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안동, 오로지 시민’
권기창 안동시장이 민선 9기 시정 슬로건으로 내건 말이다. 시민의 삶을 행정의 중심에 놓고 상생과 실행, 체감과 포용을 실천하겠다는 약속이다.
말은 흠잡을 데가 없다. 문제는 그럴듯한 구호와 안동시정이 마주한 현실 사이의 간극이다. 시민이 체감해야 할 행정 성과보다 수사와 의혹, 책임론이 시정의 신뢰를 흔들고 있다.
물론 의혹은 의혹이고, 유죄는 법원의 판단으로 확정된다. 그러나 형사책임과 별개로 시장에게는 인사와 조직을 관리하고 행정의 신뢰를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 법원의 최종 판단만 기다리며 시민에 대한 설명까지 미룰 수는 없다.
권 시장의 동생과 전 소통비서관, 측근 A·B씨, 정책보좌관, 알선수재 혐의를 받는 C씨 등 6명이 구속 수사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각각의 혐의와 관여 정도는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하지만, 시장 주변 인사들이 잇따라 구속되는 상황 자체는, 권 시장이 추구하는 시정의 방향타가 제대로 작동했는 지 많은 의문점을 던지게 한다.
특히 공무원 당원 모집 의혹은 단순한 선거법 위반 논란이 아니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행정조직의 독립성, 지방정부의 공정성이 걸린 문제다. 누가 지시하고 실행했는 지, 시장에게 보고됐거나 시장이 관여한 사실이 있는 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
당원 모집의 대가로 승진이나 보직 변경 등 인사상 특혜가 제공됐다는 사실까지 확인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공직이 정치적 충성의 대가로 이용된 셈이기 때문이다. 관련자의 책임을 엄정하게 규명하고, 위법 사실과 관여 정도에 따라 그 수위에 합당한 징계가 꼭 이뤄져야 한다.
안동시공무원노동조합 게시판에서 반복적으로 거론되는 이른바 ‘2층 세력’과 이들에게 지시·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받는 인물들의 실체도 규명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시장의 눈과 귀를 가리고 성실하게 일하는 공직자와의 거리를 만든 것은 아닌 지, 경찰은 지시 관계와 실제 영향력 행사 정도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구속된 전 소통비서관과 정책보좌관을 둘러싼 의혹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이 인사·계약·회계 등 시정 운영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했는 지, 인사상 보은이나 주요 지원 업무 배정 등 특혜가 있었는 지 꼭 밝혀야 한다. 공무원들 사이에서 이른바 ‘셀프 인사’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만큼,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 하는 과정에서 이익을 얻은 사람이 누구인 지 가려내야 한다.
지난 15일 안동시공무원노동조합이 권 시장에게 공식 사과와 책임 있는 설명을 요구했다. 노조는 구속 여부나 유무죄를 예단하지 않으면서도, 시정 혼란과 신뢰 훼손에 대한 책임까지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미룰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민선 9기는 권 시장이 내세운 민선8기 지방정부 3대 특구 지정과 414건의 공모사업 선정, 바이오생명국가산업단지 추진은 지역 발전 등의 성공적 기반 위에서 시정의 성과 기준을 철저히 시민 중심으로 재설정한다고 했다.
단순히 거시적인 지표상의 성장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청년과 아이, 어르신, 농업인, 소상공인 등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지 꼼꼼히 살핀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시민 중심 행정은 정책의 방향을 선언하는 것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예산을 집행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도 공정성과 투명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난 6·3 지방선거 권기창 캠프에 이름을 올리거나 관계자들과 함께 단골 기념사진을 촬영했던 일부 인사들이 지금도 수의계약을 잇따라 따내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의계약 총량제 아래에서도 계약 방식과 절차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계약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비호나 특혜가 있었던 것은 아닌 지 의문이 제기되는 만큼, 실제 계약 현황과 선정 과정, 관련 공무원의 개입 여부를 포함해 계약 과정 전반에 대한 투명한 조사와 철저한 사실관계 규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제 권 시장은 답해야 한다. 이 모든 의혹에 관여했는가. 관여하지 않았다면 왜 관리·감독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는가. 측근들의 잇단 구속과 인사 논란에 대해 시장으로서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오직 안동, 오로지 시민’이 진심이라면 답은 구호가 아니라 설명과 책임에서 나와야 한다. 시민에게 엄격했던 잣대를 자신에게도 적용하고, 수사에 협조하는 공직자를 보호하며, 잘못이 확인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선거는 정치인의 미래를 결정하지만, 행정은 시민의 오늘을 책임진다. ‘오직 선거, 오로지 당선’이라는 의심을 걷어내는 일. 그것이 권기창 시장에게 남겨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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