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10년 지났는데…주민들, 아직도 투쟁하는 이유는

[기획연재] 미군기지 너머, 동아시아 저항과 연대

지난 8월 14일 서울 향린교회에서 자주통일평화연대·전국민중행동·불평등한한미SOFA개정국민연대 주최로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반전·반기지운동 국제토론회'가 열렸다. 하와이, 필리핀, 괌, 오키나와와 한국의 군산·소성리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미군기지와 군사훈련이 지역 주민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이에 맞선 투쟁의 경험을 나눴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 견제를 내세워 동아시아와 태평양 곳곳에서 군사기지를 확대하고 다국적 군사훈련을 강화하고 있지만, 그 현장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목소리는 한국 사회에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다. 하와이의 림팩, 필리핀의 발리카탄, 괌의 군사기지화, 오키나와의 미군·자위대 기지 확대는 한국의 평택·군산 미군기지와 소성리 사드기지 문제와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자주통일평화연대는 이번 토론회의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매주 한 차례, 총 8회에 걸쳐 각 지역의 현실과 저항을 소개한다. 하와이의 미군 토지 임대와 반환운동을 시작으로 필리핀, 괌, 오키나와, 군산, 소성리를 차례로 살펴보고, 이어 미국 내 반제·반전·반기지 연대운동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및 동아시아 군사기지화를 짚어 본다.

서로 다른 지역의 이야기를 통해, 동아시아와 태평양 곳곳의 군사기지와 군사훈련이 어떻게 하나의 전략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이에 맞선 사람들은 어떻게 서로의 투쟁을 연결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여섯번째로 강현욱 사드철회 소성리 종합상황실 대변인이 발표한 내용을 소개한다.

사드철회 소성리 종합상황실은 2016년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맞서 소성리 주민들과 원불교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 성주·김천 대책위 및 전국 시민평화단체들이 연대해 결성한 상설 대응 기구다. 불법 기지 공여와 장비 반입을 저지하며, 소성리 현장에서 10년째 평화행동과 기도회를 이끌고 있다.

▲ 강현욱 사드철회 소성리 종합상황실 대변인. ⓒ자주통일평화연대

사드 배치 반대 투쟁이 시작된 지 어느덧 10년이 흘렀습니다. 먼저 세계 곳곳에서 평화를 위해 싸우고 있는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오늘은 경북 성주 소성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드 기지화의 실상과 지난 10년 동안 주민들이 겪어온 고통, 그리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저항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소성리 사드 기지는 경상북도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797번지, 옛 성주 롯데 골프장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골프장 전체 부지는 약 140만㎡(제곱미터)로, 이 가운데 약 절반인 72만㎡가 미군에 공여되어 사드 기지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나머지 70여만㎡는 현재 국방부 소유로 남아 있으며, 이 부지가 앞으로 어떻게 활용되고 추가로 미군 기지화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현재 이곳에는 미 육군 제35방공포병여단 예하 사드 포대 소속 미군 약 90~100명이 순환 근무하고 있습니다. 기지의 구조를 살펴보면 전체 골프장 부지의 한가운데에 미군이 사용하는 구역이 있고, 그 주변을 한국군이 관리하는 부지가 둘러싸고 있습니다. 기지 정문과 한국군 소유의 외곽 지역은 한국군이 경계 근무를 맡고 있습니다.

형식적으로는 한국군 소유의 땅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한국군이 하는 일은 미군 기지의 외곽 경계를 대신 서주는 것입니다. 미군 기지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초병 역할까지 맡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군대가 자기 나라의 땅에서 외국 군대의 기지를 지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지 내부에는 사드(THAAD) 체계의 핵심인 AN/TPY-2 레이더와 발사대 6기, 발전기, 통제소 및 지휘시설이 있습니다. 현장에서 파악한 바로는 사드 기지 방어를 위한 패트리어트(PAC-3) 관련 포대 2기와 저고도 비행체 탐지 레이더, 한미 군 장병들의 숙소 건물 등도 들어서 있습니다.

사드 배치는 미국의 전략무기체계를 한국에 들여와 새로운 미군 기지를 만드는 중대한 결정이었지만, 국회의 동의와 충분한 국민적 논의 없이 추진됐습니다.

2016년 3월 한미 양국은 별도의 사드 배치 조약을 체결하는 대신, 군 당국 간 '주한미군 사드 배치 관련 한미 공동실무단 구성 약정서'를 체결했습니다. 이후 기존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른 절차를 통해 미군에 기지 부지까지 제공했습니다.

사드 배치는 한국의 외교·안보와 주변국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었지만, 그 결정 과정에서 국민의 의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성주와 김천 주민들이 강하게 반대했음에도 정부는 이를 외면한 채 배치를 강행했습니다.

비용과 역할의 분담 역시 불평등합니다. 한국 정부는 성주골프장 부지를 미군에 무상으로 공여하고 진입로와 전력, 용수 등 기반시설을 지원했습니다. 기지 외곽 경계도 한국군이 맡고 있습니다. 반면 주한미군은 무기체계 반입과 유지보수 등 운용 비용을 부담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략무기 배치를 위해 한국이 땅과 시설을 제공하고 군 병력까지 동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드 배치 당시 한미 당국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남한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소성리 사드 기지가 단순한 남한 방어를 넘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대중국 억지 전략의 전초기지로 활용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이를 보여주는 중요한 변화가 사드 체계의 성능개량입니다. 2020년과 2022년을 전후해 한미 당국은 사드 레이더의 핵심 구성 요소인 전자장비 유닛(EEU)과 안테나 장비 유닛(AEU), 발사대 등 관련 장비의 반입과 교체를 추진했습니다.

당시 정부는 노후 장비 교체를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사드와 패트리어트 등 서로 다른 미사일방어체계를 연동해 통합적으로 운용하는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성능개량이었습니다. 사드 레이더가 탐지한 정보를 패트리어트 요격체계와 공유함으로써 미사일 탐지와 요격 능력을 높이는 것입니다.

미국은 세계 각지의 탄도미사일 탐지·요격체계를 지휘통제·전투관리·통신체계인 C2BMC(Command and Control, Battle Management, and Communications)로 연결하는 통합 미사일방어망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등의 분석에 따르면, 소성리 사드 레이더 역시 성능개량을 통해 C2BMC와 연동되어 탐지정보를 송수신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는 사드 레이더의 탐지정보를 패트리어트와 공유하는 성능개량이 이루어졌고, 미국의 통합 미사일방어체계인 C2BMC와도 연동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소성리 사드 레이더가 남한 방어를 위한 종말모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미사일을 조기에 탐지하는 전방배치모드로 운용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이는 소성리 사드 기지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군사전략과 미 본토 방어에 활용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미일 미사일방어 협력의 확대도 소성리 사드 기지의 군사적 역할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한미일은 '퍼시픽 드래곤'과 같은 탄도미사일방어(BMD) 훈련을 실시하고, 미사일 경보정보의 실시간 공유체계도 구축했습니다. 미사일 탐지와 추적, 정보공유와 대응 과정에서 세 나라의 군사적 연계가 강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움직임이 소성리 사드 기지의 성능개량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사드 레이더가 미국의 통합 미사일방어체계와 연동될 경우, 소성리에서 수집한 탐지정보가 미국이 주도하는 역내 미사일방어망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소성리 사드 기지가 남한 방어를 넘어 한미일 미사일방어 협력을 뒷받침하는 군사적 거점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변화는 과거 문재인 정부가 밝힌 이른바 '3불 원칙', 즉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에 참여하지 않고,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협력을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키지 않겠다는 입장과도 배치되는 방향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군사적 연계가 한반도의 전쟁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중 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소성리 사드 기지를 비롯한 주한미군의 군사시설이 미국의 역내 군사작전을 지원하는 거점으로 활용되고 공격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한반도가 전쟁터가 되고 핵전쟁의 피해까지 입을 수 있다는 위험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미국의 군사적 필요에 따라 한국의 전쟁 위험이 커지고, 그 피해를 한국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면 과연 이것이 누구를 위한 안보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 강현욱 사드철회 소성리 종합상황실 대변인. ⓒ자주통일평화연대

사드 배치로 인해 직접적인 고통을 겪은 사람들은 소성리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입니다. 2017년 사드 장비의 1차·2차 반입 당시 대규모 경찰 병력이 동원됐습니다. 경찰은 기도회를 열고 평화적으로 사드 배치에 반대하던 주민들과 종교인, 시민들을 강제로 해산시켰고, 고령의 주민들까지 끌어냈습니다.

이후에도 장비와 공사 자재가 반입될 때마다 경찰의 강제진압과 감시, 채증이 반복됐습니다. 주민들은 이동을 제한받고 새벽 시간의 소음과 반복되는 경찰력 투입으로 수면 방해와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평화롭던 산골 마을은 군사기지 운영을 둘러싼 충돌의 현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주민들의 건강에 대한 우려도 큽니다. 사드 레이더가 향하는 방향에는 레이더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김천시 노곡리가 있습니다. 주민 약 100명이 사는 이 작은 마을에서 단기간에 10명이 넘는 암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저희는 사드 레이더 전자파가 주민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철저한 조사와 객관적인 검증을 통해 암 발생과 레이더 전자파 사이의 인과관계 여부를 밝히고, 주민들의 불안과 의문에 책임 있게 답해야 합니다.

사드 배치에 맞서 싸워온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에게 선고된 벌금도 총 1억 원에 달합니다. 마을을 지키기 위한 저항이 수사와 재판, 막대한 경제적 부담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정부는 국가안보를 내세워 사드 배치를 강행했지만, 그 과정에서 주민들은 평온한 일상을 빼앗기고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떠안아야 했습니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오히려 주민들의 삶과 공동체를 무너뜨린 것입니다.

이렇게 오랜 세월 탄압을 겪으면서도 소성리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은 투쟁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2026년 8월 2일 기준, 소성리 진밭교에서 주 5회 진행되는 아침 평화행동은 1,113회를 맞이했습니다. 김천역에서 진행되는 '사드배치 결사반대 김천시민 촛불집회'는 1,047회, 성주 읍내 사드 반대 피켓팅은 223회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드 기지로 향하는 진밭교 세워진 원불교 평화교당은 3,432일째 그 자리를 지키며 평화를 위한 기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숫자는 단순한 집회 횟수가 아닙니다.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이 지난 10년 동안 견뎌온 시간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더운 여름에도 추운 겨울에도 현장을 지켜온 사람들의 기록입니다.

그사이 사드 기지는 더욱 견고해졌고, 시설과 장비는 개량됐습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기지 운영은 계속됐습니다.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은 나이를 먹었고, 기나긴 투쟁으로 몸과 마음에 많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러나 사드 철회라는 우리의 요구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올해로 사드 반대 투쟁이 시작된 지 꼭 10년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긴 시간을 싸워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드가 소성리에서 떠나는 그날까지 싸울 것입니다.

소성리의 싸움은 작은 산골 마을 하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의 군사전략에 따라 우리의 땅이 군사기지로 바뀌고, 그로 인한 전쟁 위험과 피해를 주민들이 떠안아야 하는 현실에 맞선 싸움입니다.

우리는 소성리가 더 이상 전쟁의 전초기지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주민들이 경찰의 진압을 걱정하지 않고 마을길을 걸으며, 군사기지가 아닌 평화로운 산과 마을을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세계 곳곳에서 군사기지 확장과 전쟁에 반대하며 평화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소성리에서 이어지고 있는 우리의 저항도 그러한 평화를 만들어 가는 하나의 발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드가 나갈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끝까지 함께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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