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정부는 처음으로 녹조 계절관리제를 시행했다. 5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를 녹조 발생 계절로 정하고, 그 기간에 오염원 관리와 감시를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점점 심해지는 녹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생 전에 움직인다'는 정부 보도자료 제목과 같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제1차 녹조 계절관리제 지정 기간이 보여주듯, 통상 녹조는 기온이 따뜻해지는 늦봄부터 초가을까지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5월 전국 평균기온이 관측 이래 가장 높았던 올해, 낙동강 강정·고령 지점에는 예년보다 한 달가량 이른 6월 중순에 조류경보 경계 단계가 내려졌다. 그리고 계절관리제에서 정한 기간이 끝나갈 무렵인 지금도 녹조는 낙동강을 뒤덮고 있다. 10월 8일 낙동강네트워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환경운동연합은 국회 앞에서 녹조 문제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기서 경남의 한 활동가는 가을이 깊었는데도 낙동강 하류부터 상류까지 녹조가 사라지지 않고 취수장 인근까지 뒤덮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녹조의 계절이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는 단지 초록의 강을 오래 보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최근 녹조와 관련해 이루어진 여러 조사는 녹조 문제가 생태계를 넘어 우리 사회의 건강과 인권 문제와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8월 11일 환경운동연합과 낙동강네트워크 등은 낙동강권과 수도권 주민의 녹조 독소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계명대, 서울대, 경북대 연구진이 참여한 이 조사에서 주민 93명의 소변 시료 150건 가운데 29건(19.3%)에서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 검출됐다고 한다. 가장 많이 검출된 마이크로시스틴-LR(MC-LR)은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간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2B군)'로 분류한 간독성 물질이다. 조사 결과 지역별로는 낙동강권 시료의 18.9%, 경기도권 시료의 20.0%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이 결과는 녹조로 인한 문제를 낙동강만의 일로 보기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녹조 독소 문제의 영향을 더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반복 추적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같은 사람을 두 차례 검사했을 때, 한 번은 녹조 독소가 검출되고 한 번은 검출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독소가 몸에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을 수 있고, 노출 시기에 따라 검출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녹조 독소의 위험이 몇 차례의 검사로는 파악되지 않을 수 있기에 장기적인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대두되고 있다.
녹조 문제가 건강권과 인권의 문제로 넓어지고 있는 지금, 그 뿌리를 개발과 기후위기가 만나는 자리에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녹조를 일으키는 남세균은 따뜻하고 흐름이 느린 물에서 잘 자란다. 수온이 오르면 다른 조류와의 경쟁에서 유리해지고, 표층이 데워져 물이 위아래로 잘 섞이지 않으면 수면으로 떠올라 햇빛을 독차지한다. 해외 연구자들은 오래전부터 기후변화가 남세균 확산의 촉매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여기에 개발이라는 조건이 더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4대강 사업으로 들어선 보는 강물의 흐름을 늦췄고, 유역의 농경지와 축산, 도시에서 흘러든 영양염류는 남세균의 먹이가 된다. 고인 물과 넘치는 영양분 위로 점점 뜨거워지는 여름이 내려앉는다.
이러한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다. 대구MBC가 낙동강 강정·고령 지점의 11년 치 수질조사 591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 여름철 평균 유해 남세균 수는 이전 6년보다 2.4배 많았다. 독성이 급증하는 기준으로 간주하는 1㎖(밀리리터)당 5만 세포를 넘긴 횟수도 2회에서 7회로 늘었다.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낙동강 유역의 수온 변화를 예측한 한 연구는 이번 세기말까지 평균 2℃ 넘게 수온이 오를 수 있다고 보았다. 지금의 강 구조가 유지된다면 남세균에게 유리한 여름은 더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기후위기가 녹조를 악화시킨다는 점은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 7월 대청호 녹조 대책을 내놓으며, 기후위기로 인한 강우 증가와 수온 상승, 그리고 정체수역의 발달을 녹조 악화의 요인으로 꼽았다. 집중호우는 유역의 영양염류를 한꺼번에 쓸어 넣고, 뒤이은 폭염은 그 물을 가두고 데운다. 극한 기상이 잦아질수록 녹조에 유리한 조건도 더 자주 만들어질 수 있다.
녹조 해법으로 자주 거론되는 보 처리와 개방을 두고 정부와 시민사회 사이에는 아직 온도차가 있다. 정부는 계절관리제를 시행하며 낙동강 8개 보를 차례로 여는 방안을 추진했고, 연내에 보 처리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자연성 회복이 정부 스스로 내건 국정과제인 만큼 그 이행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녹조 문제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흐름이 관찰된다. 전 세계 대형 호수를 위성으로 추적한 연구들은 지난 수십 년간 녹조가 더 잦고 강해졌다고 보고한다. 한때 수질이 나아진 호수 가운데 그 상태를 유지한 곳은 온난화가 가장 덜 진행된 곳들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기후위기가 녹조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 타이호(太湖)의 경험은 개발과 기후 그리고 그에 대한 관리의 관계를 더 잘 보여준다. 2007년 녹조가 우시시 상수원을 덮쳐 약 200만 명이 일주일가량 수돗물을 쓰지 못했다. 연구자들은 오랜 영양염류 유입이 근본 원인이긴 했지만, 여러 해에 걸친 온난화가 녹조를 키웠고, 녹조를 씻어내려 끌어온 물이 오히려 녹조를 취수구 쪽으로 밀어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분석했다.
녹조가 던진 질문은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과 반도체·인공지능 산업 육성이라는 이름으로, 물을 더 많이 모으고 옮겨야 할 이유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정부는 극한 홍수와 가뭄에 대비한다는 이유로 기후대응댐을 추진한 바 있다. 2024년 14곳의 후보지가 발표된 뒤 지역의 찬반 속에 9곳이 추진 후보지로 정해졌고, 일부는 보류되거나 공론화 절차를 밟고 있다. 보류된 곳 가운데에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수도권 물 수요를 염두에 두고 계획됐던 댐도 있었다. 현 정부는 신규 댐 후보지의 용도와 규모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를 위한 용수 확보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물이 2035년 하루 68만 7천 톤에서 2050년 137만 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서남권 반도체 산업단지에는 하루 65만 톤의 공업용수가 계획돼 있고, 그 절반가량을 공급하기 위해 동복댐을 높이는 방안이 검토되면서 300여 가구가 수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또 '대한민국 대도약을 위한 시작'이라는 이름 아래 나라를 살릴 산업으로 기대받는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의 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댐을 짓거나 높이는 등 물길을 바꾸는 일은 15년 뒤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4대강 사업 역시 '강 살리기'라는 명목으로 물을 확보하고 수질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15년이 지난 지금, 그 약속의 자리에는 해마다 녹조가 피어오른다. 사업계획서 어디에도 쓰여 있지 않던 결과를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4대강 사업 당시에도 녹조를 경고한 목소리는 있었다. 그러나 그 독소가 사람의 몸에서 확인되리라는 데까지 내다본 이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녹조에서 배워야 할 것이 있다. 많은 물을 모으고 옮기기 위해 세워지는 정책들이 더 뜨거워지는 세상에서 무엇을 번성하게 만들지, 그것이 생태계와 우리의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함께 물어야 하지 않을까. 녹조를 한 계절만의 일로 관리할 수 있던 시절은 어쩌면 이미 지나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