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가 촛불 시위에 대한 계엄령을 검토한 사건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이 독립수사단을 통한 수사를 지시한 이유가 송 장관의 미온적인 대처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송 장관이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 작성 사건을 지난 3월에 보고받았고, 청와대가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음에도 송 장관이 이를 무시하고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의혹이다. 문 대통령은 10일 이 사건을 수사할 독립수사단 구성을 지시하면서 송 장관의 수사 지휘를 받지 않도록 해 이같은 의구심은 더욱 증폭됐다.
이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1일 "청와대가 국방부에 수사를 요청한 사실이 없고 당연히 송 장관이 무시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김 대변인은 그러나 송 장관이 3월 최초 보고 후 국방부가 어떤 조치를 취했냐는 질문에 "송 장관이 보고를 받고 지금까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위 등을 놓고 국방부와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송 장관이 청와대에 바로 보고를 했느냐는 질문에도 김 대변인은 "칼로 두부 자르듯이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사실관계에서 회색지대 같은 부분이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송 장관은 이 문제에 대해서 지난봄부터 기무사 개혁이라는 큰 틀에서 추진해왔고, 지금 문제가 되는 문건의 내용도 그런 큰 틀의 내용을 추진하며 함께 해결하려 했던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무사 계엄령 검토 문건을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의 독립수사단 구성 지시를 언급하며 "국방부 장관을 질책하는 의미도 담겨 있어서 국방부 장관을 빼고 아주 독립적으로 수사하는 게 좋겠다는 측면이 있다"고 해석했다.
이 의원은 송 장관이 지난 3월 최초 보고를 받고도 뭉갠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그렇게 볼 점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송 장관이 지난 9일 한 간담회에서 성폭력 예방을 위해서는 여성들이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데 대해 야당은 일제히 장관직 사퇴를 촉구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누구보다 앞서서 군대 내 성평등 가치를 주장하고 실천해야 할 장관의 입에서 결코 나와서는 안 될 발언들이 반복되고 있다"며 "송 장관 발언에 대해 단순 사과에 그칠 것이 아니라 청와대가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성폭력은 가해자의 위계와 폭력으로 발생하는 것이지 특정 성의 행동거지가 원인이 아니다"라며 "송 장관의 이러한 여성 인식으로 과연 군내 성폭력 근절과 여군의 지위 향상을 제대로 구현할 수나 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도 "송 장관의 자격과 품위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부적절한 발언에 사과하고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했다.
조 대표는 "장관의 여성에 대한 인식과 사고 수준이 이 정도니 군의 성 군기가 잡히지 않는 것"이라며 "송 장관에게 한 마디 덧붙이면 행동거지라든지, 말하는 것을 조심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도 "군 내부 기강을 바로 세우고, 신뢰받는 군을 만들기 위해 송 장관이 국방사령탑을 더 이상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신보라 원내대변인도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왜곡된 성 의식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 정도면 실수가 아니고 습관이고 오래 가지고 있던 태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신 원내대변인은 "송 장관은 여성의 행동거지를 운운하기 전에 본인의 행동거지를 똑바로 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는 이제라도 인사 실책을 인정하고 송 장관, 탁현민 비서관을 경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도 "전세계에서 미투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데 군은 전혀 개선될 여지가 없어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했다. 군 장성들의 성폭력 사건이 반복된 데 대한 비판이지만, 송 장관의 여성관도 에둘러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의당 추혜선 대변인도 지난 9일 "여성을 그저 농담의 대상으로 소비하는 저열한 성 인식으로 촛불 시대에 걸맞은 군 개혁을 이끌어 갈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며 "시대착오적인 인사들은 촛불 내각에서 설 자리가 없을 것임을 엄중하게 경고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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