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에 부합한 전작권 전환? 주한미군사령관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인가

[기고] 전작권, 군사주권의 요체이자 자주국방의 전제조건…'의지'가 중요하다

최근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를 놓고 한미 간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갈등의 진원지는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의 발언에서 출발했다. 발언의 핵심 요지는 안보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에 전작권 환수 조건의 기준도 바뀌어 새로운 군사 역량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라면, 한국이 조건 부합의 군사 역량을 갖추었더라도 이의 판단과 결정은 주한미군 사령관이 하므로 전작권 환수는 그의 상황인식과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의 발언은 한마디로 납득하기 어렵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자의적이고 편의적 발상인 것이다.

불행하게도 주한미군 사령관이 이렇게 편의적으로 발언할 수 있는 배경에는 전작권 환수에 대한 과거 한국 정부의 부끄러운 역사가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14년 10월 박근혜 정부는 제46차 한미 연례안보회의(SCM)를 통해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면서 한미연합군사령부(연합사)를 통합적으로 운용하는 새로운 미래 사령부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었다.

당시 제시됐던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은 ①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②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능력 태세 ③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이다.

전작권 환수를 위해 조건을 달고 지휘통제 구조를 통합형 연합사로 바꾼 건 노무현 정부에서 조건 없이 한미 간에 합의한 전작권 환수와 한미 각자가 지휘통제를 하는 병렬형 구조로의 변환을 완전히 뒤집어 놓은 것이다. 그 결과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환수는 주한미군 사령관이 이를 자의적이고 편의적으로 다룰 수 있는 일종의 요술 방망이가 되어 한국의 전작권 환수를 옥죄고 있다.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대로 작금의 안보 환경의 변화는 전작권 환수를 미룰 명분이 아니라 오히려 하루라도 빨리 전작권 환수를 추진해야 하는 촉진제로 작용하고 있다. 강대국의 강압 정치와 트럼프 행정부의 거래적 동맹 정책, 그리고 각자도생의 국제정세로 그 어느 때보다도 전략적 자율성이 요구되는 오늘날의 안보 환경에서 왜 전작권 환수가 그토록 중요한가? 이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작권의 의미와 전략적 함의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전작권의 종합판인 작전통제권은 효율적인 전쟁 수행과 궁극적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필요한 모든 군사작전을 통제하는 권한이다. 따라서 작전통제권은 전시에는 말할 것도 없고 평시에도 군사력 운용과 배치, 그리고 군사력 사용 방법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작전통제권은 애초에 그랬듯이 평시작전통제권과 전시작전통제권으로 나누거나 구분될 수 있는 권한이 아니라 그냥 작전통제권인 것이다.

이러한 작전통제권의 전략적 함의는 한 나라의 군사주권의 요체이자 자주국방의 전제조건이고, 군사정책의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총체적 설계도라 할 수 있는 군사전략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과거 주한미군 사령관을 역임했던 스틸웰(Richard Stilwell) 장군은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 정부가 서한을 통해 유엔군 사령관에게 한국의 작전 지휘권을 이양한 것에 대해 "지구상에서 가장 놀라운 형태로 주권을 양보한 사례"라고 언급했다.

또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인 빅터 차(Victor Cha)는 "작전통제권이란 엄청난 국가 주권을 침해한 이유는 한미 연합전투력의 용이성을 위해서였을 뿐만 아니라 북한에 대항해 한국이 호전적 성격의 일방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이 한국의 작전통제권을 보유한 것을 한국의 국가 주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 사항으로 인식하였다.

작전통제권 환수를 처음으로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던 노태우 대통령조차도 회고록을 통해 "우리가 독자적으로 지휘권을 갖지 못한 것은 주권 국가로서는 창피한 일이었다"라고 기술한 바 있다.

변화된 오늘날의 안보 환경에서 자주국방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자주국방은 자신의 의지와 힘으로 국가방위를 달성하는 것이다. 한국의 자주국방은 국가방위를 자주적으로 결정하고 군사력을 자율적으로 운용하는 가운데 호혜적·협력적 한미동맹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다.

자주국방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작전통제권이 전제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독자적인 작전통제권이 있어야 한국이 설정한 국방과 군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독자적인 군사전략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53년 10월 한미동맹 탄생 이후 한국은 작전통제권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역대 한국 정부의 군사전략은 모두 한미 연합전략에 바탕을 두고 있어 우리만의 독자적인 군사전략을 설계할 수 없었다. 따라서 한국이 작전통제권을 회복하는 건 우리 스스로 우리의 국방과 안보를 책임지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전작권 환수는 또한 한국이 미국에 양도한 군사주권을 되찾아온다는 의미를 넘어 한반도 평화공존과 한반도 평화 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군사 안보적 환경을 만들기 위한 국가 주권의 회복이라는 의미도 있다.

이러한 중차대한 의미가 있는 전작권 환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황과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우리의 안보를 책임지겠다는 주인의식과 이를 확고하게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문제이다. 설사 상황과 조건을 고려해 전작권 환수를 추진하더라도 그 판단과 결정은 주한미군 사령관이 아니라 이를 이양받는 한국의 국방부 장관과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해야 하는 것이다.

빠른 전작권 환수를 통해 한국은 이제부터라도 평화와 안보의 불가분적 가치를 인식하고 안보에 의한 평화가 아니라 평화와 동행하는 안보를 논의해야만 한다. 전작권 환수는 군사 안보적 의미를 넘어 한반도 평화공존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7월 22일 캠프 험프리스에서 열린 주한미군 특수작전사령부(SOCKOR) 지휘관 교대식에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발언하고 있다. ⓒ미 전쟁부 사진영상배포망(DVI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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