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가늘어지고 힘이 약해지는 노화 현상을 실험실에서 실제 사람의 근육처럼 재현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DGIST,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공동 연구팀이 사람의 골격근 노화에 따른 형태적·분자적 변화뿐 아니라 실제 근육 수축 기능 저하까지 평가할 수 있는 3차원 생체모사 근육 미세조직 모델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근육세포의 모양이나 유전자 변화만 관찰하는 기존 연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람 근육이 노화하면서 실제로 얼마나 약해지는지까지 실험실에서 측정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연구는 DGIST 뉴바이올로지학과 김민석 교수팀과 POSTECH 기계공학과 조동우 교수팀의 공동 연구로 진행됐다.
◆ 2차원 세포배양의 한계 넘어...실제 사람 근육 구조 구현
골격근은 뼈에 붙어 신체 움직임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단순히 걷고 뛰는 운동 기능뿐 아니라 혈당과 에너지 대사 조절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과 근력이 감소하는 근감소증이다. 근감소증이 진행되면 신체 활동성이 떨어지고 낙상과 골절 위험이 커져 노년기 건강과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근육 노화 연구는 주로 동물 모델이나 평면 형태의 2차원 세포배양 방식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동물과 사람의 생물학적 차이가 존재하고, 평면 배양 환경에서는 실제 근육의 입체적인 구조와 수축 기능을 충분히 구현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공동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제 사람에게서 얻은 근육세포를 활용했다.
연구팀은 17세와 68세 남성 기증자의 근육세포를 각각 확보하고, 근육 조직의 구조적 지지대 역할을 하는 탈세포화 세포외기질을 결합했다.
이후 3차원 프린팅 기술로 제작한 미세 구조물 안에서 세포를 배양해 근육세포가 한 방향으로 정렬되고 서로 연결되는 3차원 인공 근육 미세조직을 구현했다.
실제 근육과 유사한 입체적 환경을 만들어 세포의 성장과 조직 형성뿐 아니라 근육 수축 기능까지 관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젊은 근육과 노년 근육, 실험실에서도 차이 뚜렷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두 연령대의 근육세포로 제작한 조직에서 나타난 차이였다.
분석 결과 68세 기증자의 세포로 만든 근육 조직은 17세 기증자의 조직보다 근육 섬유가 가늘고 세포 간 융합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염증 관련 지표 역시 높게 나타났으며,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 기능에도 차이가 확인됐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의미 있는 결과는 근육의 실제 수축 기능까지 비교했다는 점이다.
근육 수축은 세포 내부의 칼슘 신호와 에너지 대사 등이 유기적으로 작용해야 가능한 과정이다. 연구팀은 노년 기증자의 세포로 제작한 조직에서 칼슘 반응이 느려지고, 전기 자극에 따른 수축력도 크게 감소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이는 노화한 근육에서 나타나는 세포 구조의 변화와 에너지 대사 저하가 실제 기능 저하와 연결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다.
단순히 늙은 세포의 특징을 관찰하는 수준을 넘어, 노화에 따른 근육의 기능적 변화를 3차원 조직에서 측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 근감소증 치료제 개발에도 활용...동물실험 대체 가능성 주목
이번 기술의 활용 가능성은 근감소증 치료제 개발 분야에서 특히 주목된다.
신약 후보물질이 근육세포의 염증을 줄이거나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더라도, 실제 근육의 수축력이 회복되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이번 3차원 근육 모델을 활용하면 세포의 형태와 분자적 변화뿐 아니라 전기 자극에 따른 수축력까지 함께 평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치료 후보물질이 근육의 구조적 개선에 그치는지, 실제 기능 회복으로 이어지는지를 보다 입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동물실험을 줄이고 사람의 생리적 특성을 반영한 비임상 시험법을 개발하려는 국제적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미국 FDA Modernization Act 2.0은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 이외의 비임상 시험 방법을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확대했다.
다만 이번 연구가 곧바로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치료제 개발에 활용하려면 더 많은 기증자의 세포를 대상으로 재현성을 검증하고, 다양한 연령과 성별, 질환 상태를 반영한 모델로 확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 사람 중심의 근육 노화 연구 기반 마련
김민석 DGIST교수는 "이번 연구가 사람 유래 세포를 이용해 노화에 따른 근육의 변화를 재현하고, 세포 수준의 변화와 실제 수축 기능을 동시에 평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향후 근육 노화의 원인을 밝히고 치료 후보물질의 효능을 보다 정확하게 검증하는 연구 도구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DGIST 뉴바이올로지학과 양소혜 석박사통합과정생과 POSTECH 기계공학과 공정식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Small Science'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특히 이번 성과는 사람의 실제 근육세포와 3차원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결합해 노화에 따른 근육의 구조와 기능을 함께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 플랫폼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근감소증은 개인의 신체적 문제를 넘어 의료비와 돌봄 부담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과제가 되고 있으며, 이번 기술이 향후 근육 노화의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제 개발의 정확도를 높이는 연구 기반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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