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한 오해들, 김일성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

한홍구 특강 "북한 3대 세습 원동력은 김일성 리더십"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며 '북한 바로 알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던 북한은 진짜 북한일까. 북한에 대해 우리가 몰랐던, 혹은 오해하고 있던 것은 무언인가.

"북한에 대한 많은 오해들은 김일성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

역사학자 한홍구 성공회대학교 교수가 5일 서울 종로구 역사책방에서 '청년 김일성, 청년 김정은'을 주제로 특강을 열고 북한을 이해하기 위해선 김일성과 주체사상에 대한 '바로 알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레닌 동상이 허무하게 무너졌지만 북한은 3대째 세습하며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북한의 3대 세습을 가능케 했던 것은 '김일성 리더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일성 리더십'의 예로 김일성이 '민생단' 명단을 불태운 에피소드를 들었다.

▲5일 진행된 한홍구 교수의 '청년 김일성, 청년 김정은' 특강 모습. ⓒ프레시안(서어리)


민생단은 1930년대 만주 지역에서의 항일무장투쟁 당시 활동하던 친일 단체다. 조선인 가운데 바로 이 민생당 첩자가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서로에 대한 의심이 팽배해져 갔다. 그때 김일성은 민생단 명단이 든 보따리를 불태우며 혐의자 100여 명을 석방해 혁명세력에 편입시켰다.

한 교수는 "민생단 혐의자였던 그 사람들은 이후 조국광복회 결성의 주역으로, 보천보 전투의 전사로 거듭나게 됐다"며 "이것이 곧 '주체사상'이다. 이들에게 생명이 두 가지가 있다면 하나는 육체적 생명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적 생명인데 그것은 곧 '어버이 수령님'이었던 것"이라고 했다.

김일성은 민생단 연루자 누명을 쓰고 처형된 이들의 자녀들도 거뒀다. 김일성과 그의 아내 김정숙이 먹이고 키운 많은 아이들은 훗날 김일성의 아들인 김정일이 태어나자 그를 업어 키웠다. 한 교수는 "이게 이북체제의 안전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체사상을 우리민족이 낳은 위대한 개똥철학"이라며 "사주팔자의 감옥을 벗어나 개인과 민족의 차원에서 주체로 거듭나려는 노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공산주의자들이 '팽두이숙(烹頭耳熟 : 머리를 삶으면 귀까지 삶아진다)'을 논하며 중국 혁명을 우선할 때에도, 조선 혁명 세력은 주체사상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혁명 노선을 걸었다고 했다.

한 교수는 김일성에 대해 "실용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하며 김일성이 '사람 중심 세계관'을 폈던 배경을 설명했다.

"수구 사이트에 가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사람이 먼저다'가 주체사상이라고 하던데(웃음), 왜 사람 중심의 세계관이었을까요. 그땐 돈도 기술도 없고 결국 사람밖에 없었습니다. '맨주먹 붉은 피'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김일성이 세우려 한 게 '밥의 공산주의'였습니다. 등소평이 '흑묘백묘론'을 이야기했는데, 그로부터 10년 전에 이미 김일성이 '밥 먹을 때 오른손을 쓰든 왼손을 쓰든 무슨 상관인가'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한 교수는 "김일성이 품었던 인민들을 배불리 먹이는 꿈은 김정일, 김정은 시대에도 계속 이어졌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이라는 깡패가 지배하는 세계에서는 그 꿈을 이루는 방식이 핵무기였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핵무기 개발 대신 경제 발전에 집중하려는 지금이 북한의 위기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체제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체제입니다. 위기가 일상인 저런 사회의 진짜 위기는 위기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 청년 지도자 김정은에게는 엄청난 모험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 김일성도 김정일도 하고 싶었던 일입니다."

그는 "역사가 진보하는 때는 아주 짧은 시기"라며 "단군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처음 맞이하는 좋은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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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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