분개했다"

청원인은 "(난민 지위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관련) 저희 반 아이들은 모두 억울해하며 분개했다"며 "이란으로 가면 기독교 개종자는 어디로 가는지 모르게 소리소문없이 사라진다는데, 친구를 보며 너무 가슴이 아팠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우리 처지가 너무 암울했다"고 청원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청원인은 "제 친구는 신분증도 빼앗기고 출국 날짜만 기다리고 있다"며 "글을 쓰는 지금도 친구가 떠나는 날을 생각하면 눈물이 쏟아지고 가슴이 떨린다 친구가 그렇게 허망하게 가버리면 저희 반 27명, 아니 저희 학교 600명 학생에겐 말로 못할 큰 상처가 될 것이고 평생 가슴을 누르는 짐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청원인은 "정의가 있다면, 우리 국민 마음속에 정의가 남아 있다면 제 친구를 굽어 살펴줄 것이라 믿는다"며 "부디 제 친구가 난민이 되어 이란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도와 달라. 제 친구의 안전을 지켜주기를 간절히 호소한다"고 당부했다.

A와 아버지는 오는 9월 난민지위 신청을 다시 할 예정이다. 이번만큼은 공정하게 편견 없이 심사를 받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청원인이 청와대에 청원을 낸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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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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