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에게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뒤 자신의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판단에 불복해 상고했다. 명 씨의 진술에 의문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증거들을 들여다보지 않은 채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단이 잘못됐다는 이유다.
특검은 30일 오 시장의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에 상고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객관적인 근거 내지 명 씨의 진술을 보강하는 다른 증거가 충분히 존재하므로 오 시장이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2020~2021년 오 시장 측과 명 씨가 수차례 교류한 점 △2021년 2월 오 시장 선거캠프 팀장 김모 씨가 자신의 지인에게 '오세훈 캠프의 비용으로 김종인이 소개한 여론조사 업체(명 씨를 지칭)에 여론조사를 의뢰했으나 오히려 나경원만 유리한 결과를 얻게 되어 강철원이 크게 화를 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점 등을 제시했다.
특검은 오 시장이 자신의 후원자로 알려진 김한정 씨에게 여론조사 비용 대납을 요청하고, 김 씨가 그 비용을 대납한 사실 역시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씨가 명 씨에게 별다른 친분 없는 상태에서 1000만 원을 지급했으며, 지급 이후 김 씨는 상당 기간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지 못한 반면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는 설문지 및 결과지가 지속적으로 전달된 점 등이 근거였다.
또한 특검은 오 시장과 명 씨가 2020년 12월부터 교류를 시작했으므로 둘이 2021년 1월 처음 만났다는 항소심 판단에는 명백한 오류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명 씨와 김 씨 사이 통화녹음파일 일부만을 증거로 인정한 점에 대해서도 특검은 "범죄 유무를 판단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사항에 대한 심리를 다하지도 아니한 채 무죄 판단에 섣불리 나아간 것"이라며 "실체적 진실 발견과 적정한 재판이 이루어지도록 하려는 형사소송법의 근본 이념에 배치된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꼬집었다.
특검은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직접증거(명태균의 진술)에 의문이 있다는 이유로 핵심적인 간접증거나 정황사실의 증명력을 쉽게 배척한다면,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부패범죄의 특성상 직접증거가 분명하지 않은 대부분의 부패범죄를 처벌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에 이르게 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런 측면에서도 이 사건 범죄의 특성과 증거의 성격을 도외시한 채 유죄를 뒷받침하는 핵심적인 정황증거의 증명력을 배척한 항소심의 잘못된 판단은 상고심에서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고법은 지난 2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 시장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고 오 시장에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강 전 정무부시장과 김 씨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건의 핵심 증거인 명 씨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수사 재판 상황에 따라 바뀌어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강 정무부시장과 명 씨 사이 몇차례 만남이 있었고, 오 시장 캠프에 명 씨 측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등이 일부 공유됐으며 특히 오 시장 후원자로 알려진 김 씨가 명 씨 측에 수차례 돈을 지급한 사실이 객관적이고 명백히 인정되므로 유죄 의심이 전혀 없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사건의 거의 유일한 직접증거인 명 씨 진술에 신빙성을 부여하기 어렵고 나머지 증거들로 인정되는 단편적 사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 판결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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